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하는 후보자가 순간이동했다?

내가 봤던 후보는 정말 그 후보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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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환(camel2)등록 2016.04.06 10:17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내가 사는 곳은 '고양시을' 선거구. 현역 의원인 김태원 후보가 새누리당 소속으로 이번에도 출마했다.

나는 출퇴근시 전철을 이용한다. 대로변에 유세 차량도 있고, 선거운동원들이 팻말을 들고 큰소리로 인사를 하기도 한다. 걸으면서도 눈에 잘 띄고, 야외 전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면서도 잘 보이는 명당 자리에는 새누리당 유세차량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6일)도 평상시처럼 전철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대로 건너편 새누리당 유세 차량이 보였다. 다른 때는 영상을 틀어놓고 커다란 음향으로 홍보를 하는데, 오늘은 차량 앞에서 현역 의원인 후보자가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주의를 끌고 있는 게 아닌가. 직각으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기도 한다.

'오늘은 직접 나와서 인사 하는구나. 너무 대로 쪽으로 나와 있는거 아냐? 저러다 차에 치이겠는데….'

이렇게 생각하며 역사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전철역 계단을 오르려다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새누리당 점퍼를 입은 후보자가 인사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오늘도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새누리당 김태원입니다!"

나는 다시 뒤로 물러나서 대로 건너편을 쳐다봤다. 분명히 김태원 의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있다.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가 됐다. 대로변을 지나는 차량들에서 보기에는 유세 차량에 후보자가 직접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일 테고,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로를 유심히 보지 않으니 역시 후보자가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직접 인사를 하는 걸로 보일 테고.

김태원 의원은 안경을 썼고, 일반적인 헤어스타일에 풍채가 좋다. 달리 말하면 그 연령대에 어울리는 평범한 모습이다. 의정활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홍보는 하지만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건 또 아니다. 비슷한 외모의 누군가가 빨간 점퍼를 입고 있다면, 멀리서 보면 아마도 구분이 안 될 것이다(내 휴대전화가 2G폰이라 촬영을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선거법에 저촉될 리가 없다. 또 차량 앞에서 인사하는 사람이 "제가 김태원입니다"라고 말한 적도 없다. 하지만 뭔가 씁쓸했다. 지나친 선입견인지 몰라도 저렇게 눈속임까지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새누리당은 꼼꼼하다. 꼼꼼한 수에 능하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내가 악수를 거부하고 지나친 그 후보자는 '진짜 김태원' 후보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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