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 YMCA의 보육교사 과정을 모집하는 안내문 ⓒ 이해린
"설 연휴요? 놀 시간도 없어요. 시험이 코앞인걸요."
고3 수험생도 아니고, 신림동 고시생도 아니다.
종로의 한 강의실, 50이 넘은 나이에도 책을 손에 든 이경희(54)씨. 전업주부였던 이씨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준비중이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지난 10월부터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종로 YMCA 평생교육센터에서 학기제로 운영되는 수업엔 시험이 연달아 몰아친다. 이씨는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에 대비해 설맞이 준비를 하는 대신 집에서 공부할 예정이다.
'내 일'을 찾으려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 이씨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이씨는 수업이 끝나자 "공부 열심히 하라며 아들이 사 줬다"며 목도리를 동여 맸다.
불경기가 계속되고 희망퇴직 등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취업준비생'이란 타이틀은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지 않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40~59세 실업자 수는 지난 2007년 22만명에서 2015년 30만3000명에 이르렀다.
실제 강의가 열리고 있는 YMCA 평생교육센터 보육교사 자격증반 수강생 총 30명 중 청년은 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40~50대의 중년 여성들로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수업을 들었다.
담당교수 황민순(53)씨는 "과거에는 미래를 대비한 자격증 취득을 위주로 했지만, 지금은 생계와 바로 연결되는 일을 원한다"며 "수강 연령이 점점 높아진다"고 말했다.
산을 좋아하는 중년층들이 직접 숲에 있는 나무와 동·식물에 대해 배우는 '숲해설가' 자격증 강의에도 40대 이상 수강생이 몰린다. 온갖 종류의 나무를 배워야 하기에 향학열도 뜨겁다.
지난 12월 한국숲해설가협회에서 해당 과정을 수료한 한 50대 수강생은 "사업가, 환경분야 연구원, 퇴직공무원 등 수강생들의 배경도 다양하다"며 "스터디를 꾸려 여느 젊은 학생들처럼 주말에도 스터디룸을 빌려 공부했다"고 전했다.
종로의 한 컴퓨터학원 강사는 "중년층 수강생들은 꾸준히 증가한다"며 "40대 이상 분들은 주로 설계, 건축을 배운다"고 덧붙였다. 노량진의 또 다른 컴퓨터학원 관계자는 "엑셀부터 인테리어, CAD(컴퓨터이용설계), 웹디자인까지 종류를 막론하고 직업과 연결되는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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