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구형한 징역 10개월

“세상 논리로 전과2범, 가중처벌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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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록(vnfmsk2)등록 2016.08.27 11:03
"합법집회 참가했는데 도로교통 방해라니"
울산지검, 집회 단순참가자에게 정식재판 청구

울산지방검찰청이 집회 단순참가자를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 소속 조합원 도상열(49) 교사가 지난 7월 울산지방검찰청에 의해 기소됐고, 8월 25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정식재판이 열렸다.

합법집회 참석하고 정식재판 회부돼 전교조 울산지부 소속 조합원 도상열 교사가 8월 25일 울산지법에서 열린 심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용석록


검찰은 공소장에 "죄명 - 일반교통방해"라고 적었다. 도상열 교사는 지도부 지침에 따라 허가된 집회에 참석했고, 집회 참가자 수만 명의 행렬을 따라 도로를 행진했다. 집회참가자들은 그 도로가 집회신고 때 허가받은 도로인가 아닌가를 확인하고 행진하지는 않는다. 검찰이 평조합원인 교사를 기소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울산지검은 공소장에 "피고인은 2015년 3월 28일 14:0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있는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주최한 '국민연금 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했으며, 거리 행진을 하면서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하여 교통을 방해하였다"고 밝혔다.

도상열 교사는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해 교통을 방해한 적이 없다. 그는 "집회에 참석한 뒤에 거리 행진을 했는데 당연히 사전에 신고가 돼 있는 줄 알고 있었다. 경찰이 채증한 사진을 증거로 출석요구서를 보내와 조사 받으면서 주최 측이 행진 도로를 변경했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고 했다.

2015년 3월 28일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열렸던 '국민연금 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소속 조합원 8만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참여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구형한 징역 10개월
"세상 논리로 전과2범, 가중처벌 말도 안 돼"

8월 25일 울산지방법원 303호 법정에서 검사는 도상열 교사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검사는 예전에 해당 교사가 두 번 사법 처벌 받은 전력을 고려해 징역 10월에 처해줄 것을 주장했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도 교사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를 전과2범으로 보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그는 "당시에 사법부로부터 처벌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이제는 국가정책으로 초등학생 대상 일제고사는 폐지되었고 학교자체에서 실시하는 학년별 일제고사도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이 폐지해가고 있다"며 "세상논리로 치면 전과2범이지만 오히려 교육 현장에서 올바른 교육 방향을 위해 고민한 흔적은 칭찬 받을 일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검사를 향해서는 "이 두 건을 이유로 죄를 구형하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것이 징역 10개월의 근거자료로 쓰이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교직생활 23년차인 해당 교사가 사법부로부터 처벌 받은 건은 두 건이다. 초등학생 대상 일제고사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받은 벌금형과 민주노동당에 후원하였다고 받은 벌금형이다.

전교조에 중앙 관계자에 따르면 2015년 3월 28일 집회 건으로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 47명(8월 22일 기준)이 조사를 받았고 대부분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부과 받았다. 도 교사처럼 정식재판에 기소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선 경찰조차도 단순집회참가자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이로 인해 교육청 징계위까지 회부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사법부 결정보다 더 심각한 행정처벌
"징계 '견책'일 경우더라도 1천만원 손해"

도상열 교사는 검찰에게 기소되면서 교육청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될 예정이다. 그는 '국민연금 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불구속기소 통보를 받았고, 검찰은 그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했다.

전교조 울산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8월 23일 아침 울산시교육청 앞에서 “집회 단순참가자 징계는 전교조 표적 탄압”이라며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전교조 울산지부


교육청 징계령에는 기소통보가 교육청에 접수되면 교육청은 30일 이내에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징계절차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울산교육청은 징계절차를 추진 중에 있다. 도 교사가 만약 사법부로부터 징역이 아닌 벌금형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교육청이 '견책'과 같은 낮은 수위의 징계를 결정하다고 하더라도 그로인한 피해는 크다. 도 교사는 "견책은 임금으로는 약 1000만원의 손해가 있고 3년간 상, 표창의 기회가 박탈되며 특정한 대학원 진학도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도 교사는 "2015년 3월 28일 집회 후 거리행진 할 때 사전에 허가받았던 도로 행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합원들은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로인해 경찰이 채증한 사진을 근거로 50여 명에 대한 사법부 판단은 벌금보다 더 심각한 행정처벌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사법부를 향해 "사법부의 벌금형, 이어 교육청이 진행하는 행정처벌은 연금법 개정에 문제 있다고 여기고 참석한 교사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며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과 무죄를 주장했다.

울산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 2015년 3월 28일 공무원연금법 개악 관련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교사는 4명이다. 또 다른 집회 참석을 이유로 울산시교육청 징계위에 회부된 교사도 3명 있다.

도 교사 형사사건 선고일은 9월 29일 오후 5시에 울산지법 303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도 교사는 "제가 겪어보니 푸코의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저는 이 조사과정 만으로도 제가 한 행위에 대한 처벌은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이라는 법 논리 속에 경찰에 불려나가 조사받고, 다시 검찰에 나가 조사 받는 과정 자체가 고도의 처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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