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같았던 '2박3일'간의 청소년 기자학교

기자님! 벌써 집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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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y8360966)등록 2016.01.28 11:22
2016년 1월 18일(월)부터 20일(수)까지 오마이뉴스에서는 청소년 시민기자 학교를 진행하였다. 총 30명의 학생들중 한명이였던 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왔다. 지금부터 '1박2일' 같았던 2박3일을 소개하겠다.

"아줌마! 여기 설렘반 긴장반 걱정많이요!"

'설렘반 긴장반' 이라는 말을 이럴떄 쓰는 걸까. 버스에 올라타는 발걸음은 새학기 등교길처럼 무거우면서도 가벼웠다. 이미 많은 아이들을 태우고 있던 버스는 "어디에 앉을래?" 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국 걱정과 후회를 안고 빈자리에 앉았다. 많은 생각속에 버스는 오마이뉴스 본사로 향했다.

추위에 떠는지 어색함에 떠는지 우리는 정대희 기자님의 안내에 따라 상암동 어느 건물의 18층으로 올라갔다. 큰 빌딩 속 작게 자리잡은 오마이뉴스에 기대치가 한껏 낮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진 최경준 편집국장님과 김지현 기자님의 강의에 드는 생각은 딱 한가지였다. 잘왔다.

두분의 강의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최경준 편집국장님의 강의는 어른의 조언, 김지현 기자님의 강의는 친구의 조언이였다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최경준 편집국장님 강의는 다소 '재미없다'라는 평이 내려졌다. 하지만 강의가 꼭 재미있어야 하나. 기자는 어떤일을 하는지, 뭘 준비해야하는지, 기자에 적합한 사람은 누구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명확히 알려주신 편집국장님은 꿈에 한발작 다가가게 만들어주셨다.

털보 김지현 기자님의 강의는 재미 그 자체였다. 글쓰기가 주제인 지루할수도 있었던 강의를 활동으로 진행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나가셨다. 활동한 내용을 발표하게 된 나는 자기소개를 하는거 같아 부끄러웠지만 나중에 친해지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좋았다.

본사를 나와 서울시청으로 향한 우리는 박원순 시장님을 만날 생각에 들떠있었다. 시장님을 만나기전 시청을 탐방하는데 시간이 없어 휙휙 지나간게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처음 와보는 시청에 생각보다 시민들을 위한 것들이 많고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박원순 시장님을 뵈었다. 한명한명 손을 잡고 인사하며 웃어주시는 모습에 '서울시장 뭐 있겠어' 하는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처음 뵌 시장님의 모습은 티비로 보던것보다 작고 귀여우셨다. 하지만 시장님의 말과 행동, 시민들이 적은 포스트잇으로 꽉찬 벽면과 책상은 시장님의 위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눈을 맞추고 웃어주시며 이것저것 보여주시고 막힘없이 대답해주시는 모습에 대단하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질문이 끝나고 조심스레 싸인과 사진을 부탁하자 시장님은 흔쾌히 오라며 부탁을 들어주셨다.

박원순 시장님의 싸인 윤하늘 양과 함께 2016.1.18 박원순 시장님의 싸인 ⓒ 윤하늘


박원순 시장님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강화도에 위치한 강화오마이스쿨로 향했다. 가는 버스에선 뽑기로 정한 짝꿍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색할줄만 알았던 인터뷰는 너무나도 편하게 진행되었다.

6시가 훌쩍 넘은 시각. 일정보다 늦게 도착해버린 탓에 짐을 풀 시간도 없이 밥을 먹고 강당으로 모였다. 그리곤 버스에서 인터뷰한 짝꿍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아이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보며 "아! 나도 저런 질문할껄" 이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짝궁 소개후 진행된 이준호 편집부장님의 강의는 기자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됨과 더불어 글쓰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냥 무작정 쓰기만 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이대로 앉아 진행된 릴레이 글쓰기는 어린아이들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시간이였다.

