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평화 탈핵,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제 140차 탈핵순례를 다녀와서

검토 완료

강수정(k0429sj)등록 2015.07.30 09:55
10명도 안되는 사람이 섭씨 38도가 넘는 아스팔트 위를 걸었습니다.
이 번이 140번째라고 합니다.

제 14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140차에 함께 탈핵순례를 하는 사람들 모습 ⓒ 오종원


처음 순례단들과 만나서 함께 "생명,평화,탈핵,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를 외쳤을때는 참으로 걸어야 할 이유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영덕에 핵발전소를 짓겠다니...
삼척에 핵발전소를 짓겠다니...
전기가 남아 도는데.. 전기요금 깍아준다고 에어컨 팡팡 틀고 전기 많이 쓰라고 전기 다소비층에게 요금할인제를 실시하질 않나...
후쿠시마가 안전하다고 한국의 고등학생들을 150명씩이나 모아서 일본으로 보낸다고 하지 않나...

이렇게 소수의 사람들이 몸자보를 두루고 이 길을 걷는다고 해결이 될까 싶기도 했지만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140주동안 물집과 땀방울로 이어온 이유는 충분하고도 넘쳤습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월요일마다 이 순례에 참가하신다는 영광 주민이시자 원불교 교무님이신 하상덕 교무님은 그 순례길 20 킬로 미터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꿰고 계셨습니다.

"저 집에는 한 달전에 어미개가 새끼를 났어요. 다섯마리나 되는데 엄청 귀여워요~ "

정말 갓 눈을 떳을 것 같이 고물거리는 무슨 종인지 딱 집어서 말할 수 없는 그 강아지는 귀엽기 그지 없었습니다. 우리 순례단을 쫓아 아스팔트 위까지 따라와서 교무님이 어서 집으로 가라며 돌려 보냈습니다.

그 옛날 마을에 바람처럼 나타난 팔도유랑단을 따라가겠다고 떼쓰던 귀여운 소녀를 달래서 집에 보내던 극단 단장님 같았습니다. 아, 엄밀하게 말하면 팔도 유랑단은 아니고 정기적으로 오는 유랑단입니다. 지금 처럼 살지 말라고 메시지를 전하는 유랑단입니다. 걱정 근심 없는 세상으로 지금과 다르게 살자고 걷기놀이를 통해전해주는 탈핵 유랑단입니다.

제 14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영광 핵발전소 정문앞에 모인 순례자들이 4배를 올리고 있다. ⓒ 오종원


5키로 미터 이상을 걷고 나니...

앞의 사람 바짓 가랑이 스치는 소리와 매미소리... 그리고 사람이 있든 없든 아우토반 엔진을 자랑하며 쌩쌩 지나가는 네바퀴 수레들의 소리가 얽혀서 노오랗게 뜬 여름날이 되었습니다.

제 14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섭씨 38도씨를 넘어 도로위를 걷고 있는 순례단 ⓒ 오종원


7~8키로 미터 이상 걸었다 싶었을때는  왜 걷는지 그 비장했던 이유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단지 아지랑이가 보이고 내 숨소리만 들렸습니다.

아~ 이 순례는 언제 끝날까?

오늘의 순례는 20킬로 미터 지점에 영광핵발전소 돔이 여섯개가 옹기종기 보이면.. 끝나겠지만...

제 14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단체사진을 찍는 140 차 탈핵순례단들 ⓒ 강수정


우리가 짊어져야할 돔 이상의 것들은 과연 언제 쯤 묻어버릴 수 있을까?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 일까?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포기를 할까?
폭염속에 핑도는 습기에 '그냥 다 놓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무심코 스쳤습니다.

제 14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순례가 끝나고 최연소 자로 마이크를 넘겨 받아 발언하고 있는 필자 ⓒ 오종원


신 같은 영험한 존재가 만일 있다면
끝닿는데 없는 인간의 욕심을 보면서...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인간들...
뭍 생명들중에 가장 답이 없네.. (No 답!)
그 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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