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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11] 김동빈 <업사이드 다운> 감독

16.04.03 11:50최종업데이트16.04.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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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재미교포 김동빈 다큐멘터리 감독 작품인 <업사이드 다운>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어 참사로 아이를 잃은 네 아버지와 한국과 미국 언론인들. 그리고 해양 전문가를 통해 다각도로 세월호 탐사를 되돌아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사람은 '대한민국은 세월호 전후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자막처럼 우리 사회는 또다시 여객선이 침몰해도 2년 전 세월호 참사처럼 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영화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한 커피숍에서 김동빈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재미교포인 김동빈 <업사이드 다운> 감독은 인터넷으로 세월호 참사를 접한 후 무능한 언론의 모습에 충격 받아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 시네마달 제공


- 영화 <업사이드 다운> 개봉을 2주 정도 앞두고 계시는데 어떠세요?
"세월호 참사가 2주기 가까이 되었는데 많은 사람이 세월호를 잊고 있는 상황이라 많이 떨리네요."

- <업사이드 다운>은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원래 미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가 인터넷으로 세월호 참사를 접하게 됐어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언론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민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한국으로 오게 됐죠."

- 얼마나 촬영했나요?
"실제 촬영 기간은 한 달 반쯤이에요. 2014년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촬영했고 미국에 갔다가 12월에 다시 한국으로 건너와 지금까지 체류하고 있어요."

-개봉까지 오래 걸렸네요?
"네, 세월호 영화다 보니 다른 영화와 스케줄도 맞추고, 수정하고 자료를 모으느라 늦어졌어요."

- 네 아이 아버지의 이야기잖아요. 촬영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아버지들 인터뷰는 촬영 막바지에 진행했어요. 그분들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사람들이 잊어가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국회에서 농성하며 아버지들의 마음의 무게가 많이 와 닿았어요. 그들의 외로움도 많이 보였죠.

가장으로서 가진 아버지의 아픔을 담고 싶었어요. 참아왔던 아버지들의 아픔이 제게 밀려왔지만, 저는 최대한 울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아무리 슬프다 한들, 그분들의 슬픔만 할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국회 산책하러 간다고 말해놓고 몰래 울다 오곤 했어요. 아버지들 인터뷰하며 감정을 절제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영화의 감정을 절제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 다른 힘든 점은 없었나요?
"제일 힘들었던 건 부모님들을 차갑게 몰아넣는 사람들을 옆에서 봐야 했던 일이었어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들추어냈는데, 피해자를 적인 듯 몰아가는 시선이 많았어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아버지들의 아픔 담고 싶었다"

- 제작비도 만만치 않았을 거 같아요.
"그렇죠. <업사이드 다운>은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된 영화예요. 오히려 내부에서 기부하며 돈을 모았어요. 분명히 우리처럼 함께하고 싶지만, 여건상 힘든 사람들이 있을 거로 생각해서, 그들의 모금을 통해 함께할 방법을 마련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3번의 펀딩, 그리고 개봉을 위해 1번의 펀딩을 진행했죠.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들의 다큐멘터리가 됐어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너무 많죠. 국회 있을 때 에피소드가 특히 많아요. 아버지, 어머니들이 국회에 농성하러 들어가실 때 저도 같이 머물렀어요. 그때 취재하러 온 언론사들이 너무 없어서 충격받았어요. 그리고 피해자들이 직접 싸우기 위해 국회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슬펐어요."

- 유가족들이 촬영을 거부하진 않았나요?
"처음에 갔을 때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지 않았어요. 오히려 국회에서 활동을 함께하며 공감하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부모님들이 먼저 찍으라고 얘기할 정도로 신뢰해주셨어요."

-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신뢰를 쌓은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언론들은 카메라와 녹음기부터 들이대는 거예요. 언론이라도 인간적인 존중과 예의를 지켜야죠. 갑자기 와서 '인터뷰해달라'고 그러면, 부모님들은 거절도 하지만 인터뷰를 해주시는 편인데 정작 기사로는 못 나가죠. 차라리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차분히 들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요."

