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찾아 떠난 겨울여행의 즐거움

안동식혜의 20년 한을 풀었다.

검토 완료

한윤희(hanyunhi)등록 2016.01.13 15:40
겨울 여행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멋보다 맛찾아 삼만리이다.

안동식혜

20여 년 전 안동 한정식을 직원들과 먹으며 후식으로 나온 시뻘간 음료를 처음 보았는데, 옆에있던 동료는 안동전통음료 안동식혜라며 맛있게 꿀덕꿀덕 마시던 것을, 충청도에서만 20여년을 살았던 나는 고추 가루에 무우가 둥둥떠있는 것이 무슨 식혜인가 생각하며 먹지않았다. 

안동식혜 맛 찾아 떠난 겨울여행에서 헛제삿밥과 안동식혜를 맛보았다. 생강의 맛이 강한 달콤 쌉싸름한 안동식혜이다. ⓒ 한윤희


그때의 먹지않은 아쉬움인지 호기심인지 안동에 가면 꼭 먹어보아야지 생각하니, 이번 여행이 어릴적 소풍가기 전날과 같은 설레임이 넘친다.  그리고 총각시절 의성에서 근무할 때 안동댐 아래에서 그 유명하다 하는 헛제삿밥을 먹었던 그리운 추억이 있어, 안동에 가서 추억찾아 그리움 찾아 헛제삿밥에 안동식혜를 먹었다.

식혜는 이러이러 해야해. 하는 고정관념에 의해 먹지 못했던 안동식혜를 이십년만에 먹어본 것이다. 달짝지근 쌉쌀한 안동식혜다.

한번 끓인 일반 식혜가 아닌 발효시킨 안동식혜는 생강의 맛과 무우의 씹히는 맛에, 고두밥과 각종 천연재료가 어울어진 맛이다. 생강의 향이 강한 달짝지근한 발효의 맛인가. 생각외로 괜찮은 맛이다.

헛제삿밥은 경주 처가집 제사때 먹었던 경상도 제사밥과 별차이는 없다. 돈배기 상어고기와 조기 그리고 각종 나물 등이 있는 제삿밥이다.  다만 안동댐 아래에서 20년전 아름다운 젊은 시절 한때를 상기시키는 추억의 밥상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청송사과

안동에서 청송가는길이다. 청송에 있는 직장에 초임발령받고 대구에서 안동, 안동에서 청송으로 버스타고 홀로 찾아가던 23년전 그 시절이 생생히 떠오르는 그 길을 가족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간다.

그 시절, 버스에서 잠자다 문득 깨어보니, 내가 왜 바다위에 떠있지, 하며 잠시 착각하게 만든 임하호의 계곡 연결 고가도로, 청송읍이라하여 내가 살았던 부여읍 정도의 규모를 생각했더니, 막상 청송읍에 도착하여 살펴보니 시가지 규모가 면단위 규모밖에 안되는 시가지, 청송읍 여관에 홀로 투숙하고 있으니 한밤중에 문을 두드려 깨워 나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던 경찰 등이 떠오른다.

얼마전 의정부에 있는 효자봉을 산책하고 올 때이다. 아파드 단지 노상에서 상인이 트럭으로 청송 꿀사과를 팔기에  두상자를 사서 집에 가져 갔더니, 아내는 무슨 사과를 이렇게 많이 샀느냐 하며 면박을 주던 생각이 난다. 그 사과 한박스가 지금 차트렁크 실려있다.

한박스는 처가집갈 때 가져갈려고 한다 말하니 나에게 많이샀다고 면박주던 아내가 미안하다고 했던 그 사과박스다.  청송은 역시 사과가 많이 생산된다.  청송에서 영덕가는 길가에는 산지 사과라며 사과파는 농부들이 많다.

직접 재배한거라 하며 덤으로 서너개 더 주는 것은 기본이며 한상자 가격이 너무싸고 맛도 좋다.

남편 농부는 나와 흥정하면서 많이 주려고 옆에 바구니에 있는 사과를 내가 산 바구니에 담아주기 바쁘고, 부인은 맛보라며 사과를 깎아 주기 바쁘다. 차 안에 있는 아내에게도 깎은사과 갖다주고, 차타고 가면서 먹으라고 봉지에 덤으로 더 쌓아준다.  산지에서 직접 구매할 때의 재미이며 매력이다. 

차트렁크에 사과 한상자가 실려있지만 한상자 더 산다. 올해는 과일이 풍년이다. 태풍도 없고 날도 덥고 장마도 길지 않아서이리라. 

고개 너머 영덕으로 가면 사과는 없고, 복숭아밭이 펼쳐진다. 예전에 복사꽃이 한창일때, 이 길을 드라이브하며 무릉도원은 바로 이곳이야 하며 감탄한 영덕 복사꽃길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만 잠자며 봄을 준비하고 있구나.

대게

포항 죽도시장이다.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데  요즘은 대게가 제철이다. 12월에 사면 아무리 큰 대게라 해도 살이 차지않아 본전 생각나게 만든다. 그러나 1월달 즈음은 대부분 살이 차기에 요즘 구입하면 실속이 있다.

