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체자레 롬브로조 저 <미쳤거나 천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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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진(ssolabim)등록 2015.12.31 16:08
<미쳤거나 천재거나>의 저자 체자레 롬브로조는 천재들을 위한 변명, 천재론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의 시발점은 천재라는 것이 어쩌면 특별한 병적 상태의 발현이 아닐까라는 지적 호기심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부분에 있어서 퇴행의 징후들은 미치광이보다도 천재들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산스크리트어와 히브리어에서는 미치광이와 예언자가 같은 단어라고 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미치광이가 현자를 가르친다."

1부에서 그는 천재의 특징들을 풀어놓는다. 플라톤은 광증이 신에게 받은 매우 큰 은혜라고 말했다. 천재성은 제정신일 때는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데모크리토스 역시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는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없다고 믿었다. 이처럼 많은 천재들은 광기라는 특성을 천재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천재와 키의 관계, 천재들의 건강, 천재들의 두개골, 천재와 부모와의 이질성 등을 살펴보면 천재들이 꽤 많은 공통적인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부에서는 천재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원인 분자들을 이야기한다. 기상 조건은 천재의 업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문학 작품과 새로운 이론의 발상은 날씨가 좋은 계절에 집중되었고, 천문학적 관찰 역시 겨울보다는 봄에 훨씬 활발했다. 그렇다면 DNA가 천재성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또, 당시 문명과 시대 상황이 천재의 탄생을 얼마나 좌우하는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시대와 운을 타고나지 못하면 그 능력이 묻혀버리고 말았던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일례로 올 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사도>의 주인공 사도세자의 재능이 그러하다. 어떤 역사학자는 사도가 억울한 죽음을 맞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전혀 다른 궤도에 접어들었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3부는 미치광이의 모습을 보였던 천재들을 조명하고 있다. 문학계의 미치광이 천재들, 예술계의 미치광이 천재들, 그리고 정치계와 종교계에서 활동했던 미치광이 천재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독특한 가치관을 지녔으며, 일반인들이 보기에 낯선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천재들이 인류의 진보에 기여해왔고, 앞으로도 소수의 천재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4부에서 저자는 이제까지 천재들이 보인 퇴행적 정신 상태를 큰 줄기로 요약하며 자신만의 결론을 이끌어 낸다. 총 17가지의 특성으로 천재들의 정신 상태를 특징지으면서, 마지막으로 간질병적 속성과 천재성의 연관관계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드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천재가 저자의 주장대로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는가. 저자는 물론 정상인 천재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어쩌면 대중에게 드러내지 않은 감춰진 정신병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천재들은 그 축복과 재앙의 능력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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