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학부모'의 자세

'럭셔리버스' 들으며 '삶'을 찾고 교육의 열쇠를 쥐다

검토 완료

김태완(perfect95)등록 2015.08.03 15:22
  얼마 전 한 지인이 볼일도 볼 겸 비번일의 여유도 누릴 겸 서울에서 천안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는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고속열차로 40분이면 이동할 거리를 두 고 굳이 긴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자 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자리도 불편한데다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하는 무질서의 질서에 혀를 내둘렀던 모양이다.

흡사 옛 비둘기호를 탄 느낌이었다는 지인의 말에, 'KTX를 탈 걸'이라는 후회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비둘기호와도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감정의 사치로도 비추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땡이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뒤늦게야 정신 차려 지방 사립 사범대에 턱걸이로 입학했던 내가, 국립 사범대에 아쉽게 떨어져 결국 이런 하찮은 곳에 입학하게 되었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동기에게서 느끼는 감정처럼.

이쯤해서 원모어찬스(One more Chance)의 '럭셔리버스'라는 노래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노랫말을 만든 정지찬의 경험담일 것 같기도 한 이 곡. 후텁지근한 여름날 남인도에서 멋지게 버스 여행을 떠나려 했던 화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찌는 듯한 어느 여름 남인도에서 내가 애써 예약해 놓은 멋진 럭셔리 버스
   하지만 그곳에 갔을 때 내가 만난 건 사람, 염소, 닭이 같이 타는 낡아빠진 시골버스
   나의 황당한 표정 화가 난 모습 뒤로 어느 인도 할머니는 돈이 없어 내려야했어
   누군가에게 실망스런 일이 누군가에게 럭셔리함 그래 내가 탄 버스 럭셔리 버스 맞았어
   럭셔리 버스 럭셔리 버스 부우웅 우리가 함께 타고 가는 멋진 순간들
   럭셔리 버스 럭셔리 버스 부우웅 힘든 인생은 없어 럭셔리한 경험만 있을 뿐
   우리는 기다리며 살지 멋진 순간들만 하지만 우릴 기다린 건 황당한 순간들
   하지만 먼 훗날 뒤돌아보면 모두 럭셔리한 무용담 걱정할 필요 없어 모두 추억이 될 테니
   럭셔리 버스 럭셔리 버스 부우웅 우리가 함께 타고 가는 멋진 순간들
   럭셔리 버스 럭셔리 버스 부우웅 힘든 인생은 없어 럭셔리한 경험만 있을 뿐

사람과 동물들로 범벅이 된 시골 찜통 버스 속에서 기대감이 무너져 짜증이 났던 화자. 실망감도 잠시, 보잘 것 없는 버스임에도 무임승차할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를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러운 대상이나 상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지덕지(感之德之)'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본의 아니게 화자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할머니의 '초라함'에서 우리 아이들의 감성을 돋게 할 키워드를 찾으면 어떨까?

지난 7월 22일 나는 경상남도교육청 주관 '2015. 2차 교육감과 함께하는 500인 원탁 대토론회'에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수행하며 경남 지역의 학부모와, 교사, 도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가정에서는 어떤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주제를 두고 가족끼리 함께할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점, 부모와 자식 간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 등이 거론되곤 했는데 무엇보다 많은 지지를 얻었던 부분은 부모가 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아이들의 행복을 논하기에 앞서 그들의 거울일 수 있는 부모가 사리 판단에 있어 중심을 잡고, 차가운 머리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을 맞이한다면 교육적 효과는 인위적인 끈 없이도 자연스레 형성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원모어찬스의 노래를 들려주며 밥 한 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게 해 주면 어떨까? 학교 현장에서 급식지도를 해 보면 반찬 투정이 도를 넘는 것은 예사고 잔반을 정도 이상으로 남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입맛에 맞지 않아 남긴 것을 두고 쌀 한 톨이 곧 농부의 땀 한 방울이라는 고전식 밥상교육 메시지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단체 급식에서 이루기 힘든 그 '맛'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리원의 노고를 애초 염두에 두지 않는 자세는 문제로 삼아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다. 혹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관행과 악습으로 인해 유통이나 검수 체계에 구멍이 생겨 급식의 질이 저하되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겠지만 그런 상황과 무관하다면 학부모의 '솔선'이 필요하고 아이들의 투정에 '적절한 거리'도 필요하며 가정 내에서 요리 당번을 정하여 서로의 고마움과 한 끼 밥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줄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보편적 경제 능력에 수렴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푸념을 늘어놓기에 일쑤인 반찬이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진수성찬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줄 필요도 있다.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나 결식 우려 아동, 사각지대 아동들을 위해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아동급식카드로 지원해 주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동급식카드로 편의점에서 빵 몇 개를 사들고 끼니를 때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실망스런 반찬이 누군가에겐 '럭셔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해 준다. 불만과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내 푸념이 다른 이에게는 사치로 느껴지고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해야 한다.

이 노래는 이어 '힘든 인생은 없어 럭셔리한 경험만 있을 뿐'이라 선율을 타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힘든 학부모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금은 가난이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이것이 곧 네 삶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희망고문의 차원도 아니고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힘들다는 자조 섞인 말이 알려주듯 계층 이동의 한계가 심화되고 있음을 간과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물질적 결핍 속에 살고 있는 학부모가 어떤 이유로 신자유주의의 희생양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물질적 결핍이 정신적 결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구조의 변혁이 필요한 부분은 그 부분대로 기성세대 모두가 해결해야 할 몫이고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방송인 이경규가 어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살다보니 난관에 부딪히는 일 중에서 짐 아닌 것이 없더라. 인생 자체가 짐이더라. 가난도 짐이고 부유함도 짐이더라. 질병도 짐이고 건강도 짐이더라. 책임도 짐이고 권세도 짐이더라. 헤어짐도 만남도 미움도 사랑도 짐이더라. 어차피 이럴 바엔 기꺼이 짐을 지자. 다리가 휘청거리고 숨이 가쁠지라도,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큰 돌덩이를 지고 강을 건너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지혜처럼 '삶'과 보람, 행복을 위해 주어진 짐을 기꺼이 지자."   

'힘든 인생은 없어! 럭셔리한 경험만 있을 뿐'이라 깨우침을 줄 수 있는 부모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그 말의 당위와 명분을 얻기 위해 부모가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아이들의 거울은 어른이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