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일등 공신은 종편

조작 통해 민심 조정하려다 역효과... 대선서 지속될 경우 나라 미래 좀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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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완(chogaci)등록 2016.04.15 16:02
"용이란 미물은 잘 길들이면 타고 놀 만큼 편한 짐승이다. 그런데 목 아래 한 척의 거꾸로 난 비늘이 있어, 사람들이 그것을 건드리면 곧바로 죽임을 당한다. 군주도 이 역린이 있어, 말하는 자가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면 그러하다."

한비자가 말한 역린은 군주의 습성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에서 군주는 시민이다. 고로 시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자가 있으면 곧바로 죽임을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종편이라는 수단을 통해 언론이라는 역린을 건드린 대통령과 여당이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총선의 결과를 놓고 많은 분석이 있다. 그런데 정작 종편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종편이야말로 이번 새누리당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종편이 의도적으로 야권 분열을 위해 '국민의당'의 부상이라는 전술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번 결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당'의 부상에 종편의 영향이 없다고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입이나 전위대처럼 활동하는 종편들은 지속해서 '국민의당'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여다야로 치러지는 선거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다는 것을 모르는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전술은 그대로 먹혔다. 호남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적지 않게 나온 국민의당의 전국구 표심이 그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국민의당 후보가 많지 않았던 부산에서 국민의 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20.33%였다. 새누리당 41.22%, 더불어 민주당 26.64%에 비해 적지 않은 수치다.

이런 수치는 노인인구가 많은 호남 이외 지역도 마찬가지다. 충남 22.51%, 충북 21.43%, 경남 17.44%, 경북 14.81% 등이 그런 표심을 그대로 반영한다. 물론 이 수치는 더불어 민주당 등 야권이 가져올 부분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여당에 갈 지지를 가져갔다는 데도 이견이 있긴 힘들다.

표심의 잣대 중에 하나로 꼽히는 충북을 두고 19대와 비교하면 그런 영향이 명확하다. 20대 충북 비례대표 선거에서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 당의 지지율은 38.60%, 27.57%, 21.43%였다. 반면에 19대에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의 지지율은 43.81%, 36.02%, 5.31%다. 야당 지지율도 영향이 있지만, 여당의 지지율이 5.21%가 빠졌는데, 이 표심이 당락에 큰 영향을 준 것이 명확하다.

또 총선 초반기에는 구태 정치인 배제 등 '정치 개혁'이 화두였지만, 점차 '일여다야'를 지향하는 종편의 전술이 통하면서 여당의 상향식 공천은 실종됐고, 야당은 분열이라는 공포를 만나야 했다. 

그런데도 선거 후를 보면 이런 괴상한 상황에 대한 반성이나 점검은 없어 보이고, 여전히 더 괴상한 국면으로 가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종편의 노골적인 편파방송은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최대권. 이하 선거방송심의위)의 의결 결과를 보면 명확하다. 선거방송심의위는 3월말까지 법정제재 10건, 행정지도 37건, 문제없음 12건 등 총 59건을 의결했다. 이중 지상파방송의 전체 의결 건수는 4년 전과 같은 12건이었으나, 종합편성채널은 6건에서 40건으로 많이 증가했다. 종편은 특히 법정제재(0건→5건), 행정지도(5건→23건), 문제없음(1건→12건) 모두 이번 제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에서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내용을 봐도 마찬가지다. 제19대 총선 당시는 '후보자 출연제한', '여론조사 보도기준' 위반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이번 제20대 총선에서는 '정치적 중립', '공정성', '객관성' 등의 위반이 많았다. 선거방송심의위의 종편에 관한 주의 사례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박사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나 김종인 대표에 대한 노골적 비하 등 야당에 대한 비난하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보인다.

총선 결과 여당의 참패 후에도 일부 종편은 문재인 퇴진 압박 등에 초점을 맞추는 등 기존의 행태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종편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흐림이 내년 대선까지 계속되어 민심을 보수언론의 입맛대로 총선을 좌지우지하려는데 있다. 이번 총선에서 보였듯이 종편의 의도적인 여론 만들기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도 괴상한 결과를 만드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유력한 대선주자의 몰락과 청와대의 영향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여론을 만드는 종편의 영향력은 더 향상될 수 있다. 이 경우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언론사 논설위원 이강희(백윤식 분) 같은 인물들은 더욱더 기승을 부릴 수 밖에 없다.

내년 대선은 정치 놀임이 아닌 한국의 미래가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은 준엄한 선거다. 수출 경쟁력 상실로 인해 급속히 위축되는 경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 이들과 이를 더 위태롭게하는 노령화 등을 풀어낼 지도자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총선처럼 종편이 선거판을 주도한다면, 결국 보수언론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 찾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종편의 정치 횡포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선거 심의위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종편이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려 했는지를 명확하게 가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근거가 명확히 나온다면 방송 허가권 취소 등의 조치를 통해 여론조작을 막을 필요가 있다. 패널을 중심으로 한 정치 토론 방송은 여론 조작의 의도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상시적인 기구를 방송통신심의위에 설치해 이런 문제를 개선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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