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학업과 진로 다 잡을 수 있을까?

“진로 개발에 도움되지 않을 것”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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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빈(alwaysllllll)등록 2015.09.14 13:27
9월, 중학교들이 잇따라 개학하면서,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전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었다.

교육부는 2013년 4월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 계획을 알렸고, 그해 9월부터 연구학교를 선정하여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운영 계획에 따르면 내년인 2016년에는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을 기회를 학교에서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의 과도한 학업 부담을 줄이고 적성에 맞는 수업으로 진로를 개발하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다.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특징은 지필고사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형성평가, 수행평가 등 학교에 맞는 평가 방식을 채택한다. 자율과정은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ㆍ체육 활동, 선택 프로그램 활동 등으로 채워진다. 고교입시에도 자유학기의 성적은 반영되지 않고, 점수 대신 서술형으로 활동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자유학기제 동변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동변중학교) ⓒ 동변중학교


대구 북구 내 유일한 연구학교인 동변중학교는 올해 자유학기제 도입 3년 차다. 이에 따라 학생 맞춤형 교과를 편성하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3일 동안 업체를 방문해 몸소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3일 직업체험 프로그램'에 50여 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올해는 동대구역, 로컬푸드직영점, 학교 인근 어린이집 등을 10월 27일부터 3일간 체험할 예정이다.

동변중학교 자유학기제 담당자는 "전반적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다. 지금 3학년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 과정, 참여 동기, 수업 결과 등을 통합해서 평균을 냈는데, 2013년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04점, 2014년에는 4.47점으로 높은 점수가 나왔다. 처음 도입을 할 때 학부모님이 수업에 영향을 많이 미칠까 봐 걱정을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이 '시험을 안 치면 공부도 안 할 줄 알았더니 의외로 그렇지 않더라'고 하시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자유학기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아직 활동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3일 직업 체험에 참여하는 업체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일반 마을에 있는 학교들도 동참하도록 재능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또 활동하는 동안 아이들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교사가 계속 통제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항상 지켜볼 수는 없다. 학생 통제와 안전 관리 부분에서 힘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학기제가 정말 아이들의 진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진로를 개발하기에는 한 학기라는 기간이 다소 짧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필고사가 없다 보니 학업 분위기가 저하되고, 공교육 약화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사 입장에서도 자유학기제는 부담이 크다. 자연히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김봉석 전교조 중등지회장은 "기본적으로 자유학기제 취지에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보면, 자유학기제를 도입할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한다. 수업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자유학기제에 대해 '시험을 안 쳐서 좋긴 한데 왜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것이 대다수의 반응이다."라며 "기본적으로 업무 중심, 실적 중심인 평가 제도와 입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전체적인 제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한 학기만 바꾼다고 해서 성적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 수 없다. 또 공교육에서 교사들이 양질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정작 올해 학교가 받는 예산은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환경과 여건부터 만들어주어야 취지에 부합하는 자유학기제가 운영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은빈 기자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의 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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