죽도시장에서 산 대게 겨울에는 죽도시장에 대게가 제철이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맛을 보면 후회하지 않는다. ⓒ 한윤희


"이거 알 찼어요. 이 대게는 숫거예요.  알은 암컷인 빵게가 차지요. 알이 아니고 살은 요즘 대부분 백프로는 아니고 칠팔십프로 찼습니다.  다리는 거의 백프로 잤지요." 하면서 대게의 다리 하나를 가위로 싹뚝 잘라 보여준다. 다리살이 꽉 차있다. 진실을 보여주려 함이 실감난다.

"가격은 어떻게 돼요."
"이쪽 열마리는 십만원인데 칠만원에 가져가세요. 이쪽 열마리는 십오만원인데 10만원에 가져가세요."
"비싸네요."
"비싸긴요. 어제까진 이거 십만원이 아니라 십이만원에 팔았어요."
"예. 그러면 이걸로 주세요. 쪄 주지요."
"찌는건 무료인데 상자값은 삼천원 내셔야합니다."
"알겠습니다. 맛있게 쪄주세요."

살면서, 상인들의 상술적인 말을 번번히 들으면서 상술적이라 생각하면서도 손해보고 판다는 스타일의 말을 들어야 사고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술적이고 기만적이라 하더라도 언어로 소통함으로서 인간미와 정을 나누고자 함이다. 부르는 것이 값이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고 절대값은 없으니 거기에 흥정이라는 인정의 값을 만드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시 돈을 쏟아부어 많이 변화된 포항을 뒤로하고 경주로 간다.

남산

서울에 남산이 있다. 그리고 N서울타워도 있지. 천년 고도 경주에도 남산이 있다. 경주의 남산은 노천 박물관이라 불린다. 여기저기 불상과 불탑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신라시대에는 귀족들만 황룡사 분황사 등의 사찰에 들어가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사찰에 들어가 신앙 생활을 할 수 없었던 민중들은 남산에 불상과 불탑 등을 만들어 남산 전체를 민중불교의 자연 사찰로 만들었다.

포항에 십년 넘게 살 때,  남산의 상서로움을 알고, 또  남산은 여기저기에 불상이나 불탑 등이 산재돼 있다는 소식도 들어 남산에 몇 번 가 보았다. 통일전 쪽에서만 올라갔더니 노상의 불상이라고 해야 겨우 칠불암 정도만 볼 수 있었다.

용장골 쪽으로 내려갔을 때는 많은 불상과 불탑이 있는 듯했으나 제대로 안내가 안 되어  한두 개의 불상과 불탑 외에는 보기가 어려웠다.

이번 여행길에서 남산에 오른다. 들머리를 삼릉코스로 하였다. 아침 안개 낀 솔숲의 풍경이 죽인다. 이 곳 소나무는 전나무나 잣나무 같이 쭉쭉뻗어 자라지 않고, 키는 이렇게 구불구불 커야 한다며 구절양장같이 자라 곡선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청도 운문사 들어갈 때의 소나무길이 운치가 있었는데 삼릉의 소나무숲도 운치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삼릉의 솔숲 삼릉의 솔숲은 곡선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 한윤희


정상 468미터에 오를 때까지 솔숲길이 끝나질 않으며, 적당한 간격으로 신라 민중들이 만들어 놓은 불상이 있어 지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삼릉코스 등산길로 올라야 남산이 신라민중불교의 중심지였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삼릉계곡에 있는 목잘린 석불 삼릉계곡에는 목잘린 석불이 많이 있다. 신라시대 민중불교의 중심지였던 남산의 부처님들을 누군가 목을 잘라 놓았다. ⓒ 한윤희


머리 잘린 불상이 왜이리 많지.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일제시대때 일본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책에서 보았는데 일본 사람들이 그랬겠지.

일본도 불교믿는 사람 많은데 일제때라고 일본 사람들이 했겠나. 일본 사람들이 문화재를 훔쳐가기는 해도 이런 불상의 목을 자르진 않았을 거야. 아마 기독교나 이교도 신자들이 했겠지.

기독교 신자가 불상목을 자를리 있나.

꼭 기독교는 아니고 불교 아닌 이교도 신자 중에 광신도 들이 했겠지. 요즘 단군상을 몰래 머리 자르는 사람들도 기독교계통 광신도들이 하잖아. 우상이라하고 없애야 한다며.

함께가는 처재부부와 우리 그리고 장모님은 목잘린 불상을 보며 한마디씩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을 많이 다녀보았다. 그 중에 힐링의 산으론 국사당을 들머리로 한 북한산 숨은벽계곡코스와 삼릉을 들머리로한 경주 남산코스가 최고라 생각된다. 경주에 오면 한번쯤 밟아주자. 심신에 모두 좋을것 같다.

부여의 짜장면

처가인 경주에서 대천 가는길에 부여의 맛집인 어느 짜장집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먼저 탕수육시키고 짜장면을 먹는다.

