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엔하위키 미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결정

저작권 침해와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아.

검토 완료

박동휘(marslife)등록 2015.05.29 17:51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5월 14일 리그베다 위키와 '엔하위키 미러'와의 분쟁에 대한 가처분 신청(2014카합1141)에서 리그베다 위키 측이 1억원을 공탁하는 조건으로 엔하위키 미러 사이트의 폐쇄를 결정했다.

결정 자체는 5월 14일에 나왔으나, 5월 28일 아침 디지털 투데이에서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하였고 이에 시민들이 직접 결정문과 사건 번호를 확인함으로서 진상이 드러났다.

'엔하위키 미러'는 2015년 4월까지 한국어 위키 사이트중 3위였던 '리그베다 위키'(옛 명칭:엔젤하이로 위키)의 내용을 긁어서 미러링하는 사이트로, 한국어 위키백과의 관리자인 Puzzlet Chung이 운영하고 있다.

리그베다 위키 측은 '엔하위키 미러'가 리그베다 위키의 페이지뷰를 가져가고 있으며 광고 수익을 얻고 있다고 판단, 2014년 8월 1일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이 사실은 2015년 4월 초 리그베다 위키와 이용자 간의 분쟁이 생길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2015년 3월 초 위키백과의 글이 리그베다 위키에 무단 번역되어 실린 사건을 계기로 '리그베다 위키가 도중에 갑자기 게시물의 저작물을 기부받는다'는 내용으로 약관을 개정한 것, '리그베다 위키가 비영리 조건으로 배포된 저작물에 광고를 붙여 사이트를 영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에 대해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리그베다 위키측이 '엔하위키 미러와 법적 분쟁을 밟고 있는 사실'을 밝혔다.

리그베다 위키측의 다른 해명이 사실과 달랐던 점, 기여한 내용이 약관에 따르면 리그베다 위키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는 점에 반발한 사용자들은 리그베다 위키의 문서 내용과 문서 역사를 복제한 새로운 위키를 만들어 떨어져 나갔고, 리그베다 위키가 자신들의 기여를 사용할 수 없도록 문서를 삭제하거나 자기가 쓴 내용을 지우는 등 기여를 철회했다.

리그베다 위키는 운영을 중단한뒤 서버를 롤백하고 다시 오픈하는 일을 반복했지만 기여 철회와 문서 훼손이 지속되자 5월 17일부터 운영자 및 관계자만 수정할 수 있는 조건으로 사이트를 다시 오픈했으며, 리그베다 위키의 이용자들은 리그베다 위키의 데이터에서 분기한 '나무위키'와 백지상태에서 새로 출발한 '리브레 위키'등으로 이동한 상태다.

결정문에 따르면, 리그베다 위키측은 소송에서 '엔하위키 미러'측에 '엔하위키 미러' 사이트와 enha.kr 도메인을 폐쇄할 것, 리그베다 위키 데이터를 대량으로 복제하지 말것, '리그베다위키', '엔하위키' 또는 '엔하위키 미러'라는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신청하면서 리그베다 위키의 컨텐츠 이용조건에 들어있는 '대량 저장과 기계적 수집'을 금지한 조항을 위반했다, 리그베다 위키 이용 약관에 따르면 리그베다 위키 운영자가 위키 저작물의 저작권자다, 리그베다 위키의 게시물 집합은 리그베다 위키 소유의 편집저작물 또는 데이터베이스권으로 보호된다, 엔하위키라는 이름과 유사한 '엔하위키 미러'를 사용하고 '엔하위키'와 비슷한 도메인을 사용한 것은 부정경쟁방지법의 부정경쟁행위이다. 사이트의 내용을 복제한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다 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리그베다 위키측의 저작권 주장과 데이터베이스권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인정하였다.

법원은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엔하위키 미러'가 대량 저장과 기계적 수집 등을 금지한 약관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배척했다.

다음으로, 법원은 리그베다 위키의 저작권이 약관에 의해 리그베다 위키측에 이전되었다는 주장을 배척하였다.

리그베다 위키의 저작권 관련 약관 조항은 다음과 같다.

위키 게시물의 저작권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BY-NC-SA(저작자표시-비영리이용-동일조건변경허락) 2.0KR 라이센스를 따르며 사용은 원활한 운영을 위해 위키게시판의 이용약관을 상위조항으로 따릅니다. 모든 게시물은 작성 및 수정이 된 시점에서 리그베다 위키측에 기부한 것으로 분류되며 작성 및 수정에 참가한 것을 사유로 특정한 개인이 자신의 기여에 대한 소유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이 약관 조항이 게시물의 저작권을 양도하는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거나, 저작권을 양도하는 내용으로 단정하여 해석할 경우 이용자에게 불리하여 무효라고 결정했다.

다음으로 리그베다 운영자가 리그베다 위키의 도움말, 기본방침등의 저작권자임을 내세워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은 사이트 자체의 사용금지가 아닌 해당 저작물의 사용금지를 요청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마지막으로 리그베다 위키 운영자가 위키 컨텐츠 전체에 대한 편집저작권이나 데이터베이스권을 갖고 있다는 주장 또한 기각하였다.

법원은 사이트 운영비용을 지출한 사실,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내용을 삭제 수정 복원한 사실, 사이트 프론트페이지에 게시되는 목차를 운영자가 수정한 사실은 인정하였으나, 이러한 작업 대부분은 이용자들 스스로 행한것이고 위키 프론트페이지의 주제별 목차 또한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수정한 것인 점등을 고려하여

리그베다 위키 운영자가 편집저작권자 또는 데이터베이스권자라는 주장도 기각했다.

법원은 부정경쟁행위 방지법에 대한 신청은 대부분 받아들였다.

법원은 '엔하위키'라는 명칭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잘 알려진 명칭이고 혼동 가능성도 있어서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enha.kr 도메인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엔하위키 미러가 2013년 7월 30일 신설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차목'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사이트 고유의 자료가 없고, 리그베다 위키측의 명시적인 동의 또는 승낙을 받은 것으로 볼 자료가 없는 점, 광고 수입을 얻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리그베다 위키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아니한 채 리그베다 위키의 내용을 복제하는 행위, 혹은 enha.kr 도메인 으로 전혀 다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담보로 1억원을 공탁 또는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위반시 매일 150만원을 지급하라는 신청은 기각했다.

5월 29일 현재 리그베다위키측이 1억원을 공탁 또는 보험증권을 제출하지 않아 엔하위키 미러 사이트가 여전히 폐쇄되지 않은 상태다.

디지털타임즈와 리그베다 위키측 대리인인 민후의 인터뷰를 볼때, 리그베다 위키측이 앞으로 리그베다 위키를  포크해간 나무위키 등에 대해서도 법적인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나무위키는 비영리 사이트로 일체의 광고를 달지 않고 있어 영업으로 볼 수 없어 부정경쟁행위방지법이 적용되기 어려운 점, 이미 4월 이후 터진 사건들에 대한 독자적인 컨텐츠가 쌓여 있는 등의 이유로 이번 결정의 취지를 그대로 따를 경우 나무위키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민후 측은 이번 엔하위키 미러 사건에 대해 본안소송에서 재판단을 받을 뜻을 밝혔다. 한편으로는 5월 26일에 가처분 이의 신청(2015카합702)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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