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이기령길 산 골짝에 “웬 무인카페”

무인카페 잎새바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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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균(ydk3953)등록 2015.08.12 10:20

강원도 동해시 이기령고개 인근 산골 마을 무인카페 "잎새바람"으로 청파의 삼동서 부부가 피서를 다녀온 잎새바람 풍경을 소개 합니다. ⓒ 윤도균


지난 6월 막내 동서 생일을 맞아 인천대공원 캠핑장에서 삼 동서(3동서) 부부가 생일축하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올해는 우리 삼동서 부부가 웬만하면 시간 내어 여름휴가를 함께 다녀오자고 약속 했다.  

내 경우 친가 쪽 형제자매들과는 모임이 있어, 그동안 여러 차례 피서도 가고 국, 내외 여행도 했다. 그런데 처가쪽 가족들과는 결혼 40년이 지나도록 언제 피서나 여행 한번 못했다. 명색이 큰사위 입장에서 말이 아니다.

마침 삼 동서 부부는 합의를 했으니 이번에는 두 처남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강화에서 한우 농장을 하는 큰 처남은 150여 마리 한우 관리 문제로 참석이 어렵다고 하고, 막내처남은 개인 사업 관계로 며칠간씩 빠지기가 쉽지가 않다고 매형들이나 누나들과 함께 다녀 오라고 한다.

모처럼 맘 먹고 처가 5남매 부부가 피서를 가려 했는데 계획 초기 단계부터 펑크다. 그렇다고 이미 동서들과 약속한 피서 계획을 취소하기도 그렇다. 큰 처남, 막내처남 두 내외가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다. 올해는 삼 동서 부부 여섯이서만 피서를 계획대로 떠나기로 했다.

그럼 피서지는 어디로 정할까? '동해안으로 가자, 서해안으로 가자' 여섯 사람 의견이 분분하다. 이때 맨 손위인 내가 제안을 했다. '동해도 좋고 서해도 좋지만, 올해는 강원도 두타산과 "무릉계곡"이 있는 곳으로 가면 어떨까? 하고 의견을 물었다.

강원도 동해시 이기령고개 인근 산골 마을 무인카페 "잎새바람"으로 청파의 삼동서 부부가 피서를 다녀온 잎새바람에 다양한 옛날 소품들이 진열된 모습이다. ⓒ 윤도균


잎새바람 무인카페에 진여된 소품들 입니다. ⓒ 윤도균


그러자 만장일치로 올 여름 피서는 두타산과 무릉계곡이 있는 동해시로 가기로 정했다. 마침 강원도 동해시 두타산 인근에서 '잎새바람'이라는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후배 (오영환‧이정화)부부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후배가 오래전부터 '형 한 번 놀러와서 좋아하는 두타산도 탈겸 다녀 가라고' 누차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은 후배가 반가운 목소리로 맞이 한다. '아우 오랜만이야 잘 있지. 사실은 내가 모처럼 삼동서 부부와 올 여름 피서 계획을 짰는데 (2015.8.1.~3) 혹시 자네네 사업장 잎새바람에 우리 일행 민박이 가능 한가해서 전화했어. 그러자 후배는 '형님 오시면 대 환영'이니 아무 걱정 말고 그냥 몸만 와도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2개월여를 기다려 드디어 8월 1일 새벽 화성시 동탄에 사는 막내 동서네 집에서 삼동서 부부가 만났다.

이어 세 집에서 준비해온 피서 준비물을 막내 동서의 9인승 차에 가득 싫고 새벽 5시 통탄을 출발, 영동고속도로를 달려가는데 곳곳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정체가 지속된다. 그러나 우리야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냥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데로 교통 흐름 따라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달려가도 된다. 차가 밀리면 휴게소에 들려 준비해간 간식도 먹고 분위기 좋은 휴게공원에서 기념사진도 찍으며 여유만만 느림보 거북이가 되어 달려간다.

강원도 동해시 이 기리로 319번지에 위치한 '잎새바람 (전화 033-534-7873)'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반이다. 그러니까 동탄에서 그럭저럭 5시간 반 걸려 도착했다. 하지만 휴게소에서 논 시간 빼면 아마 4시간 반 정도 달려 도착한 것 같다.

무인카페에 소장품으로 장식된 물품들 ⓒ 윤도균


백두대간 이기령길 산행중에 만난 녹음 풍경 ⓒ 윤도균


이곳 잎새바람 무인카페 쥔장은 내가 40여 년 전 종로세운상가에서 사업 할 때 만난 (오영환‧이정화) 부부가 운영하는 사업장이다. 그런데 쥔장 내외가 보이질 않는다. 이상하다. 오 사장~~~ 오 사장~~~ 몇 차례를 불러도 대답이 없다. 한 참만에 저 쪽에서 안주인이 뛰어 오며 안녕하세요. 하며 우리를 맞이 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를 초대한 쥔장이 갑자기 부산에 사업차 볼일이 있어 출타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 전화가 온다. 쥔장 오영환이다. '형님 미안해요. 갑자기 생긴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부산에 왔다'고 사정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자기대신 수진 엄마가 형님 계시는 동안 불편 없이 잘 보살펴 드릴 것이라고 하며 거듭 미안하다고 한다. 동생의 전화를 받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냥 내 집처럼 묵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에 오자마자 두고두고 궁금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잎새바람"이란 상호가  '의미심장' 하게 생각이 된다. 상호만 보면 음식점인지, 카페인지, 민박집인지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잎새바람이란 상호에 저절로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상호는 그렇다 처도 아니, 이 깊은 험준한 산골에 무인카페는 또 웬 말인가. 사람들 내왕이 많은 곳이라면 모르겠는데, 이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고작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산 꾼들이 (댓재, 햇댓등, 통골재, 두타산, 박달재, 문바위재, 청옥산, 연칠성령, 고적대, 고적대 삼거리, 갈마봉, 이기령) 대부분일 텐데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서 짐을 풀자마자 호기심에 무인카페 "잎새바람"부터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곳 무인 카페 쥔장은 어디서 그 수를 헤아릴 수 도 없을 정도의 옛날 희귀 소품들을 수집해 장식을 해놓았는지 마치 내가, '시간이 멈춘 그때 그 시절' 속에 머문 것이 아닌가 하는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백두대간 이기령길 산행길에 만난 풍경 ⓒ 윤도균


