“노래를 하니 인생이 너무너무 즐거워요”

평균나이 65세, 하지만 아직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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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성(tradition)등록 2015.04.23 21:37

노래교실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 주민센터 문화강좌인 노래교실 회원들 ⓒ 하주성


"노래를 하면 인생이 우선 즐겁죠. 가사를 외고 높낮이를 맞추다가 보면 머리를 쓰잖아요. 그러니 치매가 올 수가 없죠. 저희 회원들 나이가 50대가 몇 명 있고, 80이 넘은 분들도 있어요. 평균이 65세에서 70세 정도인데 이렇게 아픈 곳도 없고 모두 건강하잖아요. 이게 다 노래덕분예요."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41(매산동)에 소재한 매산동주민센터(동장 용한수) 2층에 넓지 않은 연습실에 모인 가요교실 수강생들이, 지도강사 정은(가수)의 선창에 따라 열심히 노래들을 하고 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그치지를 않는다.

"제가 엊그제 양평에 가서 레일바이트를 타고 왔어요. 그런데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왜냐하면 레일바이크도 노래를 하듯이 그렇게 박자와 절주를 맞추어서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 힘이 덜 들어가거든요."

정은 강사는 연세가 지긋한 수강생들에게 열심히 노래를 비유해 설명을 한다. 가수 이혜리가 부른 '번쩍번쩍'이라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연신 어깨 짓을 하는 수강생들. 신명이 절로 넘치는 것이 함께 앉아 듣고만 있어도 흥이 난다.

노래교실 평균나이 65세가 넘었다고 하는 회원들 대부분이 머리가 희다 ⓒ 하주성


정은 불타는 사랑 등의 노래로 인기를 끈 강사 정은 ⓒ 하주성


가요를 불러도 굴곡진 창법 그대로

띄네 띄네 띄네 번쩍 눈에띄네 그대가 내눈에번쩍
내맘에 가득 쏙쏙 든사람 너무너무 내가 사랑한사람
가슴앓이 시간을 얼마나 보냈나. 짝이 없는 기러기처럼
외로움에 지쳐서 기다림에 지쳐서 숨이 멎기 전에 온 사람
띄네 띄네 띄네 번쩍 눈에 띄네 그대가 그대가 내눈에 번쩍

트로트가수 이혜리의 노래지만 연세가 드신 수강생들이 부르는 노래는 좀 다르다. 넘어가는 부분이 전형적인 우리 소리의 특징을 잘 갖고 있다. 뒤에서 노래 소리를 감상하다가 역시 우리민족의 흥은 굴곡진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한 소절씩 따라 부르다가 다음에는 두 소절씩 강사의 지도로 이어 부른다. 그리고 한 사람씩 나와서 화면을 보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가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서 나간다. 그만큼 노래를 부르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다.

노래방 번호를 찾기 쉽게 벽에 노래방 곡명 번호를 붙여놓았다 ⓒ 하주성


먼 곳에서도 노래를 부르러 찾아와

노래교실은 자체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이긴 하지만, 벌써 시작한지 17년이나 지났다고 하는 매산동 노래교실은 딴 곳과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정은 강사도 여러 곳에서 노래를 지도하고 있지만 그 중 매산동이 최고라고 한다.

"제가 노래지도를 몇 곳에서 하고 있지만 매산동이 그 중 가장 잘 불러요. 그리고 여기는 먼 곳에서도 일부러 이곳으로 배우러 와요. 고색동에서도 몇 년 째 찾아오시기도 하고, 안산에서도 오고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잠시 노래교실을 쉬었다고 하는 한 회원은 쉬는 동안 노래가 부르고 싶어 혼났다고 할 정도이다. 강사 정은은 이제 노래를 시작한지 17년이 지났다. 2003년 KBS 도전 가요스타와 KBS 전국노래자랑에 잇따라 참가하여 놀라운 실력으로 가수활동을 시작했단다.

혼자부르기 연습을 마치면 한 사람씩 나가서 노래를 부른다 ⓒ 하주성


그동안 '불타는 사랑'을 비롯해 '무정한 사람', '춘천 막국수', '두물머리 사랑' 등의 노래를 발표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2012년에는 대한연예예술인 봉사대상과 한국연예인스포츠 아름다운 가요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실력파 강사이다.

"우리 선생님이 워낙 잘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우리들이 더 즐거워요. 우리들이야 선생님께서 알려주는 대로 배우는 거니까요. 노래를 하면 즐겁고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노래를 하면서 기분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희들이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이죠."

나이들에 비해서 젊은 소녀와 같은 감성을 갖고 있는 매산동 노래교실 회원들. 앞으로도 계속노래를 하겠다는 회원들은 세월이 갈수록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다고 자랑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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