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국회의원 100여 명이 발의한 인성교육진흥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가운데 며칠 전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내용도 더러 있었고 운영의 묘를 살릴 방법론을 두고 논란도 많아 여러 매체에서 칼럼의 소재로 자주 활용하기도 했다. 논란의 정점에 있었던 개별 학생에 대한 인성수준 평가는 하지 않기로 했고 교직원의 인성교육력 제고를 위해 연간 4시간 이상 연수받는 것을 의무화하기는 했다.논란의 핵심은 무엇인지, 논란이나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발표한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는 이미 수많은 매체에서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기성세대들의 인성은 어떠한지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졌다 할지라도 그것을 운용할 자질이나 역량이 부족한 자가 전권을 틀어쥐고 있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에 운전면허 자격을 취득한 이래 늘 운전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나는 '처음에는 운전하는 게 즐겁지만 몇 해 지나면 달라질 거야'라는 주위 사람들의 당위적 보편성에 조소하듯 몇 년 전 1종 대형 운전 자격을 취득하여 퇴직 후에 유치원 버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운행하며 교육계에 계속 헌신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지고 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운전하는 내게도 미간의 주름살을 안겨다 주는 일은 너무나 많다.우리나라 운전자들 중 다수가 정형외과에서 팔 깁스를 막 마치고 나온 환자라 생각이 들 정도로 방향지시등 사용에 인색하다.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외치며 앞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대한민국 특유의 근성(?)이 운전문화에도 스며든 것인지 모르겠으나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을 때 뒤에 있는 차가 무고하게 감수해야 할 고통에 대한 무지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앞차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방향을 급하게 전환하면 따르는 뒤차는 제동을 가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겪게 될 터인데 과실이 있는 자와 손실이 있는 자가 일치되지 않는 이 모순은 누가 해결해 줄 것인가?신호를 예측하여 초록색 불로 바뀌기 직전이나 바뀐 직후에 앞 차량에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 창밖으로 가래침이나 담배공초를 버리는 운전자, 꼬리 물기를 하지 않기 위해 교차로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운전하는 차량에 대해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전자들의 모습이다. 이들 중 인성교육진흥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이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들 중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막연하게 인정하나 인성교육의 주체이기도 할 자신의 인성에 대한 고찰이 없는 자 또한 존재할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고 패륜범죄나 학교폭력이 판치는 세상인데도 인성교육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강변하는 데 비해 도로 위에서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절반이 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어른들이 본보기가 되면 아이들의 인성은 자연스레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진실을 외면하고,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야 직성이 풀린다는 정책입안자적 시선으로 인위를 진리인 양 포장하는 행태가 수위를 넘어서면 안 될 것이다. 어른들이 성숙한 운전 문화로 아이들에게 귀감이 되면 안전교육과 인성교육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사냥할 수 있을 것이다. 고마운 일이든 미안한 일이든 비상등을 깜박인다면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한 격론 없이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비출 수 있을 것이다. 비상등을 켜면 인성교육의 불빛이 깜박인다. #인성교육진흥법 #교통문화 #운전 예절 #인성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