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지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도 그가 밉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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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규(gilmyung)등록 2015.05.15 18:55
이재명 성남지사님.

제가 여기서 시장님을 '지사'님으로 부르는 이유는 시장님의 사회적 영향도가 다른 어떤 도지사님들보다 크다는 느낌을 받아서입니다. 저도 역시, 시장님께서 사회적 논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시고 업무를 추진하시며 다양한 언론을 통해 보여주시는 모습에 큰 기대를 갖고 지지를 하는 사람입니다. 도지사보다 더 큰 정치를 하시는 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 제가, 시장님께 좀 다른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이번에 시장님께서 가수 유승준씨에 대한 의견을 올리셨더군요. 공식페이스북 계정을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니나 많은 언론에서 그 전문을 옮겨줘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시장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국민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조국을 버린 자..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
유승준씨,
그대보다 훨씬 어려운 삶을 사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다가 오늘도 총기사고로 죽어가는 엄혹한 나라 대한민국에 돌아오고 싶습니까?
한국인들 주머니의 돈이 더 필요합니까?
아니면 갑자기 애국심이 충만해지셨습니까?
대한민국의 언어로 노래하며 대한국민으로서의 온갖 혜택과 이익은 누리다가
막상 국민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시점에서 그걸 피하기위해 대한민국을 버리고 외국인의 길을 선택한 그대..
왜 우리가 한국인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인 그대에게 또다시 특혜를 주고 상대적 박탈감에 상처받아야 하는가요?
상대적 박탈감과 억울함은 갖가지 방법으로 병역회피하고도 떵떵거리는 이 나라 고위공직자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제 그만 그대의 조국에 충실하고 배반하고 버린 대한민국은 잊으시기 바랍니다.

맞습니다. 저도 유승준이란 가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외국인의 길을선택한 것이라 매우 강하게 추정하고 있습니다(직접 들어 본 적이 없으니 강하게 추정할 뿐이죠.). 시장님 말씀대로 조국을 버린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님께서공식적인 언급을 이렇게 강하게 하시는 건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그 이유를 말씀 드리려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병무청에서 유승준의 입국을 불허하는 것에 대해 오마이뉴스에 글을 실었습니다. 유승준의 입국을 국가기관인 병무청이 나서서 막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아무리 그가 미워도 입국금지와 그의 행동엔 합리적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으며 여타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기때문입니다. 더불어, 만에 하나 감정에 치우친 조치였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우리가 피해야 할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유승준 개인의 행위를 판단하는 것은 철저히 대중의몫으로 남겨줘야 하는 것이죠 (기사 참조: 병무청은 왜 유승준에게만 엄격한가?)
물론 시장님의 공개적인 입장표명이 국가기관과 같은 사회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다른 일반 대중보다는 좀 알려지신입장에서 그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강하게 피력한 거라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 글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시장님은 이미 사회적 영향을 갖고 계시고, 앞으로도 더욱 큰 일을 하실 분이시기에, 그러한 말씀은 자제하시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병무청을 논외로 하더라도대다수의 대중이 그의 입국을 '감정적'으로 막고 있는데, 시장님이 그들의 견해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장님 말씀대로 유승준보다 '갖가지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하고도 떵떵거리는' 그들에게 이런 쓴소리를 하시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유승준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타자화된 개인일 뿐이고 공인이 아닙니다. 국가기관, 대중뿐아니라 유력한 정치인까지도 그를 입에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님의 역량이면 이번 '유승준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대한민국 사회에 무시되고 있는 합리적의사결정의 필요성이나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과도화된 집단주의에 대한 논제를 불러 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이 제게는 좀 더 중요합니다. 시장님께서는 인권에 기반한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십니까? 구체적으로 그가 정말 입국을 못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그로부터 '상대적 박탈감에 상처를 받는다'고 해서, 그가 일부러 '우리에게상대적 박탈감을 주고자' 했던 행위라고 단정지을 순 없습니다. 개인만의이익을 위해 '범법'을 한 것이 아닌, '법을 이용'한 그의 이기적인 행위가 그토록 잘못됐다면 더 악질적인고의 병역기피자들에게도 '관심'을 더욱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 기사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으니 말씀을 줄이겠습니다.
덧붙여 며칠 전 예비군 훈련장 총기사고와 유승준의 입국금지 논쟁은 관련이 없습니다. 군대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을 뿐 속성은 전혀 다릅니다. 총기사고라는큰 사회적 사건은 본질적으로 대중들의 가용성 편향을 야기하고 그 자체의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과도하게 증폭시키기 때문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시장님의 모든 활동 지켜보면서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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