백두대간 이기령길 산행길에 만난 야생화와 풍경 ⓒ 윤도균


그러니 한 번 왔던 손님은 그 분위기에 취할 것 같다. 요즘처럼 넘쳐나는 전자 문명 시대 소용돌이 속에서 핍박해진 현대인들에겐 어쩌면 상큼하고 아련한 향수를 느끼기에 안성맞춤 장소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장사 될 것 갖지 않은 심심산골 벽지에 '잎새바람'이란 무인카페문을 연 쥔장의 발상을 발상이 어쩌면 한 시대를 앞서 가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카페를 돌아본 후 우리도 차를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런데 '차는 어디에 준비 된 것일까' 이리저리 휘둘러보니 저쪽 구석 한 쪽으로 주방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양한 전 통차와 커피 류가 준비되어 있고, 옆에는 전기 포트, 가스레인지도 준비 되어 있다. 우리는 대추차를 한 잔씩 타 다실에 모여 앉으니 뜻밖에 그곳에는 60여 년 전 초등학교 다닐 때 본 "풍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자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인 막내 동서가 풍금 연주를 했다. '오빠 생각, 고향의 봄' 등 연주에 맞춰 우리는 합창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 분위기가 마치 작은 음악회 같다. 우리 일행들이 풍금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사이에 무인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우리를 보고 머리를 끄덕이며 보고 간다. 차를 다 마시고 나오니 돈은 어디에 내야 하는지 몰라 사방을 둘레둘레 살핀다. 주인이 없어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현관 입구 기둥에 손때 묻은 두툼한 작은 나무 궤짝 통이 하나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통에는 '양심통 1인 3,000원'이란 글이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에 낙서로 쓰여 있을 뿐 이다. 카페를 나왔는데도 또 다시 무인카페 운영에 대한 궁금증이 더했다. 차를 마시고 동서, 처제들과 점심 자리에 잎새바람 안 주인장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며 물었다.

'아니 카페에 주인 없이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고, 그랬더니 '주인장 왈 여기는 아는 사람들과 한두 번 다녀간 사람들이 단골'로 찾는다고 했다. 별일이다. '아니 그럼 차를 마시고 돈 안내고 가면 어떻게 하냐.' 고 또 물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요. 고객의 양심'을 믿으니까 그런 염려는 안한다고 했다.

백두대간 이기령 고개에서 동서 처제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 윤도균


안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나이 지긋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오시는 손님, 또는 친구들과 찾아오는 손님은 몇 팀이 들락날락 다녀간다. 그런데도 안 주인장은 우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침에 무인카페 정리 정돈과 청소를 하고 차 준비해 놓고 나면 장사 준비 끝이라고 했다."

'신선한 충격이다. 요즘같이 험악한 세상에서도 무인카페'가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믿기지 않았다. 예사롭지 않은 무인카페 분위기를 체험해 본 동서와 처제들도 하나같이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예찬을 한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안주인 안내를 받아 백두대간 (댓재, 햇댓등, 통골재, 두타산, 박달재, 문바위재, 청옥산, 연칠성령, 고적대, 고적대 삼거리, 갈마봉, 이기령) 더바지길 (더바지는 힘들다는 뜻을 지닌 강원도 말이다.) 산행을 했다.

우리가 산행을 한 이기령 길은 아주 먼 옛날에,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는 선비들이 이곳 이기령(더바지) 길을 넘나들었다고 한다. 또한 동해지역 보부상들이 동해에서 생산된 물품을 가지고 이길을 넘어 한양이나 대처로 장사를 하기 위해 오가던 길이라 한다.

그런데 이 길(이기령)을 동해시에서  백두대간 등산로와 연결해 복원 한다고 한다.

백두대간 이기령길 산행을 마치고 동서 처제들과 함께 피서지 신바람 뒷풀이도 합니다. ⓒ 윤도균


동해시, '이기령 더바지길' 복원 관광자원 활용

강원도 동해시는 옛 보부상의 애환과 선비들의 장원급제의 꿈을 안고 을 넘나들었던 '이기령 더바지길 을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키로 했다고 한다. 옛길 복원을 추진 중인 동해시는 이기령 더바지 길의 역사·문화적 요소를 발굴하고, 인근에 약초재배 단지와 꽃 단지, 산촌 문화 체험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동해시는 올 상반기에 기본구상 설계용역을 통해 코스 등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총 68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백두대간 탐방로(옛길복원)는 천연적인 자연자원을 활용해 탐방로 (황토포장, 경계로프휀스, 원주목계단), 휴게시설 (사각파고라, 평의자, 야외탁자, 평상), 편의시설, 안내시설, 휴양시설 (포토존, 주막체험) 등 다양한 산촌체험이 가능한 산촌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동해시 제공]

무릉계곡 인근 산골에 무인카페 잎새바람을 소개 합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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