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부터 담배까지, '여자라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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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hyeme1992)등록 2016.03.07 21:00
사람은 성별을 선택할 수 없지만 성별은 우리의 많은 것을 결정한다. 옷, 행동, 기호부터 직업, 결혼, 심지어 수명까지 그려낸다.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이며 여자는 조신하게 행동해야 하고 남자는 울면 안 된다. 여자는 남자보다 수명이 길다. 성별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지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믿는다.

내 인생을 의지대로 스케치 하고 색칠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성별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자는 그 스케치조차 힘들다.

여성의 날인 3월 8일 오늘부터,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3명(A, B, C)의 여자 학생과 여대에 재학 중인 4명(D, E, F, G)의 목소리를 전한다.

취직 "처음부터 겁주니까 생각이 없어지더라"

A씨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학교에 여자 정교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녀가 속한 과, 타 전공 수업 어디에도 여자 교수가 없었다.

학교 밖은 어떨까? B씨는 '여자가 오랫동안 일 할 수 있고, 승진할 수 있는 전문직, 회사 분위기가 수직적이지 않은 곳'에서 인턴을 했다. 그 회사에서 하위직은 여자와 남자 비율이 8:2정도였으나 고위직은 5:5였다고 했다. A씨의 증언도 비슷하다. 외국계 유명 회사 5개를 거친 40대 후반의 여자가 와서 말하길 "한국 유명 사기업에 재직 했던 여자 동기 중에서 부장급 이상으로 있는 친구가 딱 한 명 있다"고 했다. A씨는 우리나라 대기업에 40대 후반 여자가 어떻게 있느냐며 현실이 이렇다고 토로했다.

OECD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 남녀의 임금격차순위, 여성 관리직 비율 등은 늘 하위권이고 여성이 일하는 직종도 서비스직이나 비정규직에 치우쳐 있다. 그렇다면 시작은 공평할까? 여자 대학생이 취직에서 성별의 벽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대학교 취업 설명회부터다.

C씨의 과는 여자가 대다수다. 여자가 많은 산업에 취직한 타과 남자 선배는 여학생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기였던 여자들이 공부도 훨씬 잘하고 능력도 뛰어난데도 나보다 취업 잘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하며 "여성분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차별을 받지만 해결도 여성이 더 열심히 공부 하는 것으로 그 선배는 결론을 내렸다.

성별은 취직 의지도 꺾어 놓는다. 대기업에서 업무별 취업 설명회 참석한 D씨는 "물류와 유통 쪽은 대놓고 여자를 안 뽑는다고 했다. 여자 중에서도 물류나 유통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겁주니까 생각이 없어지더라."라고 말했다. 그녀가 참석한 설명회는 취업 '지원'단이었다.

여자가 많은 곳은 다를까? C의 친구는 간호사이고 입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계속 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기에 무얼 걱정하느냐고 했더니 '임신 순번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C씨의 친구는 더 좋은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간호 공무원도 생각중이라고 한다.

담배 "야, 쟤 손에 담배 냄새 나는지 맡아봐"

성별과 상관 없어 보이는 담배는 어떨까? 담배는 기호 식품이다. (건강의 문제는 제외 하고) 자신의 취향이나 즐김에 따라 담배를 필 수도 있고 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흡연가가 여성이 되면 문제가 된다. 또한 흡연가가 아니어도 문제가 됐다. 담배에도 성별의 권력이 작동한다.

E씨는 흡연가다. 그녀는 주택가 곁골목에서 담배를 피다가 모르는 여자에게 뺨을 맞았다. 담배를 꺼달라는 말도 듣지 못하고 뺨을 맞은 E씨는 자신이 남자였으면 뺨을 맞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모임에서, E씨가 담배를 피고 들어오자 옆에 있던 한 남자인 친구는 "쟤 손 냄새 맡아봐. 담배 피고 왔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남자였다면, 담배를 피고 왔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했을 거고 손 냄새를 맡아보라고 지적을 당했을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B씨는 담배 때문에 의사 결정에서 소외된 경험을 말했다. 대회에 나가려고 고학번 남자 선배를 끌어 모았는데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한 남자 선배가 담배를 핀다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는데 그 담배 피는 시간에 모든 의사 결정이 끝나 있었다. 그 사람들은 '못하겠다'며 B씨의 팀에서 나갔다. 그녀는 여자에, 나이가 적고 기세가 세지 않은 사람을 밟고 지나간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B씨는 이후, '대회활동' 때문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담배가 정말 좋고 싫음의 '기호' 식품일수 있는지 궁금하다.

성별의 권력은 중요한 취직부터 사소한 담배까지 스며든다. 누군가는 '여성이 능력이 부족해서 기업이 뽑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인터뷰이의 경험담은 선택지마저 가리는 성의 권력을 보여줬다. 뽑지 않는데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까. A씨의 지적대로 "남자라는 성별이 스펙"이 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 기호라고 여겨지는 담배도 마찬가지다. '기호' 식품이지만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흡연자의 대다수는 성인남성이다. '기호' 식품이어도 흡연자가 성인여성일 때는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여성들은 숨어서 핀다. E씨는 유독 혼자 있을 때 남성으로부터 흡연에 대한 훈계를 들은 적이 많다고 했다.

성은 단순한 구분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성'이 나의 요소를 결정하고 이 구분은 차별을 만들어 내어 선택과 행동을 제약한다. 성은 구분일 뿐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두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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