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VS 이우정 VS 김은숙...3인3색

[흥미기획] 막장 드라마 속 돋보이는 작가들...자기만의 콘텐츠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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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우(saintpcw)등록 2016.06.05 14:56
그래서 <내 딸 금사월>와 같은 '자기복제 막장 드라마'가 여전히 30~40%의 시청률을 찍고, 어디선가 본 듯한 비슷한 드라마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하고 있다. 그럼에도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대한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 이런 시청자의 바람에 응답하고 있는 대표적인 드라마 작가 3인방을 꼽아봤다.

1. 장르물의 '1인자', <시그널> 김은희 작가

장항준 감독의 아내로 먼저 이름을 알린 김은희 작가는 이제 '드라마 좀 본다'는 시청자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됐다. tvN <위기일발 풍년빌라>를 시작으로 SBS <싸인>과 <유령>, 그리고 <쓰리데이즈>를 걸쳐 최근의 <시그널>까지, 줄곧 장르 드라마를 고집해온 그녀의 '뚝심'에 대중들도 환호를 보내고 있다.

김은희 작가의 장점은 독특한 소재를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흐름으로 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보다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뽑아낸다는 것이다. 장르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촘촘한 구성력과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은 덤이다. 비록 시청률에서는 큰 재미를 못 본 작품도 있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위해서 과감히 로맨스를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있기에, 어느덧 '믿보작(믿고 보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된다. 

한 번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시그널>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비춰본다면,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장르물의 1인자'라는 칭호는 결코 그녀에게 아깝지 않을 거 같다. 앞으로도 그녀가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시장에서 촉촉한 '단비'같은 존재로 남아주길 기대해본다.

2. 감성 사냥꾼, <응답하라> 시리즈 이우정 작가

드라마 작가가 갖춰야 할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대중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때로는 그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날카로운 시선도 물론 좋지만, 그것에만 기대 드라마를 만든다면 왠지 오래보고 싶은 마음은 생겨나지 않을 거 같다. 

이우정 작가의 경우에는 드라마 작가가 아닌 예능 자가로 입문을 했지만, tvN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봤을 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이 <응칠>과 <응사>를 뛰어 넘는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단순한 '남편찾기'를 벗어나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정을 부각시켰기 때문이고, 이런 선택이 드라마 전반을 지배하는 온기로 이어져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우정 작가가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닌 다른 드라마로 시청자를 찾아온다 하더라도, 그녀만의 '감성 사냥꾼' 본능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면, 그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3. 흥행불패,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

오글거리지만 재밌다. 드라마계의 '흥행 보증수표' 김은숙 작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뻔한 사랑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것도 아주 유치하지만, 그 유치함을 넘어서는 흡입력과 재미가 있다. 이건 '욕하면서 보는' 여타의 막장 드라마와는 또 다른 지점에 있는 김은숙 작가만의 세계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을 거쳐 최근 <태양의 후예>까지. 무엇보다 그녀는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그런 동화 속에나 존재할 거 같은 캐릭터를 통해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일종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에도 능숙하다. 불편하지 않게, 식상하지 않게.

일각에서는 '자기복제'라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어쨌든 시청률이라는 지표만 놓고 보자면 김은 숙 작가는 대중의 취향을 가장 잘 파악하는 작가 중 한명이 분명하다. 게다가 특별한 악역 없이, 거의 모든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조절할 줄 아는 그녀의 균형감은 분량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특히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김은희, 이우정, 김은숙 작가 외에도 <별에서 온 그대>와 <프로듀사>를 집필하며 트렌디한 드라마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박지은 작가,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등을 통해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 박경수 작가 또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들이다. 이런 여러 명의 작가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계속 글을 써 나간다면, 막장에 지친 대중들의 갈증을 조금은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선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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