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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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수(motif1)등록 2016.06.13 11:48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의 갱도 입구. 6월 7일, 헤이리에서는 한 달 전 만발했던 아까시나무꽃이 이제야 피어서 짙은 향으로 갱도 앞의 저를 막아섰습니다. ⓒ 이안수


고한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산 그림자가 계곡을 모두 덮고 있을 때였습니다. 첩첩산중, 고봉들이 이어진 산 중턱의 낮은 어디보다도 짧았습니다.

설악산과 오대산, 태백산과 더불어 태백산맥을 이루는 해발 1,573m의 함백산은 우리나라 유수의 탄전지대입니다.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는 1953년 4월 광구등록이 되었고, 1957년 8월 채탄인가를 받아 1964부터 38년간, 3천 명이 넘는 광부들이 지하 600m까지 내려가 석탄을 캐어 마음까지 시렸던 6~70년대의 팍팍한 삶을 데웠던 곳입니다.

채탄작업, 그것은 '막장인생'이라는 말의 의미가 함축하듯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일보다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이었습니다.

갱도 매몰 사고는 당시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잦고도 가슴 아린 뉴스였습니다. 삼척탄좌에서만 300여 명이 넘는 광부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하지만 갱도의 막다른 곳, 그곳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었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곳에서 마지막 희망을 캐던 막장.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는 2001년 폐광되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도시의 막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

갱도 입구의 이 문구는 세상이 모두 나를 버렸다고 생각되는 상황에도 '간절히 그리고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의 확인이며 막다른 골목에서도 또 다른 출구가 있음의 상징입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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