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20, Toward 2020 ① ] 뻔한 총선 평가토론회는 이제 그만, '젠더, 청년,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본 20대 총선을 이야기하다.

젠더/청년 의제가 생략된 20대 총선 평가... 젠더와 청년, 다양성의 교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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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gowopo)등록 2016.06.08 14:45
□ 1회 "뻔한 총선 평가토론회는 이제 그만. '젠더, 청년,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본
20대 총선을 이야기하다."
□ 2회 "나는 청년이지만 청년이 아니었고 국회의원 후보였지만 후보가 아니었습니다."
□ 3회 다시! 민주주의: 여성/청년 존재의 정치, 민주주의 재생 프로젝트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지난 4월 22일 금요일,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20대 총선평가집담회> "Beyond 20, Toward 2020: 젠더, 청년, 민주주의"를 마련하였다. 20대 총선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21대 총선을 전망하는 자리로 기획된 이 행사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단의 발제와 11명의 토론자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3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오갔던 이야기들을 정리하며 여성정치운동에 있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젠더/청년 의제가 생략된 20대 총선 평가

<20대 총선평가 집담회> “Beyond 20, Toward 2020: 젠더, 청년, 민주주의” 사진 ⓒ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각 정당은 법에 명시된 비례대표 교호순번제를 어기고도 당당했고, 여성 비하와 혐오 발언을 하면서도 그것이 왜 문제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으며 '헬조선'을 외치는 20-30대 청년들을 호명하면서도 이들을 당선을 위한 수단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더욱이 총선 이후에 수많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성, 청년, 또는 여성청년의 대표성 의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관점에서 총선이 평가되지도 않고, 이들을 주체로 한 평가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0대 총선 평가집담회> "Beyond 20, Toward 2020: 젠더, 청년, 민주주의"를 마련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총선에 참여한 11명을 토론자로 초대했다.

우리는 왜 11명의 토론자를 초대하였는가?

김주온 녹색당 비례후보,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비례후보, 문정은 정의당 광주광산을 후보,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하윤정 노동당 서울마포을 후보, 황정애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비례후보,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정현희 레인보우 보트 활동가, 홍주성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청년연맹회장, 채영 서강대 여성주의학회 이음 활동가.

이들은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의 후보경선에서 떨어지기도 했고, 지역구 후보로 뛰기도 했고 비례대표로 정당 지지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기도 했고, 그동안 선거에서 이슈화되지 않았던 문제들을 이슈화하는 유권자운동을 하기도 했고,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로서 총선을 지켜보기도 했고, 총선에 대한 관심과 절대로 되지 말아야 할 후보를 알리기 위한 SNS 활동을 추진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위치에서 20대 총선을 경험했다.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음에도 이들의 경험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21대 총선, 더 나아가 한국정치의 미래를 기획하는 데 있어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다양한 여성이 겪은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더 넓은 연대의 기반을 마련하고 남성화된 한국정치를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단초를 찾고자 11명과 20대 총선 평가 집담회를 기획했다.

이번 집담회 이전인 3월 14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여성청년후보자 토크쇼: 마이너러티 리포트'를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원내·원외 소수정당(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여성후보자들을 통해 여성청년으로서 자신들이 한국정치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고, 선거운동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기획하고 있는지를 들었다.

이들의 목소리는 미래의 한국정치와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데 있어 여성과 청년, 또는 여성청년이 주요한 주체라는 것을 인식시켜줬으며, 앞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개혁 실험을 시도할 필요성을 제기해주었다. 이번 집담회는 지난 토크쇼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의식을 더욱 확장시키고, 앞으로의 4년을 좀 더 내실 있게 기획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

