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공짜로 여행하는 방법

(세계를 돌아다니는 디지털노마드가족) 집 공유를 통해 또 다른 가치 만들기

검토 완료

한지영(hyanggy81)등록 2015.04.26 17:06
산속에서 1년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갖고 나왔던 것은 '디지털노마드'와 '협력적 소비' 였다. 시공간의 제약없이 일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 기자말

디지털 노마드로 생활하기 ⓒ 김태균


반복되는 일상과 육아로부터 지쳐가던 어느날,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자산과 기술을 정리해 봤다.
자산: 월세로 있는 집, 중고차, 카메라, 텐트, 유아 용품, 유모차, 기타 생활용품 등
내가 갖고 있는 기술: 영어, 중국어를 할 수 있다. 글을 쓸 수 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남편이 갖고 있는 기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집을 수리할 수 있다. 차를 운전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유휴자원을 토대로 가장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것은 집이였다. 에어비앤비와 윔두라는 집 공유 플랫폼을 통해 우리의 공간을 공유해봤다. 우리의 공간이 도심지 외각에 있고 공간이 협소하기에 지내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지켜봤다.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주변의 비판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왔다.

"모르는 사람인데 빌려 주었다가 물건이 부숴지거나 없어지면 어떻할래?"

"집을 빌려주면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애 데리고 어디서 살려고? 아이는 안정된 곳에서 살아야지"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시도 앞에서는 주변의 지지와 응원보다는 비난에 대비하며 나아가야했다. 에어비앤비에서는 물건 파손과 절도에 대해 보험 처리를 해주고 있다. 누군가가 우리 집에서 지낸다고 하면 텐트를 갖고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을 여행하면서 지내고자 했다. 우리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에너지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심리적으로는 더 안정적이라고 믿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하면 어떤 것도 시도해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우선 시도해보기로 했다.

드디어 며칠 후 문의가 왔다. 북한인권 NGO에서 일하러 왔다는 미국인이었는데 집을 얻기 전까지 잠시 머물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아직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있어서, 혹시 이웃이나 집주인이 뭐라고 하면 어떻하나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공간에 오는 손님인데 주변의 눈치 때문에 못오게 할 상황은 아닌듯 싶었다.

서울 근교 탐험하기 ⓒ 한지영


우리는 집 열쇠를 게스트에게 주고 텐트와 함께 서울 외각 지역으로 떠났다. 게스트가 머무는 동안 낸 숙박비로 우리의 여행 비용을 충당하여 무료로 서울근교를 여행할 수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바깥 세상을 나오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돌아다니다 갑자기 숨겨져있는 폭포를 찾기도 하고, 자연이 숨쉬는 곳에 야영을 하며 그 동안 듣지 못했던 풀벌레와 새소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찐한 향수 향기와 함께 말이다. 다행히, 처음으로 집을 공유해본 경험은 우리가 다른 곳을 여행해 볼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주었다. 다음에 있을 공유는 어떤 가치를 생산하게 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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