의정부나 다른곳에는 숫하게 많은 손짜장면집이 부여에는 별로 없어 아쉬움이 있지만, 일반 짜장면집으로는 이 짜장집이 좀 괜찮은 것 같다. 짜장을 시켜도 간짜장처럼 면과 짜장소스가 별도로 나와 자신의 입맛에 따라 양을 조절해 먹을 수 있다는 것과 면발이 쫄깃해 짜장면의 식감을 잘 느낄 수 있음 등이 있어 좋다.

의정부의 유명하다 하는 손짜장면집도 TV에 나오고 입소문으로 알려져 환상이 가미되어 그렇지,  이짜장집의 일반 짜장면과 별 차이가 없다. 쫄깃함이든 감미로움이든 중화요리는 대부분 조미료 맛이다. 아내가 부여에 가면 이 짜장집에 꼭 들러야 한다며  짜장면에 빠져있어 그냥 먹을 뿐이다.

고향 부여에 사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이제 부여에 와도 이방인 같이 느껴진다. 바로 옆자리에서 어머님과 함께 짜장면을 먹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오랜만에 부소산에 올라가 본다. 건축가 김수근이 디자인하여 지었다는 구부여 박물관이 보인다. 박물관을 일본의 신사와 비슷한 형태로 지어 많은 비판을 받던 건물이다.  이제는 문화재연구소로 쓰여 여러 영상을 보여주는것 같은데 월요일에 휴관이라 아쉽다.

어릴적에는 신사가 무엇인지 일본 전통건축이 어떤 모습인지 몰라 구부여 박물관을 처음보고 이색적이고 역동적이어 참 멋지다 생각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보니 일본 무사의 투구모습이나 일본 신사의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안내판에는 한옥의 서까래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한옥의 서까래는 방안에서나 내부에서 좀 보일뿐 외부에서는 전혀 보이지않는데, 구부여 박물관의 지붕에 있는 구조물이 한옥의 서까래를 콘크리트로 잘 표현했다하니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김수근이 일본에서 공부를 해 일본건축물을 모방해 지은 것이라 생각한다. 

구부여 박물관 일본 신사를 모방한 구부여 박물관이다. ⓒ 한윤희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수백년은 됨직한 소나무들이 즐비한 부소산을 한가로이 걷자니, 어릴적 온가족이 도시락 싸들고 부소산으로 수복정으로 가족 야유회를 다니던 생각이 난다. 어려웠던 살림에 그것도 형제많은 집에서 읍내까지 나와 가족야유회를 가졌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비롭고 고맙다. 사람이 사는 이유는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놀기 위해서 임을 부모님이나 형님 누님들이 일찍이 알려준 샘이다.

낙화암에 이르니 어릴적 보았던 가파른 바위 절벽은 이제 무뎌지고 조그만 절벽으로 변했다. 울산바위 비선대 숨은벽 등, 하늘을 찌르는 절벽이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으니 이제는 낙화암의 절벽은 동네 뒷산의 절벽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선대나 숨은벽이 낙화암의 명성과 역사적 가치를 따를수 있겠는가. 낙화암 안내판을 보니 낙화암은 백제말기 나당연합군에 의해 죽게 생긴 백제여인들이 침략자들에게 죽느니, 떨어져 스스로 죽겠다며 뛰어내려 죽은곳으로 삼국유사에 전해온다 씌여있다.

조선시대 어떤 선비가 삼천궁녀가 떨어져 죽었다고 시조로 낙화암을 읊어,  해동증자로 인정받던  의자왕이 많은 궁녀와 노는 방탕한 왕으로 알려졌었는데,  이 안내판에는 제대로 삼국유사의 역사서를 근거로 하여 잘 안내하고 있다.

낙화암 백제여인 들이 나당연합군에 죽기 싫어 스스로 몸을 던진 절개의 바위 낙화암이다. 삼천궁녀가 몸을 던졌다고 잘못 인식되고 있다. ⓒ 한윤희


새소리 지서귀고 솔숲이 울창해 산책하기 좋은 부소산. 아쉬움이 있다면 산책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해 역사적인 부소산 탐방로가 현대적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작년 여름 체코의 프라하에 갔을때 프라하의 성터 탐방로를 돌을 쪼아 돌블록을 깔던 인부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부소산 탐방로도 서서히 콘크리트 걷어내고 돌블록을 깔아 고풍스런 탐방로를 만들었으면 한다.

민주아빠. 이제 어디 갈꺼야. 부여에 왔으니 당신 부모님 산소에 가 봐야지.

부모님 산소는 무슨. 부모님은 산소에 계시는게 아니라 하늘나라에 계셔. 대천으로 가자.

맛찾아 겸사겸사 떠난 겨울여행.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는 말이 새로운 것을 보는 것보다 먹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며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는 것은 먹는 것에 우선하지 않는다. 먹는 것은 본능이며 근원적 즐거움이다. 맛찾아 떠난 겨울 여행의 즐거움이다. 너희가 게 맛을 알어. 난 안다.
덧붙이는 글 맛 찾아 떠난 여행은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며 떠나는 가장 즐거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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