"무책임한 한국 언론에 분노했다"

김동빈 감독은 영화에 세월호 유가족들, 특히 아버지들의 슬픔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시네마달 제공


-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을 빼놓긴 어려울 것 같아요.
"네, 제가 한국에 오게 된 커다란 계기 중 하나예요. 전원 구조라는 소식이 오보였잖아요. 진정한 언론이란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지 궁금했죠. 그래서 영화에선 미국과 한국의 언론인과 인터뷰를 했어요. 개인적으로 언론을 전공하며,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언론인을 꿈꿨죠. 그래서 오히려 한국 언론의 모습들에 더욱 화가 났어요."
 
-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의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했다는 점이요.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라면 아픔에 공감할 줄 알아야죠. 그런데 많은 언론이 빨리빨리 낼 수 있는 충격적인 소재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보도자료를 확인할 생각도 안 했죠. 실제로 보도 당시 탑승자 명단도 위에서 알려준 데로만 받아썼잖아요."
 
- 2년이 지난 지금, 언론은 어떤가요?
"오늘도 청문회를 하고 있는데 생중계를 안 해요. 사회에서 커다란 영향을 갖고 있기에 생중계를 해야 하는데, 언론들은 보도를 안 하고 잊으려고만 해요. 너무 안타까워요. 당시 언론과 지금 언론에 차이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요."
 
- 미국과 한국에서 언론인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미국 언론인 2명을 인터뷰했어요. 한국에선 변상욱 기자님을 인터뷰하며, 언론의 구조와 더 윗선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됐어요.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라면, 한국 언론은 특정 단체의 말을 더 실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죠. 큰 언론사 윗사람들은 독재정권에 호의적이었던 사람들이니까 반복되고 있죠. 미국은 진보와 보수 언론으로 나뉘어 있어, 본인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죠.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구조적인 균형이 맞지 않는단 생각이에요."
 
- 개봉관 현황은 어떤가요?
"어렵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리는 걸 막으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현재까지 독립예술영화관 19곳 정도가 잡혔어요."

상식과 기본이 뒤집힌 사회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의 포스터 ⓒ 프로젝트 투게더


- 이미 개봉한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로 <다이빙벨>과 <나쁜 나라>가 있었잖아요. 그 영화들과 <업사이드 다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뜻이 다르다기보다, 영화마다 세월호를 보는 제작자의 각도가 다른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가 너무 큰 일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조명할지 다르기 때문이죠. <업사이드 다운>은 전체적으로 사회적인 병폐를 들추려고 한 영화입니다. 언론의 문제도 다루고, 조선·해양전문가들이 비록 자료가 부족하지만, 최대한 원인에 대한 추측도 해보았습니다."
 
- 제목이 <업사이드 다운>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upside down'은 거꾸로 뒤집혔다는 표현입니다. 배가 뒤집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우리 사회 일상에서 상식과 기본적인 것이 뒤집혔다고 생각해서 지었어요."
 
- 2년이 지난 지금 현재를 어떻게 보세요?
"2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 변한 게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안타까워요. 2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잖아요. 대통령 임기도 5년인데. 왜 우리 사회에서 가리려고 하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지 마음이 아파요."
 
- 마지막 크레딧 엔딩에서 지난해 메르스 사태의 보도를 성우의 음성으로 전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인용할 수도 있지만 저희가 따로 작성했어요. 그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보도에서 가져와 만들었죠. 영화가 시작할 때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자막이 나와요. 끝날 때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죠. 마침표를 찍는 영화가 아니라, 사회를 진단해보자며 쉼표를 찍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어요."
 
- 보스턴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고 들었어요.
"작년부터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이 영화에 공감하고 이 영화를 인정해주며 이 영화를 통해 세월호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해외 영화제로는 보스턴국제영화제가 처음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미국에서도 기억해주고 있다는 의미겠죠."


- <다이빙벨>이 부산영화제에서 논란이 되었잖아요. 어떻게 보고 계세요?
"왜 예술과 언론의 자율성이 지켜지지 못할까요. 부산영화제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요, 우리가 영화제를 하고 시민들이 모이는 일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잖아요. 상식적이지 않아요."
 
- <업사이드 다운>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팀원들과 약속을 했고, 지금도 그대로예요. 우리 사회에 정말 많은 문제가 세월호를 통해 드러났잖아요? 영화를 보는 관객 각각이 어떤 성향을 가졌든, <업사이드 다운>이 그 문제점들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유가족이나 피해자를 억압하고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요?
"사람들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선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본인이 함께할 수 없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함께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독려해주었으면 해요. <오마이뉴스> 독자분들도 함께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김동빈 업사이드 다운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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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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