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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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deremi)등록 2015.05.17 16:32
열다섯 번째 천만관객영화가 탄생할까? 영화 '어벤져스2'가 국내에 개봉한지 24일 만에 누적 관객 수 988만을 기록하며 천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파른 상승선을 그리던 누적 관객 수가 개봉한지 하루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악의 연대기'에 밀려 완만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개봉 25일쯤엔 천만을 무난히 넘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열다섯째 '천만 영화 탄생'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 이면에는 현재 영화계의 '씁쓸한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로도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어벤져스2'이다. 지금이 아닌 예전에 '어벤져스2'가 개봉했다면 아마 '외화'라는 것도 큰 논쟁거리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스크린 쿼터 제도의 등장배경이 되었던 '무분별한 외화유입'에 초점을 맞추었을 수 있다. 허나 지금은 '외화'라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적어졌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행보는 우리의 영화계의 '외화유입'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988만이라는 관객을 동원할 때까지 '어벤져스2'는 전국 상영관을 휩쓸고 다녔다. 어떤 상영관에 가더라도 '어벤져스2'를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개봉 첫 주 동안 '어벤져스2'가 평균 1,741개의 관에서 상영되었을 때, 당시 2위였던 '장수상회'는 365개에 그치는 등 격차가 상당했다. 심지어 하루에 만 번 이상 상영한 날도 있을 정도로 극장은 '어벤져스2'가 꽉 잡아놓은 풍경이었다.
시간대 역시 '어벤져스2'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상영시간에 있어서도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있는 것이다. 이런 '스크린 독과점'은 대체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사실 근래에 들어 이것의 문제제기는 많이 있어왔다. 작년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에서 CJCGV, 롯데시네마에 과징금 조치를 취했는데 그것은 '자사 영화를 밀어준 것'에 대한 제재였다. 상영관을 쥐고 있는 기업이 배급과 투자도 같이 하게 되면서 이른 바 '우리 식구 밀어주기'를 한 것에 대한 제재였다. 바로 그, '밀어주는 방법'이 '스크린 독과점'이다.
스크린 독과점이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하다. 영화를 관람하는 선택권은 관객의 몫이지만, 독과점으로 인해 획일화된 선택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상영관에 오래 남아있는영화는 상영관이 정해버리는 구조가 된다. 영화 '약장수'는 개봉한 지 6일차에 278곳의 상영관이 7일차에 백 개가량 줄어 185곳에서 상영했다. 8일차는 고작 14곳으로 줄었다. 그렇게 4만 명이 조금 넘는 관객 수로 마감되었다.
물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의 성향을 따라서 점유율이 바뀌는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허나 이제까지 상영관의 행보가 '다양성'을 고려치 않는다는 점, 편파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영화와 '상업성'을 떼놓을 수는 없지만, 영화가 지니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들은 제대로 답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악의 연대기'의 배급사가 CJ라는 점도 또 다른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하는 노파심도 생겨나는 영화계는 현재 '불안한 생태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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