여성 당선자 비율 높아졌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기조발제를 통해 여성과 청년의 입장에서 20대 총선을 평가했다. 여성의 관점에서 20대 총선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현상은 정치에 진출하려는 여성들, 특히 보수정당의 여성 후보와 당선자 대부분이 여성/젠더에 대한 고려는커녕, 반(反)인권적이고 반(反)민주적인 성향과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국회 진출은 남성화된 정치질서와 문화를 개혁하기는커녕 더욱 공고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9대 국회보다 4명(1.3%p) 증가한 51명(17%)의 여성들이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여성정책의 개혁성이 지속적으로 담보되고 남성화된 한국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참여와 정치세력화, 정치의 젠더화를 위한 노력이 국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회 밖에서도 강력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여성의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서 후퇴된 여성들의 연대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여성정책을 여성친화적으로 바꾸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2-30대 당선자 비율 1%, 대표되지 않는 청년세대

박소영, "청년 투표율은 올랐는데 '청년 정치인'은 실종됐다", 한국일보, 2016.04.15. ⓒ 한국일보


20대 총선에서 20-30대 청년세대가 투표율의 증가를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청년 후보와 당선자는 전멸했다. 20대 총선에서 20-30대 당선자는 단지 3명으로 19대(9명, 3%) 때보다 60% 이상이 줄어들었다.

반면, 19대 때에는 없었던 70대 이상의 당선자들이 5명이나 되며, 50대는 19대 때보다 19명이나 증가한 161명이 당선되었고 60대도 12명이나 증가한 81명이 당선되었다. 청년세대만이 청년세대를 대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50대 이상의 기득권 세대가 청년세대를 대표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청년세대의 정치진입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기회의 평등 차원에서 어긋날 뿐 아니라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절대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페미당', '레인보우 보트' 등 다양한 유권자 운동이 나타나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낙선후보를 선정해 발표하는 선거운동이 진행되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페미당 성평등을 가로막는 정치인' 총 24인을 발표했으며, 총선시민네트워크는 'Worst 10 후보, Best 10 정책'을 선정해 발표하고 Worst 10 후보에 대해서는 낙선투어도 진행했다. 4·16연대는 세월호 참사 원인제공, 진상규명 방해, 참사 피해자 모독과 관련해 낙선시켜야 할 후보자 18명을 발표했으며, '레인보우 보트'는 '성소수자 혐오 의원 최악 중의 최악' 정치인 명단을 발표했다. 청년세대에서도 총선청년네트워크, 대학생·청년 공동행동 네트워크, 알바노조 등 구성돼 투표참여, 청년정책 요구, 알바 5적 국회의원 선정 등의 활동을 벌였다.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시민사회의 선거활동은 2000년에 진행되었던 낙천·낙선운동과 차이를 보인다. 이전 시민사회의 선거활동이 대규모의 연대와 집단행동에 방점을 두고 이뤄졌다면, 이제는 느슨한 연대를 바탕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이슈를 갖고 활동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방법이 시민사회단체 각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다양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20대 총선에서 진행된 시민사회단체들의 다양한 활동과 표를 통해 나타난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지역구도의 변화, 이념지형의 변화, 청년세대의 정치참여 등)는 이후 한국정치를 논하는 데 있어 정당별 의석수의 문제를 넘어 '누가 무엇을 어떻게 대표할 것인가'라는 심화된 민주주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질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젠더와 청년, 다양성의 교차점 - "좋은 대표" 만들기를 위한 논의의 출발점

'페미당'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 페미당


'평등을 위한 한 표 Rainbow Vote'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 Rainbow Vote


이번 'Beyond 20, Toward 2020: 젠더, 청년,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20대 총선 집담회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여.세.연이 제시한 50대 이상의 기득권 남성에 의해 독점된 정치권력의 견제와 교체의 필요성은 모든 참여자가 동의하는 바일 수 있다.

그러나 11명의 토론자들이 갖고 있는 각기 다른 위치성과 이들 개인을 구성하는 세대, 계급, 인종, 종교 등과 같은 또 다른 이해관계는 정치권력의 견제와 교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정당 민주주의의 강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위한 정치제도의 개혁, 정책 중심의 정당 기능 강화, 성소수자 인권·여성주의 의제의 포용, 여성·청년의 정치세력화 등)에 있어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들이 남성화된 한국정치와 이로 인해 야기되는 다양한 불평등과 차별, 억압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있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이에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집담회에서 오고 간 대화를 중심으로 젠더와 세대, 계급, 정체성 등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좋은 대표" 만들기를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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