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정치도 뿌연 세상에서 이 남자가 살아가는 방법

두려움 속에서 호흡하며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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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bonbonbitte)등록 2016.02.19 11:50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해 우스운 성적으로 졸업하고 말았다며 너스레를 떠는 남자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독서광이라, 그가 자주 가던 단골 책방의 사장님은 그를 대학생 문학도로 착각했을 정도라고. 학교를 마친 후 여러 곳을 전전하며 용접사로 일했던, 충무로에서 전시회도 두 번이나 개최한 적 있는 사진작가.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던, 누가 봐도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손색이 없을 남자. 그런 사람을 녹색당의 비례대표후보 신지예 예정자가 그의 일터인 서울여자대학교에서 만났다.

신지예 녹색당 비례대표후보 예정자와 강남욱씨 신지예 녹색당 비례대표후보 예정자와 강남욱씨가 서울여자대학교 캠퍼스 내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루카


강남욱이라고 스스로의 이름을 소개한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전거를 탔다고 했다. 날씨가 궂은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매일 자전거가 그의 교통수단이다. 그런 만큼, 그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렌즈를 끼지 못할 정도로 눈이 불편하고 꼭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단다. 그러나 미세먼지 농도가 너무 높은 날은 자전거를 포기하곤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는 과연 독서광이다. 해박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이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고 있던 그의 이야기 속에는, 약국에서 파는 마스크는 감기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정도이지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서는 사실 산업용 마스크로도 부족할 것이라는 뼈 아픈 지적이 담겨 있었다. 자전거로 집과 일터를 오가며 미세먼지를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람답게, 또 공단에서 오랫동안 일해 잔뼈가 굵은 사람답게 그는 "사람들이 '미세먼지' 하면 으레 중국이나 황사 정도를 떠올리지만 실상 우리나라의 건설 현장이나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온갖 먼지가 많다"고 말했다.

활짝 웃는 미소의 강남욱씨 강남욱씨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 루카


미세먼지가 심한 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기관지가 매우 불편해진다는 그. 그런 날은 외출을 삼가는 게 좋지만 어쨌든 일상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는 말은 황망한 부탁일 수밖에 없다. 거의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써야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던 그는 미세먼지의 국내적 요인 외에도 국제적 요인을 지적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건설 현장과 자동차 문제도 있지만 중국과의 협조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질문 상대를 바꿔보지 않을 수 없다. 공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지금, 배기가스 기준을 건설현장에도 적용하고 중국과의 협조로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그것은 바로 국가이다. 그렇기에 뿌연 하늘은 필연적으로 정치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뿌연 하늘, 뿌연 정치. 그 안에서 한 남자가 호흡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숨쉬기를 두려워해야 하는 시대. 여야, 언론이 계파대립에 집중할 때 녹색당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살인자, 미세먼지와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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