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섹남의 인기가 달갑지만은 않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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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진(lavenderblush11)등록 2015.05.23 14:38
 뇌가 섹시한 남자, '뇌섹남'의 시대가 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셜록, 토니 스타크(아이언맨) 등 뛰어난 두뇌를 가진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방송에서는 뛰어난 지적능력과 화려한 언변을 갖춘 남자 연예인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지난 3월 국립국어원은 뇌섹남을 2014년도 신조어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최근에는 뇌섹남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 또한 제작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셜록> 속 대사처럼 우리 사회에서 "지적인 모습은 섹시함의 새로운 척도(Brainy is the new sexy)"가 되었다.

'얼짱', '몸짱' 등 주로 외적인 부분에 향하던 시선이 내적인 부분으로 옮겨갔다는 점에서 뇌섹남의 등장은 의미가 있다. 상대를 평가하는 기준이 외모가 아니라, '뚜렷한 주관과 지적인 매력'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러나 뇌섹남들의 인기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실제로 뇌섹남에게서 강조되는 것은 지성이 아니라 지적능력이기 때문이다.

'뇌섹남'의 핵심이 되는 개념은 '지성'이다 지성은 지적능력과 함께 통찰력, 자신의 의견에 대한 책임감, 타인에 대한 배려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실제로 뇌섹남을 판별하는 데 있어 지적능력을 제외한 부분들은 배제되어 있다. 올해 초 통계청에서 발표했던 자료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뇌섹남의 조건은 '주관이 뚜렷하고 할 말은 한다(40%)', '책을 많이 읽은 언변의 마술사(29.4%)'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개인의 지적능력을 증명하는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의 통찰력이나 인격적인 측면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인격적인 측면이 배제된 채 지적능력만이 강조되다 보니 뇌섹남들은 자신의 지식을 보여주는 데만 치중하게 된다. 그들은 뚜렷한 주관과 화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능력을 과시하려는 욕망 때문에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기도 한다. '뇌섹남'의 대표적 캐릭터로 꼽히는 셜록은 자신의 뛰어난 추리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나머지 동료나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며, <뇌섹시대: 문제적 남자>에 등장하는 뇌섹남들은 자신이 지적으로 좀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를 깎아내린다.

지적 능력에 대한 뇌섹남의 지나친 자부심은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에 지나친 확신을 가진 나머지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지 못한 채 의견을 강요하다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때가 있으며, 주관이 강하다 보니 다른 의견을 포용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는 뇌섹남들에게 있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뇌섹남의 이미지는 대체로 차갑고 날카롭다. 그들은 화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며,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사안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뛰어난 지적능력을 바탕으로 한 뇌섹남의 의견은 타인이 미처 보지 못한 지점을 보게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 한 나머지 상대를 깎아내리기도 하며, 지나친 자부심을 가진 나머지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얼굴이나 몸매에만 주로 관심을 가지던 과거에 비해 좀 더 내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뇌섹남'의 인기가 반갑다. 그러나 뇌섹남에게서 지적능력만이 강조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뛰어난 지적능력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 자신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 타인에 대한 배려가 고려될 때 뇌섹남은 좀 더 바람직한 인간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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