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학교 대운동장에서 동국대학생 둘이 현수막을 펼치고 조계종단의 '동국대 총장선거 개입'을 비판하고있다. ⓒ 허우진
▲ 대운동장 펜스 앞 난간에서 발언을 하는 학생과 이를 가로막는 교직원들. ⓒ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
5월 16일 토요일 오후 봉축행사가 진행되던 동국대에서 폭행 사태가 발생했다. 조계종의 세계평화기원 '무차대회'의 사전행사 격으로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봉행된 연등제 연등법회 앞에서다.
동국대 학생 4명은 '표절총장 보광스님 물러나라! 종단 외압 중단하라!'는 피켓시위를 하기 위해 대운동장 입구로 갔다.
피켓을 들고 발언을 한지 5분이 지났을까, 조계종 관계자와 교직원 등 수십 명이 나타나 학생들 목소리를 막기 시작했다. 정체모를 스님 수 명이 피켓을 빼앗았다. 교직원들은 피켓시위를 하던 학생들을 고착시켰다. 행사가 시작됐다.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학생들 목소리는 묻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교직원들에게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수 명의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끝까지 쫒아 다니며 가로막았다.
▲ 한 학생에게 욕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남성 ⓒ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
오후 5시 30분께, 행사가 끝날 무렵 4명의 학생이 다시 대운동장으로 피켓을 들고 갔다. "곧 VIP 나옵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학교의'Very Important Person'은 학생이어야 하지만 아니었다. 조계종과 교직원들에게 VIP는 '논문 표절 논란'을 겪고 총장이 된 보광 스님과 그를 자리 앉힌 자승 총무원장의 무리였다.
동국대가 신임 총장 선출 문제로 5개월간 내홍을 겪는 동안, 최전방에서 학생들을 조롱하고, 탄압한 교직원들은 '한자리씩' 맡았다. 대운동장 앞에서 학생들을 막았던 '그들'에게는 VIP에게 잘 보여 '한자리'맡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을 수 있다. 인사발령 후 그들의 학생에 대한 조롱과 제지는 예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순간 "그러다 뒤져. 병신아"라고 정체모를 남자가 내 귀에 속삭이고 갔다. 문제제기를 하고자 그 사람을 따라갔다. 교직원 10여 명이 나를 막아섰다. 교직원들은 내가 들고있던 피켓과 유인물을 모두 압수해 갔다.
피켓을 들고 있을 때는 연등법회 참가자들에게 응원도 받았다. 빈손이 돼 피켓을 압수한 행위를 항의하는 학생들은 그저 '난동꾼'으로 비춰졌다. 학생들을 도발한 자는 도망가 버렸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가로막았다. 이들의 행동은 이미 짜놓은 전술처럼 보였다.
▲ 연등회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피켓시위하던 학생의 피켓을 빼앗는 과정에서 학생이 화단으로 넘어지고, 피켓이 부서졌다. ⓒ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
욕을 한 남자를 붙잡아 사과 요청을 하던 도중 옆에서 폭행사태가 발생했다. 한 학우가 들고 있던 피켓을 한 남자가 빼앗아갔다. 빼앗는 것도 모자랐는지, 뒤에서 "부셔버려! 부셔버려!"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피켓을 부시려는 것을 제지하고자 학생 2명이 달려갔다. 남성은 한 학생을 밀쳤고, 그 학생은 화단으로 넘어졌다. 학생은 풀숲으로 넘어져 다쳤지만 폭행한 남성은 피켓을 들고 도주했다. 이를 따라가 신분확인을 하려던 나를 교직원들이 또 막았다.
동국대에서, 동국대 학생이 외부인에게 폭행을 당했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가로막았다.
그러는 사이 VIP의 행진 대오가 학교 밖으로 빠져나갔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에게 "이제 어디로 갈 것이냐?"라고 계속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행진대오가 지나갈 동대입구역으로 한 친구와 뛰었다. 동대입구역 앞 4거리에 VIP 대오가 지나가고 있었다.
방금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해 항의하고, 유인물을 전달하고자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러자 한 조계종 관계자가 나의 팔, 멱살, 가방을 잡고 당겼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내 팔에는 멍이 들었다. 멍이 든 자리는 주먹만큼 부어올랐다.
▲ 16일 6시경 행진대오 앞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던 학생을 조계종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붙잡아 들어 누웠고, 학생의 팔에는 멍이 들었다. ⓒ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
18일,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는 28일째 고공농성 중인 만해광장 천막 앞에서 '종단의 폭력사태 규탄'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은"'세계평화'운운하며 학생들을 폭행한 조계종 종단을 규탄한다! 종단은 본교 총장 선거 개입 사태를 책임지고 학교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 18일 11시30분 28일째 고공농성중인 조명탑 아래 천막에서 동국대 학생들이 조계종 종단 학새 폭행 사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동국담화
이어 "조계종단은 교직원 및 관계자들에게 학생들을 탄압하면 '한자리씩' 맡을 수 있다는 경험적 교훈을 남겼다. 이 교훈을 청산해, 학생들을 탄압하면 끝장난 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고 했다.
추진위는 6월 4일 성토대회를 열어 학내 구성원들이 누구나 참가해, 소신껏 말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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