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총장 사퇴거부가 시사하는 것

- 수직적 연대의 분기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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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name0925)등록 2016.08.30 08:52
이대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한지 한 달이라는 장기화 속에 최경희 총장에 대한 사퇴요구는 지난 26일 '졸업식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이미 최총장 측에서 미래라이프 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철회와 대학내 공권력 투입에 대한 사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학생들과의 대화를 시도해왔으나 이에 맞선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에게 총장으로서 자격을 물으며 사퇴로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농성이 장기화되자 지난 25일 총장사퇴를 요구하는 졸업생들의 서명과 기자회견이 있었고 이와는 상이한 총동창회의 대안적 입장이 발표되기도 했다.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총장의 사퇴'건에 대학내부와 세간의 관심이 날로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이 사건은 최경희 총장이 사적관계에서 범한 실수가 아니고 교육계 지도자로서 책임이 막중한 공적 업무에 대한 실책이다. 그러니 사과나 대화로 풀어질 개인사가 아니기에 시간을 끌면 끌수록 학생뿐 아니라 여론은 악화될 뿐이다. 더욱이 대화를 하겠다고 본관을 점거한 비무장한 100여명의 학생들에 대한 대응이 1600명의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것은 씻을 수 없는 최경희 총장의 오명이다. 결론적으로 최경희 총장은 한 개인이 겪어야 할 수모는 차치하더라도, 그 과정에 학생들이 받았을 실망과 충격 그리고 대학의 불명예스런 결과를 감안하면, 가능한 빨리 사퇴하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표면적으로 보여 준 최경희 총장의 인내심있고 부드러운 대응은, 그동안 우리사회 특권층이 종종 보여 준 고질적인 권력관계 앞에서의 시간끌기와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사태의 책임자로서 총장사퇴를 요구하는 학생들 앞에서의 대화제안은 농성중인 학생들이 지치거나 분열될 때까지 '버티기'로 권력에 집착하는 듯 보여 교육자로서 더 실망을 안겨준다.

그 근거로 총장사퇴를 외치는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에 대한 이제까지 학교측의 설득력 없거나 무책임한 대응이 바로 '총장의 사퇴거부가 무엇을 시사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농성초기에 분노한 학생들에게 "학업으로 돌아가라"는 개의치 않는 듯한 지시가 학장들에게 상투적으로 전달되었다. 더우기 총장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2차 시위의 대응책으로, - 익명성의 농성 과정에서 대표성을 배제당한- 총학에게 학교 측이 범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전가하려다 거부당한 경우는 굴욕적이기까지 하다. 이와 같이 한 대학을 이끌고 가는 교육계 지도층이 범한 무책임한 태도는 곧 경찰이 총학을 소환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이 광경을 본 학생들에게 총장의 사과와 대화신청은 공허하기만 하다.

수직적 연대에서 수평적 연대로

나는 그동안 시위하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인 'save our ewha' 페이지를 방문하다 졸업생을 사칭한 외부인의 회유책을 보았고 결국 그 공간은 삭제되어 학생들로 하여금 다시 온라인 공간을 만들게 했다. 아시다시피 학생들의 저항방식이 학벌 순혈주의 라는 세간의 삐딱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외부세력을 의식한 듯 타 대학과의 연대거부와 강박증으로 보일 만큼 대표성을 띈 운동권과 총학을 차단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시위에 동참하는 학생들을 종북으로 몰고 있다는 손자보까지 ECC건물에 등장한 것과 경찰이 총학을 소환한 것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손자보에 적힌 내용과 총학 탄압이 관련있다는 것을 아는 학생들에게 총장의 사퇴거부와 대화요청이 어떤 것일지는 불보듯 뻔하다.

학생들의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졸업장을 반납하거나 서명과 기자회견으로 총장사퇴를 선언한 졸업생들과 총장사퇴 성명서에 서명한 이화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교수들과는 다른 입장들이 이대학생들 특유의 수직적 연대에 대한 위기감으로 나타나지만 이제까지의 예상을 뒤엎는 학생들의 투쟁성과로 인해 장담할 수만은 없다.

이미 농성이 20일째 맞이할 즈음에 총장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졸업생들의 광고가 모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고 이어 지난 24일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진정 필요한 것은 총장사퇴가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 된 이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총장 사퇴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최경희 총장은 역사적으로 이화인들이 추구해왔던 여성 지도자로 우리사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선택이 무엇이지 숙고하길 바란다. 작금의 상황은 사태해결을 마주하지 못하고 회피하며 "하나되는 것"보다 사회 지도층으로서 젊은이들 앞에서 책임을 지고 권력을 내려놓을 줄 아는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간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상투적으로 보여준 볼썽사나운 '버티기'는 부디 교육계에서 종식되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최경희 총장은 총장사퇴 거부대신 학생들의 교육기득권과 대학의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 이번 장기화된 학생들의 본관점거 농성의 해결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총장사퇴가 선행되야

'이화의 난'이라 불리는 학생들의 이번 본관점거 시위에서 이대의 특이한 방식이 되어버린 재학생과 졸업생의 수직적 연대인 이른 바 "나나 잘하세요" 전술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대학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라는 점에서 총장사퇴 이후의 수평적인 연대로의 이행은 부득이해 보인다. 이는 일관되게 학생들이 바라는 바인 최경희 총장의 사퇴의 당락과 함께 이번 이대의 저항운동이 수직적 연대의 한계를 타진해 보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총동창회의 입장대로, 총장사퇴 이후의 문제를 고려해 사퇴가 곧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최경희 총장의 사퇴는 해결책의 단초가 된다. 다만 지금은 당면한 사퇴문제만 해결하기에도 해가 많이 짧아졌으니 다음 일은 차후에 다루는 것이 사태해결의 순리임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오타가 많아 수정과 함께 이미지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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