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면한 록펠러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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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종(cogitur)등록 2016.09.13 16:46
화려하고 방탕한 삶을 살았던 중혼자이자 떠돌이 돌팔이 의사였던 아버지와 경건하고 엄격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변두리 출신 석유왕 존 록펠러(1839~1937)는 십일조를 통해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훌륭한 신앙인의 본으로 한국교회에 자주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그가 미국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은 한국교회에 알려져 있지 않다. 록펠러가 어머니의 철저한 주일성수 교육, 십일조 교육에 의해 담임목사에게 충성을 다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게 되었다는 성공스토리는 한국교회 부흥사들의 단골 메뉴이다. 담임목사를 잘 섬기고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잘해 성공해서 십일조를 더 많이 하고 목사를 더 잘 받들라는 말씀이다. 그렇게 받은 십일조로 수천억짜리 성전을 지으면 하나님이 그곳에 계실까? 지금도 여전한 한국교회의 '록펠러 닮기' 열풍은 실상은 맘몬이 주는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을 신앙의 이름으로 치장한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그에게 돌리는 엄청난 찬사와 존경은 한국교회에 넘쳐나니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지금부터 찬물을 조금 끼얹어 보겠다.
존 록펠러는 과연 정말 록펠러재단을 설립하고 시카고대학을 세워 사회에 공헌한 기부천사인가? 아니면 조직폭력배 용역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하며 시장의 질서를 유린하고 잔인하게 상대 회사를 파괴했던 '잔혹한 독점 자본가'인가? 록펠러가 쌓은 엄청난 부, 그리고 많은 액수의 십일조 뒤에는 그가 설립한 정유회사 스탠더드 오일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커다란 부를 쌓고자 뇌물과 사보타주로 다른 기업들을 사정없이 공격해 무너뜨리고 그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노조를 조직폭력배들인 구사대를 동원해 탄압한 더러운 사실들이 숨겨져 있다.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오직 상대 정유기업을 공격해 파괴하려는 심산으로 원가 이하에 석유를 판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록펠러가 부를 축적한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명을 남긴 사건은 1914년의 '러드로 학살' 사건이다. 이 사건은 록펠러가 인수한 광산회사에서 하루 겨우 1달러 69센트의 임금을 받던 광산노동자들이 분노해 노동쟁의를 벌이자 이를 유혈 진압하면서 어린이를 포함한 노동자 학살한 사건이다. 회사 측은 매년 2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탐정, 프락치를 고용해 노조 설립을 막았다. 해고당해 오두막 사택에서 쫓겨난 70%에 달하는 해고노동자들은 러드로라는 마을에서 한겨울에 텐트를 치고 저항하였다. 노동쟁의가 6개월이 되어가자 사측은 주방위군 복장으로 위장한 소위 전문적인 조직폭력배인 구사대를 고용하여 노조에 기관총격을 가하고 쟁의 중이던 텐트에 불을 질러 텐트 밑 토굴로 숨어 들어갔던 여자 2명과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50여 명이 죽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결국 연방군까지 동원되었다.
미국제 복음주의에 담긴 천민자본주의가 약속한 축복을 추구하는 한국교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까? 한국에서도 록펠러처럼 십일조를 견실히 드리고 주일에는 쉴 뿐 아니라 재단을 설립해 사회사업을 잘하는 기업이 '역시나' 노조를 탄압합니다. 다음은 2007년에 보도된 한 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홈에버도 주차, 보안, 시설, 청소미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간접고용 노동자 500여 명을 전국적으로 계약해지했습니다.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은 "3월 20일 2001아울렛 천호점부터 시작된 이같은 계약해지가 5월부터는 홈에버로 확산되고 있다"며 "해고된 비조합원의 수는 파악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홈에버는 각 점포에 "5월부터는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3개월 이상 하지 말라"는 지침도 내렸다. … 이에 이랜드 그룹 소속의 노조들은 15일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랜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흘러넘치는 노예들의 땅'이 됐다"며 "이것이 '기독 경영', '윤리 경영'이냐"고 비판했습니다. … 이들은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은 교회에 십일조로 130억을 냈다고 간증하고 다닌다"며 "하지만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대량해고로 이랜드 그룹 유통사업장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는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9세기 중반 냄새나는 고약한 액체가 운송 기관의 연료와 갖가지 공업 재료가 된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록펠러는 이 전도유망한 석유정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록펠러가 사용한 사업의 방식은 효율성을 앞세운 잔혹한 방식이었다. 1870년대부터 록펠러는 독점, 리베이트, 기업 매수, 경영진 매수, 영업 방해, 노동쟁의 유혈 진압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공격적으로 다른 기업을 문어발식으로 인수 합병하고 노조를 탄압해 40여 개 회사가 모인 최초의 독점적인 트러스트기업을 만들어 돈을 긁어모았다. 처세술의 대가로 알려진 철강왕 카네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네기도 인수 합병으로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노조 탄압에 동일한 방식을 사용했다.
