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평가, '맛'으로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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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옥(tarjan100)등록 2016.06.02 10:36
학교급식 평가, '맛'으로만 하지 말라.

화성 동화초등학교 영양교사 정명옥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대 전제에 대하여 표면적으로는 학교급식에 관계되어 있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이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말은 학교 현장의 관리자나 교사, 학부모, 학생들도 굉장히 많이, 자주 들어온 말이기 때문에 매우 익숙한 표현이다.
그러나 과연 학교에서의 급식이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육과정 속에서 '교육'으로서 실시되고 있는가. 모든 교육주체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왜냐하면 많은 학교에서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영양(교)사나 그밖에 많은 종사자는 매일 이루어지는 급식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동료인 교사에게 단지 '맛이 없다는' 이유로 '수모'를 당하고 있다. '음식의 맛'을 학교급식의 전부인 양 왈가왈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 아닌 평가가 '매일' 이루어지며 이는 급식 담당자들의 사기와 의지를 좌절시키며 이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낸다.
교육은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교육관이다. 그러나 학교급식은 일정 정도 평가가 가능하다고 여기며 계량적인 평가를 넘어서 보다 엄격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먹을거리는 학생의 몸과 마음의 성장에 모두 큰 영향을 미친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급식은 음식의 질과 교육 등 다방면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이 실시된 지 여러 해를 넘겼다. 친환경 급식이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과 학교급식이 교육이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친환경 급식을 열심히 실천하는 영양(교)사일수록 '맛이 없다'는 불평 때문에 힘들다. 왜곡된 학생들의 입맛을 바로잡아 이들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지만 급식을 통한 편식의 교정은 요원하다. 해마다 실시하는 설문조사의 첫 문항이 대부분 애매모호한 '학교급식 만족' 혹은 '맛'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명백히 시장논리에 근거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마음의 양식이 되는 교훈이 듣기에 쓴 소리인 것처럼 학교급식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학교 밥상은 '맛이 없는 것'이 오히려 몸과 마음에 더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다.
지금 왜곡된 아이들의 입맛을 어떻게 해서든 다시 돌려놓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맛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맛은 먹는 시점의 음식 온도와 먹는 사람의 건강상태(건강을 잃기에 앞서 입맛을 먼저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정신상태(기분이 언짢거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경우 밥을 '모래일 씹는 것같다'고 표현한다)에 따라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지는, 매우 주관적인 것이다.         
교육의 본질을 변화라고 본다면, 학교급식을 통하여 어제 기피하던 음식을 오늘 경험함으로써 내일은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이며 따라서 교육의 핵심적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교급식에 몸담고 있는 영양교사로서 급식철학과 교육철학에 비추어 최소한의 학교급식 평가기준을 제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5조에 명시된 식단구성의 다섯 가지 원칙을 지켜서 식단을 구성하였나
둘째 영양기준량, 식재료 품질 사용기준 등 공급의 원칙을 지켜서 식단을 구성하였나
셋째 우리나라 식량정책(식량자급률 증가 등)이나 국민영양건강정책(고단백식, 고나트륨식, 비만, 만성질환인 성인병 증가) 등을 충분히 고려하였는가
넷째 학교급식 조리장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가
다섯째 보편적으로 학생의 건강·보건수준이 향상되고 있는가(건강)
여섯째 인스턴트, 가공식품에 길들여져 있는 학생들의 입맛이 전환되고 있는가(건강)
일곱째 급식으로 인한 음식물쓰레기가 유의미하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가(환경)
여덟째 학생의 환경보존의식이 향상되고 있는가(환경)
아홉째 학생의 도덕수준이 향상되고 있는가(배려)
마지막으로 학생을 비롯한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소통과 공감, 배려와 나눔을 통해서, 즉 급식을 매개로 하여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그들의 몸과 마음에 날마다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고 있는가(배려)
위 열 가지 기준에서 맛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으며 급식의 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보편적인 맛의 평가는 일곱 번째인 음식물쓰레기의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감소일 것이다. 결코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음식 맛'이다.
이같은 기준은 외부 평가보다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영양(교)사의 자기평가에 먼저 적용해야 할 할 것이다. 자기평가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쌓여갈 때 학교급식의 근본 목적인 학생 심신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학부모는 학교급식을 '맛'으로만, 그리고 일방적으로(자녀의 말만으로) 평가하지 말고 급식담당자에게 질문을 던지면 좋겠다. 이제 우리 삶의 근원적 가치를 묻는 '왜 친환경인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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