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김영삼의 분식정치에서 교훈 얻어야

분식회계와 분식정치는 나라 망치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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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영(doosol98)등록 2016.05.31 10:38
1997년 IMF 구제금융과 국가부도사태, 그리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많은 재벌기업들이 줄도산 했다. 부도덕한 많은 기업의 오너들은 국내외적인 경제여건의 악화에 기업 도산의 책임을 전가했다. 하지만 기업 도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분식회계를 통한 허술한 경영관리, 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재무관리에 있었다. 분식회계란 것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회계장부에 분칠을 하는 것이다. 부실한 회계장부를 조작해서 보기 좋게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투자자들과 금융기관, 그리고 감독 기관들을 속이는 행위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행위을 통해서 결국 기업도 망하고 국가도 망하고,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던 많은 국민들이 삶의 도탄에 빠졌다. 왜곡의 결과는 이렇게 어마무시하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경험을 통해 누구나 어려운 회계 전문용어인 분식회계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회계장부에만 분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에도 분식행위가 있다. 상징적인 것이 김영삼의 3당 합당이다. 이미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사망신고가 내려져 있던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들에게 김영삼은 정치적 분칠을 해 주었다. 정치를 왜곡시키고 역사를 왜곡시킨 결정적인 분식정치 사건이다. 그럼으로 해서 과거의 공화, 민정당 세력들에게 정치적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었고, 그 폐해가 지금까지 연장되어 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친일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그들을 미화시킨 이승만 정권이 분식정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이 땅에 합리적 보수정당이 자리 잡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이명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국가실패는 정치를 왜곡시킨 분식정치가 나라를 얼마나 망칠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를 할 수 있다. 혹자는 DJP연합도 결국 분식정치 아니겠냐고 물을 수 있다. 솔직히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 굳이 변명하자면 양자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김영삼의 3당 합당과 집권은 군사독재정권 세력들과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정권재창출 맥락 안에 있는 것이고, 김대중의 DJP연합은 민주세력 중심의 정권교체를 위한 물리적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본질적 차이의 결과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정치적 전개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위험천만한 분식정치의 가능성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서 강하게 묻어난다. 반기문이 누구인가? 평범한 외교 관료의 자리에서 자국 대통령의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모든 국가적 역량동원에 힘입어 유엔사무총장에 오른 인물 아닌가? 그래서 지금의 국민적 반기문이 된 것 아닌가? 김영삼의 정의로웠던 국민적 이미지는 죽음을 불사하는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지만 반기문의 대 국민적 호감 이미지는 전적으로 국가가 만들어 준 것이다. 김영삼은 그나마 그런 자존감이라도 있어서 자신의 선택에 항상 당당했지만 반기문은 그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굳이 어느 정권에서 누가 만들어 주었다는데 방점을 찍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불쾌한 것은 그렇게 구축돤 이미지를 차용해서 폭망한 극우정권의 분칠에 사용하려고 하는 의도가 크게 보인 다는 것이다. 또 다시 분식정치의 폐해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폭망한 정권의 재창출 문제는 폭망한 정권의 당사자들이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해결했을 때 정당화 될 수 있다. 그게 정치를 정직하게 하는 것이고,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또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 하는 대로 개과천선의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정권을 담당했던 일원으로서 정정당당하게 김대중 정권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떠 않고 정권재창출을 이루어낸 노무현이 좋은 예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반기문 총장은 최소한 노무현의 각료로 있었고, 신세를 졌으면 이정도의 정상적 정치에 대한 이해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다시 한 번 진언 컨데 반총장이 굳이 퇴임 이후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신중히 행보해야 한다. 자신의 길이 김영삼의 분식정치의 길인지, 아니면 그간 자신에 환호해왔던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길인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설령 분식정치로 정권쟁취에 성공한다 해도 그 정치의 왜곡으로부터 일어나는 불의가 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좌절하게 하고, 국가를 망가트릴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스마트한 미래와 동떨어진 역사지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는지도 반드시 인식하면서 말이다.

정균영 전 민주통합당 수석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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