석유시장을 독점한 록펠러는 1911년 반독과점법에 의해 이 초유의 95% "완전독점" 트러스트가 몇십 개의 정유기업으로 강제 분할된 후에도 여전히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하였다. 1937년 97세로 죽기 직전 존 록펠러의 재산은 빌 게이츠보다 3배나 많은 172조, 미국 전체 부의 1.53%에 달했습니다. 분할된 엑손모빌 같은 정유회사는 지금도 전 세계 석유산업을 독점하고서 건재함을 과시합니다. 독점 과정에서 스탠더드오일은 노골적으로 정부 관료들을 매수하기도 하였다. 또한 록펠러 가족의 영향력 아래 있는 록펠러재단의 설립은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선의가 아니라 사실상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같은 기자의 목숨을 건 탐사 보도와 반트러스트 판결을 막기 위한 대사회 여론 전환용으로 기획된 측면이 강하다. 이런 면피용 재단설립 방식은 한국 사회에서 재벌들이 드러난 범죄 행위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국면 돌파용으로 사용하는 '가족' 재단 설립 방식과 너무나 흡사하다.
당시 스탠더드오일의 간부였던 아치볼드는 사회와 언론의 비판과 기소에도 스탠더드오일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는 미국 산업의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을 비판해서 너희가 어떻게 하겠느냐는 오만한 전제가 깔려 있었다. 산업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나라 전체를 자신들이 경영하고 있다는 착각과 더불어 자신들을 초법적인 지위에 두는 태도였다. 이런 태도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재벌의 오만한 모습과 겹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은 잔혹한 독점적인 부의 축적 방식을 그가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았다. 록펠러는 55세에 불치병으로 신앙적인 전환기를 경험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 후 기부에 나서고, 심지어 록펠러재단을 설립했지만 죽음을 넘나드는 경험도 스탠포드오일의 운영 방식을 바꿔 놓지는 못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은 그의 기사에서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 설립 이래로 공정하게 경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썼다. 루스벨트는 록펠러의 재단 설립에 대해 "아무리 재산을 많이 기부합니다 할지라도 그의 악행을 덮을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어떻든지 십일조만 내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논리는 가난한 이웃을 먼저 돌보라는 성경의 말씀과는 분명히 거리가 멀다.
내 생명과 온 삶이 주님의 것이기에 십일조는 모든 소유가 주님 것이라는 고백을 경제적인 부분에서 삶으로 옮기는 훈련이다. 재물이 있는 곳에 틀림없이 마음이 가는 법이다. 소득의 십 분의 일조차 본래 주님의 것이라고 드릴 수 없다면 나머지 소득이 하나님나라의 공평과 정의에 합당하게 쓰일 리 만무하다. 십일조는 분명 훈련의 유익이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십 분의 일이라는 율법적이고 기계적인 기준이 아니다. 십일조가 주님의 주되심의 고백이라면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느냐도 하나님나라의 공평과 정의에 따라야 마땅하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 십일조만 내면 된다는 생각은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맘몬숭배와 무엇이 다른가?
"창기의 번 돈과 개 같은 자의 소득은 아무 서원하는 일로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전에 가져오지 말라 이 둘은 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 가증한 것임이니라."(신명기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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