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의 어두운 자화상, 안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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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현(cmh2001)등록 2016.02.01 10:45
안철수, 도대체 왜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지금의 더민주당, 그 중심의 친노기득권세력과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그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들이 싸우고 있는 상대는 바로 자신들이 만든 행위의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그 태생상 그들은 안철수를 이기기 매우 어렵다. 만에 하나 이길 수 있으려면, 피를 토하고 뼈를 깍는 고통끝에, 아니 자신을 송두리째 부정했을 때만 비로서 가능할 것이다.

지금 김종인이 들고 나온 '경제민주화'는 더민주당의 '2012년 총선판의 재림'이다. 2011년 '혁신과 통합'을 조직한 '노무현의 상주(喪主)' 문재인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진입해서 유력 대선주자로 부각되었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경제민주화'를 적극 주장했다. 당시의 '반MB정서'는 태산도 무너뜨릴만큼의 엄청난 것이어서, 영남을 제외한 어느 곳이던 민주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 가능한 상황이었다.

2012년 총선의 실패, 친노 기득권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2012년 4월 총선은 그들의 '경제민주화'는 개정된 당 강령에 활자로만 모셔 놓고, 제 식구들 먹여살리는 소위 '친노/486위주의 기득권 공천'으로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를 져버렸다. 그 결과가 현재의 거대 새누리당이다.

결국 허공에 떠 버린 '경제민주화'는 김종인의 코치하에, 빨간색으로 갈아입은 박근혜의 대선 슬로건으로 자리잡았고 결국 박근혜당선의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만일 민주당이 그 해 4월총선에서 명실상부하게 경제민주화를 내재화하여 이에 걸맞는 인재를 대거 등용하고 대대적인 인물쇄신을 꾀했더라면, 언감생심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를 차용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고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은 유력했던 상황이었다.

보수의 상징인 파란색을 유지하던 수구기득권정당이 스스로 빨간색으로 탈색한 이면의 동기는, 경제민주화와 어울리는 빨간색으로 변장해서, 마치 금방이라도 재벌을 잡아먹을 듯한 포지션만이 사회적 약자를 달래고 그들의 표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겼을 것이다. 결국 좌익의 상징색인 '빨간 박근혜'의 변신술은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그래서 다시 3년만에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온 더민주당의 지금 주장을 믿기 어렵다. 게다가 '경제민주화'로 박근혜를 포장시켰던 김종인이 더민주당에서 총선을 지휘한다는 것은 두 가지 조건, 즉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기득권 공천으로 직전 총선을 망쳤던 친노세력과, 경제민주화를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한 번도 '실천'해본 적 없는 김종인의 결합이 딱 맞아 떨어진다.

경제민주화의 원조, 문국현

애초에 정치권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퍼뜨린 이는 2007년 대선의 문국현이다. 집권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아주 간단한 구호 속에 만만치 않은 갈등이 내재하는, 하지만 그것을 성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는 '시대정신'을 녹여냈다.    소위 '87년 체제'이후 진보와 개혁의 선봉에 선 것처럼 보였으나, 거꾸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었던 '민주정부 10년'의 역설은 '경제민주화'를 이해할 때 비로서 그 의문이 풀릴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본연의 기능을 부활, 국가가 엄정하게 재벌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거래관행을 제어하여 재벌의 탐욕을 억제하고, 국가주도로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는 것이 그 자체로 '성장이며 동시에 분배'라는 주장은 지금 안철수의 '공정성장론'과 내용상 대동소이하다.

안철수의 결심

다시 안철수와 연관지어 본다면,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찬반투표결과 초래된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에게 자리를 양보한 안철수로서는 내심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기원했을 것이다. 가보지 않았던 길, 정치인의 길이 진정 그가 원했던 자발적 선택이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도 완곡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2012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더라면 안철수는 정치권에 투신할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다수당이 되고, 당시에 비등한 반MB정서 속에서 치러지는 그 해 대선은 야권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총선의 처참한 결과와, 대중의 야당에 대한 실망과 혐오는 연이은 대선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형성하게 했고, 무기력한 야당후보 문재인의 존재는, 본의 아니게, 정치권 밖의 안철수를 현실정치의 링에 오르게 한 것이다. 이 또한 대중적 파괴력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2007년 정동영으로 상징되는, 야당의 힘 없는 대선후보가 불러낸 '뉴페이스 문국현'의 등장상황과 그 본질은 같다.

친노의 자업자득

결국 '정치인 안철수'는 '친노 기득권'로 상징되는 당시 민주당의 근시안적인 정치적 사리사욕, 시대정신에 대한 몰이해와 절박한 민생에 대한 무책임, 자신들의 집권시기에 대한 무비판,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이를테면 자신들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의 행위로 잉태한 '친노의 유령'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유령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싸움이 이번 총선을 통해서 단판에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적어도 내년 대선까지의 시기, 아니 어쩌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이번 총선에서의 우열이 그 종결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만큼 제2의 정치기득권에 대한 그들의 집착은 질기고도 질기다.

김종인의 본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기록될 법한 희대의 코미디는, 더민주당이 그 정체불분명의 김종인이라는 사람한테 '60년 전통 야당'의 전권을 위임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럴듯한 사람들을 불러모아 기세를 잡는다고, 친노 기득권의 '쌩얼'에 화장을 하고 있다.

나는 확신한다.

김종인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립서비스라는 가면을 벗겨내면, 지금까지 여야를 넘나들며 대한민국 정치를 주물러온 '경제민주화 마케터'에 다음 아니다. 그의 오만이 하늘을 찌를수록, 약점이 많은 친노세력은 머리를 조아릴 것이나, 그들의 폐부라 할 수 있는 공천과 같은 정치기득권 문제와 부딛쳤을 때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섣불리 짐작하기 어렵다.

이미 정치권의 '중심'이 되어버린, 그들이 불러낸 유령

최소한 2011년 이후 대한민국 정치변화의 중요한 변곡점에는 안철수가 있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양보를 통해, 지지율 5%안팎의 군소후보였던 박원순은 서울시장 재선을 통과, 이미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있고,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지지율 20%를 넘기는 대선후보가 비슷한 지지율의 다른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충격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직전 대선투표율과 큰 차이를 보이는 2012년 대선의 기록적인 투표율은 '안철수 현상'없이 말할 수 없다. 정치에 등 돌린 유권자의 10~15%를 불러모으는 괴력을 선보이는 그는, 가히 '정치 흥행 청부사'라 불리울만 하다. 이번 총선도 예고된 야당의 무기력한 패배에 파문을 던진 것은 안철수의 탈당과 국민의당 결성이며, 대중은 어떤 의미로든 이번 총선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직전 총선의 투표율을 뛰어넘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

민심은 출렁이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인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총선도 유권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문재인과 친노 기득권세력은 자신이 만든 유령과의 어려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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