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세상 모든 가정을 품어주길

검토 완료

김민준(deremi)등록 2015.05.11 13:39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거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돈독해져야 할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답게 가족단위로 즐기기 좋은 여러 행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서울시가 개최한 '다둥이 마라톤'과 부산시에서 진행한 '출산장려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공모전 같은 행사들이다. 지자체들이 가정의 달에 맞춰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행사들을 개최해 시민들에게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어딘가에 행사들과는 거리가 먼 '소외된 가족'이 있다.

지난해 12월, 많은 아이가 그 탄생에 축복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한 아이는 예외였다. 그달 말에 태어난 한 사내아이는 주유소 화장실에서 4시간가량 방치된 채 울고 있었다. 영하 1도의 추위 속에서 울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스물다섯, 미혼의 여성이었다.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지게 되자 자신의 동거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임신 사실도 숨긴 채 출산하고 아이를 버렸다. 그렇게 아이는 4시간을 울다 숨졌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신생아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보고 질타의 말을 던진다. 하지만 '스물다섯의 어린 엄마'와 같은 사람들이 왜 아이를 버렸는지, 그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생아 살해'에 대한 통계는 정부에서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한겨레>가 법원을 통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집계한 59건의 영아살해사건을 보면 80%가 10대에서 20대의 어린 부모에 의해 벌어진다. 아이를 버리거나 방치하는 것의 이유 대부분이 수치심, 가족에게 알려질 염려 때문이었다.

살해재판으로 집계한 건이 59건이다. 실제로 밝혀지지 않거나 집계되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얼마나 더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이런 신생아들의 죽음을 정부는 통계자료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철없는 '어린 부모'의 문제처럼 보이는 '영아 살인사건'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영아살해의 근본적인 이유는 '수치심'이다. 사회적 질타와 좋지 않은 시선들이 두렵다는 말이다. 그렇게 영아들은 가족의 탄생을 알리지 못하고 차가운 거리로 내던져진다.

법원은 '신생아 살인'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때 비교적 관대한 기준을 두고 있다. '수치심', '양육의 어려움', '출산 당시 산모의 비정상적 신체·정신적 상황'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판결이 집행유예로 처리된다. 대한민국의 미혼모로서, 청소년 부모로서 살아가는 것을 법원마저도 불완전한 것으로, 그 이후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혼모나 청소년 산모에 대한 지원정책은 분명히 실행 중이다. 하지만 현행하고 있는 출산장려정책의 근본은 '양부모가정'과 '다자녀출산'에 치우친 게 사실이다. 또한 청소년 산모나 미혼모에 대한 지원정책이 유명무실하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2013년 제주도에서 실행한 청소년 산모지원의 예산은 2,000만 원 정도였으나 절반인 1,000만 원만이 집행되었다. 홍보부족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단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한 탓이 더 커 보인다.

가족의 형성은 항상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인가? 우리는 이것에 물음표를 던져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나 유럽, 미국 등의 나라에선 혼외출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혼외출산의 비율에 변화가 있었다. 그중 프랑스는 가장 좋은 예이다. 1993년에 1.65명이었던 프랑스 합계출산율은 2012년 2.01명까지 올라갔다. 혼인과 혼외출산에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무엇보다 동거 등의 다른 형태의 가족을 가족으로 인정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우리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이 개방된 국가로 변모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가족을 대하는 시선은 아직 그렇지 않은 듯하다. 한부모가정의 사례도 그렇고 미혼모가정을 바라보는 눈은 그보다 더하다. 지원정책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또한 출산의 형태도 다양하다. 그 누구도 그들을 가족이 아닌 '불완전한 형태'라 말할 수 없다. 무턱대고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가족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들부터 개선해나가는 것이 첫 번째가 아닐까?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