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향 달달한 농부 작가 의 글 만나기

농부 작가 최용탁의 산문집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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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완(chogaci)등록 2016.04.20 11:56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녹녹치 않다. 그런데 오십의 나이를 살아온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넌 어떻게 살래?'라는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돌고돌아 나에게도 온다. 난 잘 살고 있는가? 또 내 아들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건가.

최용탁 작가의 책 표지 농부 작가의 낭만적이지만 않은 산문집 ⓒ 녹색평론


나에게 이런 생각을 가져온 것은 충주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부 작가 최용탁의 산문집 '아들아, 넌 어떻게 살래?'(녹색평론사 간)다. 이 책은 오랜만에 산문을 읽는 재미를 준 책이다.

이런 재미는 과거 권정생이나 이문구 작가가 주던 사람 냄새에서나 느끼던 것이 참 오랜만이기도 하다.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그의 다른 책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아마도 한두권은 가까운 시기에 읽을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키워드는 삶이다.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내 아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다. 작가는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학생운동을 하다가, 미국으로 이민도 가고, 어느 순간에 귀국해 고향마을에서 과일농사를 짓는 농부다. 물론 농사 짓는 양이나 작가로서의 위상이 있어서 온전히 농부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의 글이나 삶에서 농사가 뿌리에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삶이란 결코 간단치 않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의 아버지만 해도 12살에 빨갱이로 몰려 학살 당한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수십리 길을 돌아온 아픔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강하게 자리해 투표 마다 대통령 부녀를 배출한 집안을 열성적으로 지지한다. 이런 경향은 그가 만나는 사람들인 시골 촌노들에게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대 총선에서 분석하기 쉽지 않은 결과를 낳았지만, 결국 정치는 큰 격랑을 타고 다닌다. 그 가장 대표적인 연원 중에 하나가 이 책 3부에서 저자가 잘 정리해둔 동학농민운동이다. 민초들의 개혁 의지가 동학으로 나타났지만 우금치 전투에서의 패배로 우리 땅은 결국 개혁의 동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친일 매국노들이 주도하는 일제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 민중역사의 끝은 아니었다. 저자는 그 뿌리가 손병희, 김구, 장일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해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항일 독립운동 흔적을 찾는 일이 많았는데, 나는 이 민중의 역사가 대종교 등이 발원한 북만주 항일운동이나 광저우 꼬뮌에서 사라진 150명의 조선일 열사 등 면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노론에서 비롯된 보수기득권 세력은 신영복 선생의 지적처럼 친일과 친보수세력으로 여전히 돈과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어긋났지만 최용탁의 이번 책은 지극히 아름다운 우리 민중의 강고함을 보여준다. 그리 크지 않은 복숭아 농장 등으로 딸 둘과 아들 하나를 키우면, 글을 쓰는 그는 이문구, 한창훈 등의 계보를 잊는 귀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작가의 글에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이다. 친환경, 무농약 등 기업이 많지만 농약을 써서 농사를 짓는 자신의 농법에 대한 애잔한 안타까움을 보면 지극히 우리와 같은 모습의 동네 형 같은 인상을 받는다. 또 정부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FTA에 대한 농민들의 심회, 엄청난 자산을 가진 농협의 조합장 선거가 가진 난맥상 등을 다양하게 설명한다. 전체적으로 농부라는 직업보다는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고자하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들이 녹아있는 글은 그래서 더욱 진솔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의 글쓰기의 강한 힘은 3부 동학 이야기에서 잘 전달된다. 동학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민초인 그가 이야기하는 동학의 과정과 인물의 이야기는 진실함이 느껴진다. 나 역시 동학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고 최시형(북접), 전봉준(남접), 김개방(남원), 손화중(광주) 등으로 나눠진 전체적인 동학의 얼개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그럼 그의 아들은 나중에 어떻게 산다고 했을 지가 궁금할 것이다. 이미 아빠가 된 나 역시 아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대답을 작가의 아들이 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돈 많이 벌고, 이름을 떨치는 직업을 선호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직하게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고, 이런저런 생각을 글로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이미 충분히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나 역시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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