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의 '네이팜탄 소녀' 사진 삭제 논란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알린 역사적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해 논란에 휩싸였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 <아프텐포스텐>은 "페이스북이 역사적인 전쟁 사진과 아동 포르노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항의 서한을 1면에 실었다.
노르웨이 작가 톰 에이란은 전날 '전쟁의 공포'라는 글과 함께 역사를 바꾼 7장의 전쟁 사진을 첨부했다. 이 가운데 '네이팜탄 소녀'로 불리는 사진도 있었으나, 페이스북은 이를 삭제해버렸다.
1972년 베트남 전쟁 당시 AP통신의 사진기자 닉 어트가 네이팜탄 공격을 받아 불붙은 옷을 벗어 던지고 달리는 9살 소녀를 찍은 이 사진은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며 언론의 최고 영예인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러자 <아프텐포스텐>은 페이스북이 네이팜탄 소녀 사진이 담긴 게시물이 삭제했다고 보도하며 자사의 페이스북 계정에 다시 네이팜탄 사진을 올렸으나, 이마저 곧바로 삭제당하고 말았다.
최근 음란물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사진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해달라"라며 "생식기나 엉덩이를 드러낸 나체, 여성의 가슴이 노출된 모든 사진은 삭제된다"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균형 유지 노력하겠다"
<아프텐포스텐>의 에스펜 에길 한센 편집장은 서한에서 "나는 노르웨이 최대 신문의 편집장이지만,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나의 편집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며 "그는 자신의 힘을 남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누리꾼이 페이스북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네이팜탄 소녀 사진을 올리고 있지만, 이 역시 대부분 삭제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페이스북은 성명을 통해 "우리도 네이팜탄 소녀 사진의 상징성(iconic)을 잘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어떤 나체 사진을 허용하고, 혹은 금지할지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안전한 사용 환경을 유지하도록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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