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에서도 웃음으로 이겨가는 사람들

ㅡ사또바또 마을 방문활동 (6월 30일/화)

검토 완료

정호진(lifefarmer)등록 2015.07.17 16:54
6월 29일 밤늦게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한 후 숙소로 이동하여
밤 12시가 넘어 잠을 자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 30일에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지진피해 현장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우리 일행 6명(정호진/이기열/이강호/장형규/이종원/라주)은
우기인지라 비옷과 우산도 챙기고 장갑과 간단한 작업복 정도를 챙겨서
첫날 목적지인 사또바또로 가는 대절 지프차에 올랐다.

사또바또는 생명누리 카트만두지부장인 김미향지부장 부부가 오래전부터 돕고 있는 지역인데
이번 지진의 피해가 커서 가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제법 많을 거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터이바 재봉교실의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현지인 직원인 라주를 믿고 용기있게 출발했다.

가는 도중 카트만두 시내 곳곳에서 지진 피해를 입은 집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차로 지나가는 입장에서는 뚜렷한 감이 오지 않았다.
매연으로 가득찬 카트만두를 벗어나 2시간 정도가 지난 뒤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용무도 마쳤다.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임시 천막촌 네팔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느와꼿 지역 임시 천막촌 ⓒ 정호진


안내자인 라주도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몇 번씩 물어서 갔지만
산사태로 좋은 길로 갈 수가 없어 한 시간 이상을 돌아서 비포장 산길로 접어들었다.
성능 좋은 지프차가 아니라면 도저히 갈 수 없는 험한 산길을 꼬불꼬불 몇 시간을 달려서
12시경에 겨우 해발 1500미터 정도에 위치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반적인 트레킹이라면 결코 가볼 수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니 폴 목사가족과 딸 상기타가 반갑게 맞아준다.
사또바또 지역의 상황과 교회의 상황을 물어보고
지진 피해 건물들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멀리서 볼 때는 멀쩡해보이던 건물이 온통 갈라지고 벽이 허물어져 내렸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물러 있던 3층 건물은 허물어지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놀고 있던 단층 건물은 무너져 내려서 아이들이 좀 다쳤다고 한다.
그 중 초등학교 2학년인 6섯살 여자아이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건져냈을 때
이미 죽어 있어 버렸는데 극적으로 다시 살아나기도 했단다.

3층 건물도 차라리 허물어졌더라면 잔해를 치우고 새로 지으련만
전문가 의견이 1년간 그대로 두어보고 무너져 내릴지 견딜지를 봐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지금은 지붕도 비가 새고 벽도 제대로 없는 건물에서 폴목사 가족 5명과
몇 년간 함께 살아온 고아들 8명이 한 방에서 함께 살고 있다.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준비해 둔 점심은 네팔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달밭인데
우리 모두 지금껏 먹어본 달밭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점심 후 이미 무너진 집 양철 지붕을 새로 만드는 임시 야외 부엌의 지붕으로 옮겨주는 일을 돕고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사또바또 마을 복구작업 돕기 사또바또 마을 복구작업 돕기 ⓒ 정호진


어떤 정도의 피해인지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몰라 별로 준비를 못했지만
가지고 간 선물들과 재건축 비용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네팔 루피와 달러를 선물로 드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특이한 모습은 그렇게 많은 어려움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고
지금 어렵게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트라우마가 있거나 침울해 있지 않고
해맑은 미소와 싱그런 웃음으로 우리 일행을 맞아주고 배웅해준 점이다.

아랫 마을에서는 모내기 축제가 한창이었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한 데 모여 모내기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여성들은 모두들 축제 예복인 빨간 새 옷을 입고 진흙을 묻혀가며 심고 있고
남성들과 청년들은 축제 음악에 맞춰 노래와 춤으로 함께하며
구경하는 마을 사람들도 모두 흥겹게 참여한다.
정말 위대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참 감동적인 광경이었다.

모내기 축제 지진의 아픔 속에서도 모내기 축제를 벌이는 마을 사람들 ⓒ 정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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