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

검토 완료

이안수(motif1)등록 2015.10.26 13:21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것 중의 하나는 지도모으기입니다. 이 취미의 시작은 너무 오래되어서 언제부터인지를 정확히 기억할 수 없습니다. 학교의 학기가 바뀌어 교과서를 새로 받고 지난 교과서를 모두 버려야할 때도 저는 '지리부도'책은 예외였습니다. 제 서재에 지금도 오래된 '지리부도'책이 그 습성의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사회로 나와 지난 30여 년간 지구촌 곳곳을 여행할 때, 제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먹은 것 외에 아무것도 귀국 가방에 담기기를 원치 않았지만 제가 방문했던 곳의 지도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접힌 부분과 모서리가 헤진 낡은 지도들은 지금 제 한 서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수십년전 사진속, 우리 부부의 단칸 셋집의 벽면에 붙은 것도 그림 액자가 아니라 지도입니다. ⓒ 이안수


지금까지 제가 접한 많은 지도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지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Wikimedia Commons에 올라있던 'Happy Planet'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구행복지수(HPI : Happy Planet Index)를 나라별 컬러로 나타낸 지도입니다. 행복지수가 높은 초록색에서 낮은 갈색까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한눈에 지구촌 각 나라의 삶의 만족 정도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지도에서 중남미와 동남아시아가 초록색이며 미국이 중․남부아프리카와 러시아 및 동유럽국가들과 같은 갈색이라는 이라는 것입니다.

지구행복지수(HPI : Happy Planet Index)를 나라별 컬러로 나타낸 지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appy_Planet.PNG ⓒ 이안수


이 지수는 영국의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에서 국민의 기대수명,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 환경파괴 현황 등을 고려해 작성 발표하는 지수입니다.

현재시간(2015년 10월 26일)으로 NEF의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조사대상국 151개국 중에서 HPI는 코스타리카가 1위, 베트남 2위입니다. 한국이 60위이며 미국이 104위입니다.

이 지도가 제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잘사는 나라의 기준인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즉 한 나라에서 창출한 부가가치 또는 최종 생산물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합계의 순위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현재(2015년도)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100위까지 명목기준의 GDP순위는 미국이 1위, 한국이 11위이며 베트남이 45위, 코스타리카가 77위입니다. 중미의 코스타리카공화국(Republic of Costa Rica)은 세계에서 최초로 헌법에 의해 군대를 폐지한 나라로 국토의 약 25%가 보호지역,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습니다. 

늘 우리가 입에 올리는 경제지표가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지난 10년간 게스트하우스, 모티프원을 찾았던 분들께서 이곳에서 행복과 충만함을 자각하는 요소도 신분의 고하나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펴볼 수 있는 시간, 쫓기지 않는 발걸음, 자신의 머리에 내려앉은 달빛, 아침의 새소리 같은 누구의 것도 아닌, 그래서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비롯되었습니다.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고 합니다. 행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은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이미 담겨있습니다. ​

한 손님이 떠난 뒤에 남겨진 방명록에서 다시 그 사실을 확인합니다.

"2015. 10. 25. 일요일 아침 7:50 

짹짹~ 찍찍~ 거리는 새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평화로운 아침을 선물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