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 사라’고 한 적 없다 발뺌하는 건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해 전월세 문제부터 해결해야

검토 완료

윤은주(dongi78)등록 2015.09.01 11:36
지난 18일(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4회계연도 결산 심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한 것은 빚내서 집 사라고 한 뜻이 아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파격적인 금리 인하와 규제 완화를 통해 빚내서 집 사라는 주택매매 활성화 정책을 펴왔다. 그 성과로 주택거래가 활성화 됐다고 자화자찬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가계부채가 심각해지자 빚내서 집 사라고 한 게 아니었다고 발언해 시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최 부총리 발언과 주장은 정부의 정책만 믿고 빚내서 집을 구매한 시민들의 발등을 찍는 무책임의 극치이다.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의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잦은 구설 속에 15개월 만에 사퇴하고, 2기 경제팀의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추진한 것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였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대출자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최대한 빌릴 수 있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LTV가 50%라고 하면 2억 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1억 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 기존에 LTV는 은행·보험업종은 수도권 50%, 지방 60%였고, 비은행권은 수도권 60~85%, 지방 70~85%였다. 그런데 최 부총리는 이 비율을 전 금융권 동일하게 70%까지 허용하도록 완화했다. 2억짜리 집을 구매할 때 1억4천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DTI(총부채상환비율)는 대출자가 자신의 소득에 비해 얼마나 많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가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7천만 원이고, DTI를 50%로 설정하면 은행에서 총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합한 상환액이 1년에 3천5백만 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규모를 제한하게 된다. DTI 역시 기존에 은행·보험업종은 서울 50%, 경기·인천 60%였고, 비은행권은 서울 50~55%, 경기·인천 60~65%였는데, 최 부총리가 전 금융권 60%로 완화하면서 연 소득이 7천만 원이면 4천2백만원까지 한도가 올라갔다.

이처럼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은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었고, 같은 조건에 더 많이 대출을 해줄테니 집을 구매하고, 오른 전세값을 내라고 유도한 것이다. 실제 많은 시민이 정부의 정책을 빚내서 주택 구매하라는 의도로 파악했고, 전세난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했다.

그런데 최근에 정부가 미국금리 인상을 앞두고 대출심사를 '담보 중심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하며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심사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바꾸었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정책 추진이 시장에 어떤 결과를 발생시키는지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부른 정책 발표로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정책 대상자인 시민들이 그 정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입장만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큰 잘못이다. 최 부총리의 이번 발언도 이러한 불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런 말 안 했는데 무지한 시민들이 그렇게 인지했다는 것이다. 빚내서 집 사라고 했다가 가계부채 급증하자 대출을 억제한다고 하는 예측 안 되는 정책 반복에 시민들만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18일(화) 최 부총리는 "저금리 정책을 쓰자고 한다면 돈의 양을 푸는 것이라 누군가는 빚을 내야 한다. 빚을 늘리지 말고 저금리 정책을 하라는 것은 모순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는데, 최 부총리가 말하는 그 누군가는 전세난에 지친 20~30대들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20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013년 4조397억 원에서 올해 6월 6조514억 원으로 49.9% 급증했고, 30대는 2013년 47조6,148억 원에서 올해 6월 61조8,973억 원으로 29.9% 증가했다.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전세난에 지친 젊은 층이 대출을 받아 주택 구매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20~30대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올 2·4분기에만 34만743건으로 지난해 2·4분기보다 39.1%, 전 분기보다는 18.3% 증가했다. 빚을 내야 하는 누군가가 사상 최악의 취업난과 비정규직 고용위기 등으로 연애, 결혼, 출산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 등 모든 걸 포기하는 20~30대가 됐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정책이다.

가계부채 해결은 전월세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고는 해답이 없다. 최고의 가계부채 대책은 부동산 문제, 특히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전세난에 지친 시민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악순환을 끊고, 금리 인상과 주거비 부담 증가와 맞물려 주거불안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입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9월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현재 2년으로 보장돼 있는 임대차 계약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 경실련은 작년 말에 계약갱신을 2번까지 인정해 적어도 6년간 아정적인 거주를 보장하도록 하고 계약갱신시 차임 인상이 5%를 넘지 않도록 해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청원했다. 서민주거복지특위는 가계부채와 주거불안으로 내몰리는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이번에는 반드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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