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알파고 쇼크,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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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jmj9315)등록 2016.03.28 10:28
올해 초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바로 지난 3월 9일부터 15일까지 5차례 진행되었던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었다. 결과는 4대 1로 알파고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세돌은 이 경기를 두고 '인간이 패배한 게 아니라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라고 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곧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과연 이 대국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앞으로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이번 대국이 인간과 기계의 첫 대결이었던 것은 아니다. 체스는 이미 1997년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으면서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체스로 인간을 정복한 이후 20여 년이 흐르도록 바둑은 여전히 컴퓨터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고, 이번에 알파고가 그 벽을 깼을 뿐이다. 체스와 달리 바둑이 인공지능의 도전 과제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복잡성이다. 바둑 경기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에 이르는데, 이는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큰, 막대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트리탐색(Tree Search)' 기술을 이용하는 대신 '몬테카를로트리탐색(MCTS)' 기술과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 기술을 결합해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몬테카를로트리탐색은 선택지 중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알고리즘이다. 구체적으로 알파고가 바둑돌을 놓을 위치를 정하는 알고리즘은 '정책망(policy network)'이라는 신경망과 '가치망(value network)'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신경망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다. 정책망은 다음에 돌을 어디에 둘지 선택하는 알고리즘이고, 가치망은 승자를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머신러닝으로 훈련된 정책망과 가치망의 결합이 몬테카를로트리리서치 알고리즘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약한(Weak) AI'와 '강한(Strong) AI'다. 약한 AI는 특정 영역의 문제를 푸는 기술이다. 강한 AI는 이와 달리 문제의 영역을 좁혀주지 않아도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말한다. 강한 AI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흔히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로봇들이다. 현재 단계에서는 약한 AI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 대표 사례는 스팸메일 필터링, 이미지 분류, 기계번역 기술 등이다. 알파고도 약한 AI의 사례다.

약한 AI을 구현할 때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사용한다. 딥러닝과 머신러닝이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지만, 딥러닝은 머신러닝에 포함되는 것으로, 머신러닝 방법론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다. 그 방식은 이렇다. 과거엔 데이터들을 사전지식을 동원해 분류했기 때문에 사전지식의 내용과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기고 틀린 정보로 분류하였다. 하지만 딥러닝은 이러한 사전지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단 데이터를 넣어놓고 기계가 스스로 특성을 분류한다. 이때 무작정 데이터가 많아선 안 되며, '정답' 데이터도 많아야 한다.

머신러닝의 핵심은 데이터의 양이다.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품질이 올라간다. 데이터가 많으면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인프라를 구축해놔야 한다. 과거에는 머신러닝 방법을 알지만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해 머신러닝 실험을 하지 못했었다. 현재는 기술과 하드웨어 수준이 높아져 실험 기반은 마련됐고, 누가 더 빨리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머신러닝은 대규모 데이터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시도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머신러닝의 활용은 규모의 경제가 되고 있다. 거대 IT 기업 정도가 돼야 도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인공지능의 발달은 불균형의 심화를 불러일으킨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막대한 자본을 집중할 수 있는 구글과 같은 거대기업이나 손에 쥘 수 있는 21세기의 '생산수단'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에 따른 혜택이 극소수에 집중되면서 사회 전체적으론 외려 극심한 불평등만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인공지능이 판을 친다 해도 기술 발전이 몰고 올 사회 불평등을 줄이는 해법을 찾아내는 건 결국 인간의 몫이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첨단 의료기술과 접목하거나 극한의 작업환경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예정이다. 무인 자동차, 질병 진단, 금융 상담 등 현실화가 가까운 것부터 박테리아의 섬모를 이용해 헤엄치는 미세로봇이 암세포 부위에만 항암제를 투여해 불필요한 부작용을 막거나 바퀴를 닮은 곤충로봇이 붕괴 현장에 스며들어 생존자를 확인하는 등의 미래기술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구글뿐 아니라 아이비엠(IBM), 엠에스(MS),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엄청난 투자에 나선 건 인공지능의 잠재적 가치와 산업적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본 결과다.
당장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의 군사적 이용이다. 미 국방부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멀리서 사람이 조종하는 드론이 아니라 도시나 건물 속에서 스스로 목표를 찾아내 공격하는 초소형 비행체를 연구하고 있다. 2015년 7월2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 무기 군비 경쟁을 경고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허사비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2500명이 넘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연구가들이 인공지능 무기에 반대하는 성명서에 동참했다. 인공지능 무기는 스스로 표적을 설정하고 제거하는 무기를 말한다.
또 다른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현실적인 위협거리는 바로 일자리의 감소이다. 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은 급증하고 있다. 은행 업무, 회계 업무, 공무원의 행정 업무 대부분이 진화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 영국의 오스본과 프로이의 연구는 2013년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에 기초해서 사무직 노동의 약 50%가 20년 안에 대체될 것으로 예측한다. 인공지능은 전문직 일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뉴스 작성 알고리즘으로 일부 기자들의 지위가 위태로워진 것처럼, 고숙련 전문직도 알고리즘의 공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인간과의 체스 경기, 퀴즈 경기에서 빼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현재 세계적인 암 전문 병원 MD앤더슨센터에서 암 진단을 위한 실습 과정을 밟고 있다. 왓슨은 최근 의학계에 보다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2014년 9월14일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IBM과 제휴를 맺고 왓슨을 임상 시험에 관여하는 프로젝트에 2015년부터 가동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을 통해 더 많은 암 환자들이 적합한 임상 시험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왓슨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줄지도, 혹은 크나큰 독이 될지도 모르는 양날의 검이다. 그러나 산업 혁명이 일어났을 당시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고, 기계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은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우리의 생활을 보면, 기술의 발달이 우리에게 미친 악영향보다 그로 인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인공지능의 발전에 있어서도 앞으로 윤리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 사회가 공통된 규범을 정립하는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인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에 힘입어 '4차 혁명'을 이뤄낼 것이다. 물론 그것은 앞으로 국제 사회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지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을 너무 두려워하지도 말고, 인공지능을 무조건 맹신하지도 말자. 그저 지금까지 인간이 그래왔던 대로 기술이 주는 이로움을 취하고, 그 어두운 면을 개선해나가면 그만이다.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내보일 푸른 미래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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