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치녀 클라스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여성혐오’ 현상

검토 완료

류다경(endlt0_0)등록 2015.07.17 16:53
 유명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DCinside)'의 '메르스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다. 메르스 갤러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와 관련된 정보를 나누는 갤러리이다. 김치녀는 흔히 한국 여성을 비하하여 부르는 단어이다.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곳에서 왜 이런 단어가 언급되었을까.
시작은 홍콩에서 한국 여성 메르스 확진자 2명이 격리 수용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올라오면서부터였다. 이에 '역시 김치녀' 등의 여성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실렸다. 하지만 곧 이 격리수용 거부사태는 홍콩 정부와 여성들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오해임이 드러났다.
그러자 사태는 반대로 여성 네티즌이 남성 네티즌을 조롱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남성이 여성을 비하했던 글에서 주어만 남자로 바꾼,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김치녀'는 '김치남'으로, '된장녀'는 '된장남'으로, '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때려야한다'(삼일한)는 '남자는 숨 쉴 때마다 때려야한다'로 바뀌었다. 이에 대한 남성 네티즌 측의 반발은 확산되었고, 여성 네티즌 측에서는 '이제까지 우리가 당해온 것 중 일부만 보여줬을 뿐이다'는 반응이었다.
여성 네티즌 측의 주장대로 '김치녀'나 '삼일한' 등으로 대표되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은 디시인사이드의 다른 갤러리와 여타 커뮤니티에서도 있어왔다. '일간베스트'(일베)라고 불리는 유머사이트 뿐만 아니라, 여자연예인이나 정치인 관련 기사 댓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벌어진 일련의 해프닝은 오랜 시간 사회적 조롱의 대상이 되어왔던 여성들의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사태를 두고 SNS에서는 '어디까지를 여성혐오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거론되었다. '김치녀'라고 부르는 극단적인 행동과 인식을 여혐의 범위로 삼는 사람도 있었고, 더 나아가 '개념녀, 무개념녀'라는 단어도 '남성의 입맛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프레임'이라며 여혐의 범위로 보는 반응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여성 혐오 인식은 왜 시작되었으며 여성혐오 흐름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위와 같은 일명 '메르스 갤러리 사태'에 기인하여, 20대 13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여성 혐오' 문화가 확산되는 것에 대한 인식 실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남성 58명과 여성 73명이 응했다. 
응답자의 95%가 '여혐문화를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혐오문화가 퍼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①'여성 혐오' 경향 사이트의 활성화가 10%, ②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 20%, ③역차별로 인한 피해의 확산이 30%, ④기타의견이 40%였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기타 의견은 '붕괴되는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심', '일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걸맞지 않는 부족한 책임감', 그리고 '취업난 등과 같은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약자인 여성에게 분출하기 때문', '일부 여성들과 겪은 개인적인 경험이 많은 남성들에게 보여 지면서 여성 전체에 대한 혐오문화로 발달했다고 본다'라는 답변이었다.
해결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해결하기가 힘들겠지만, 특정커뮤니티의 과격한 언어 및 여성 모두를 비하하는 표현 등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와 같은 강경한 답변도 있었으나, '여성과 남성의 차별성에 대해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교육과 지도를 통해서 올바른 인식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변 등 해결부분에 대한 의견이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성 혐오문화,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 남성VS여성

여성 혐오문화가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한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남성단체와 여성단체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한 남성단체는 여성혐오문화에 인식에 대한 질문에 "여자로서 의무는 회피하고, 보호의 혜택을 바라며 권리는 공짜로 권리를 추구하는 여성 이기주의를 혐오하는 것이지 여성자체를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창립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선적으로 인간평등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여성운동/페미니즘은 여성 쪽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한다. 그녀들은 지나친 성차별 피해의식에 근거해 있고, 서구의 과격한 여성해방주의를 한국 여성들의 한과 결합해 남성에 대적하고 우리를 사람 취급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성 쪽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사랑받고, 대접받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여성연대에서는 여성혐오문화의 확산은 "남성들이 성 평등, 양성평등이 여성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은 '양성평등법' 이라는 성 평등에 대한 법이 생겨도 그런 법이 존재하는지 모르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워했다.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황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개선책으로는 "여성들의 경제적인 자립을 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뿐만 아니라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이러한 활동들이 역차별에 대한 오해를 불러오지 않도록 주의하며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 혐오문화, 극복의 가능성

앞에서 살펴본 '여성혐오'현상의 확산에 대해 고려대학교 민용태 명예교수는 두 가지 원인을 지적했다. 첫 번째 원인은 사회의 자본화가 이루어지면서 남녀동등, 임신기피증이 보편적인 개념이 된 것이다.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던 소극적 존재였으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의 라이벌로서 그들의 일자리와 돈을 빼앗아 가는 실체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성 쾌락의 독점 대상이었던 여성에 대한 앙심이 자연스럽게 여성혐오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미디어 세대의 비인간화 현상이다. 미디어 세대로 진입하면서 남녀는 육체적, 정신적, 인간적 접촉의 관계가 아닌 보여주기, 말하기, 놀기 정도의 상대로 변질되었다. 스마트폰과 SNS 등 미디어 매체에 중독된 세대에게 인간 대 인간의 직접적 소통은 줄어들었고, 이러한 소통의 부재로 여성혐오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여성혐오를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 물음에 민용태 교수는 두 가지 해결방안을 덧붙였다. 첫 번째는 매체거부 운동이다. 이는 미디어의 비인간화 현상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미디어에 덜 의존하도록 하는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양질의 인성교육 강조이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소통하는 습관을 통하여 여성혐오와 같은 비인간적인 사회적 혐오현상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찾을 때 그것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그 사람이 속한 사회적 또는 자연발생적 집단의 전체 문제로 치부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되는 것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사건의 타이틀에서 '민폐남, 무개념남' 보다는 '민폐녀, 무개념녀'를 더욱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정확한 근거 없이 섣부른 일반화로 특정 집단을 가해자로 매도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명백한 혐오발언이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근거 없는 일방적 혐오는 그 대상 집단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로 인해 상대 집단에 대한 맞 비난이 필연적으로 나타나며, 그 결과 위의 '메르스 갤러리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 발발하는 것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갈등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민용태 교수의 말처럼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 미디어를 벗어나 직접적으로, 또 진심을 담아 이루어진다면, '여성혐오' 문화와 같이 특정 집단을 배타적으로 내모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민용태 교수의 여성혐오 극복 방안에 대한 결론은 사람간의 소통이 인터넷 등의 미디어를 통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소통은 여성이라는 특정 집단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약자 계층을 배려하는 우리사회를 만드는데 큰 기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어린이 어깨동무 대학생 평화기자단 뉴피스(New Peace) 4팀 윤현주, 김은영, 박찬희, 최혜지, 류다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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