다음으로 이준호 편집부장님께 배운 글쓰기를 짝꿍 인터뷰에 더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생각 없이 10분만에 완성한 글은 형편없었다. 정대희 기자님과 이준호 편집부장님의 도움을 살짝 받아 완성된 글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방으로 모였을때는 어색함은 찾을수 없었다. 많은 활동과 아이들의 친화력 떄문인지 "왕따가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꿈은 펜보다 강하다 내 방보다 뜨거운 숙소에서 ⓒ 윤하늘


둘쨰날. 눈꼽을 달고 하나둘 식당에 모였다. 소문 그대로 학교 급식보다 맛있었다. 배를 채우고 모인 강당에선 이른 아침부터 강의가 시작되었다.

9시부터 시작된 김병기 국장님의 강의는 취재기사의 기본을 알려주는 명품강의였다. 하지만 어젯밤 상황을 알려주듯 아이들의 고개가 하나 둘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병기 국장님의 강의는 기사를 써본적 없는 나에게 기회를 주는 강의였다.

다음으로 이어진 최병성 전문 시민기자님의 강의는 내눈을 빛나게 했다. 다름아닌 사진에 관한 강의였던 것. 내가 꿈꾸는 사진기자에 대해 많은걸 알게 되었다. 더불어 카메라를 사려 알바까지 하는 나에게 '사진은 카메라가 다가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겨주셨다. 이 강의로 인해 알바까지 관둔 나는 카메라 대신 다른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돋보기 그것이 시작이였다.

점심식사후 진행된 김미선 국장님의 강의는 긴장의 연속이였다. 등장만으로도 느껴지는 꼼꼼함과 포스는 우리의 몸을 꼿꼿히 세웠다. 하지만 강의때의 모습은 달랐다. 문장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한 국장님은 처음부터 문제를 제시했다. 왠지 틀리면 내쫒을 것 같은 포스 였지만 아끼지 않는 칭찬과 먹을것까지 푸짐하게 선물해주시는 모습에서 다정함이 넘쳤다.그리고 그것은 다음 강의까지 이어졌다.

이동미 여행작가와 함께한 강화도 탐방은 재미있었지만 강한 바람과 추위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도 눈높이에 맞춰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이동미 여행작가님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멋있었다.

그렇게 추위 속에서 다시 학교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박상규 작가님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감탄의 연속이였다. 장담하는데 모두가 이 강의는 최고였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면서도 접할수 없는 미제사건들. 그것을 파헤치는 박상규 작가님은 정말 멋있었다. 나의 꿈까지 뒤바꿔 놓을뻔 했던 강의는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가장 열정적이였던 강의가 끝나고 어젯밤 짝꿍에 대해 썻던 기사에 대해 토론을 시작하였다. 10명씩 조를 이루워 시작하게 된 토론은 서로의 기사를 읽어보고 피드백 해주는 시간이였다. 다른 아이들이 쓴 기사를 보고 내 기사가 부끄러워졌지만 정대희 기자님과 아이들이 해주는 피드백으로 많은 도움을 얻게 되었다. 우리 모두 기사를 쓸땐 제목을 꼭 쓰도록 하자.

3조의 토론시간이 끝나고 파티가 시작되었다. 첫날 강의가 시작되기전 짠 5모둠으로 앉아 치킨,피자,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또한 장기자랑을 하는데 몰랐던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였다. 스피드 퀴즈까지 하고 난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방으로 돌아왔다.

마지막날 기자캠프를 마치고 마지막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타기전 다같이~ ⓒ 윤하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보다 더 비몽사몽한 얼굴로 강당에 모인 우리는 조별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휙 지나간 2박3일을 뒤돌아보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첫만남부터 시작해서 시청방문,짝꿍소개, 강화도 탐방, 장기자랑, 방에서 있었던 일 까지. 길면서도 짧은 2박3일동안 한게 없는 줄 알았던 것은 나의 착각이였다.

2박3일간의 활동은 내가 2~3년 동안 혼자서는 할수 없는 것들이였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쉽게 접할수 없는 나는 환상속의 기자가 아닌 현실의 기자를 꿈꾸게 되었다. 내가 기자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깨주는 경험이였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박원순 시장님을 만나고 기자님들을 만나면서 무작정 기자가 되고싶은 생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오마이스쿨의 청소년 기자학교는 나에게 빛을 비춰주었다.

많은 활동과 생각들을 차례차례 정리하여 또 하나의 기사를 쓴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캠프는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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