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축구]한국 축구 선수, 모두가 박지성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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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sang495)등록 2016.10.10 12:18
최근까지 대표팀에 자주 차출되었던, 국내에서 유명하면서 해외 유럽에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 축구 선수들을 나열하자면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김진수, 박주호, 윤석영, 석현준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각 개인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뽑힌 이유에 대해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고 동의할 수도 있다.

이 중에서 구설수에 올랐던 선수들은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을 꼽을 수 있겠다. 구설수라 함은 이들의 태도 논란에 관한 것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손흥민은 지난 9월 1일 있었던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최종예선 1차전에서 후반 교체 이후 물병을 걷어차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에 있었던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우리나라는 6:1 대패를 했는데 당시에도 손흥민은 교체 이후 수건을 집어던지는 행위를 했다. 자신의 경기력에 불만이 있던 나머지 그것을 적나라하게 표명한 것이다.

이청용의 상황을 보자. 2015/2016 시즌 이청용의 리그 출전 횟수는 13경기인데 그 중 9경기가 교체 출전이다. 컵 대회는 4경기를 출전했다.이청용은 파듀 감독에 대한 무례한 발언으로 인해 5000만원의 벌금형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인터뷰 중, 자신의 출전 수가 너무 부족한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듯 말을 했는데, "파듀 감독이 경기 중 너무 흥분해 교체 카드가 몇 장 남았는지 잊어버리더라", "파듀 감독이 뉴캐슬에 있을 때부터 나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는 식으로 인터뷰를 했다. 벌금징계를 내린 이유는 이청용의 발언 부분 몇 가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고 일정부분 오해가 아닌 만큼 벌금을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청용이 출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독을 비난한 것에 대한 파듀 감독 자신의 응보를 보여준 것이다.

기성용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스완지시티 감독이었던 귀돌린 감독이 경질 당했다. 그리고 미국 출신의 브래들리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 9월 18일 EPL 5라운드 사우스햄튼 전에서 교체되어 나갔는데 당시 귀돌린 감독이 악수를 요청했으나 기성용은 그것을 거절했다.그 이후 기성용과 귀돌린 감독과의 불화설이 터졌고 이것이 논란이 되면서 팀의 주장인 브리튼까지 가세하여 기성용의 행위를 비판했다.그러나 기성용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나름 합당한 이유를 들어 인터뷰에 응했다. 기성용 본인은 본인이 원하는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 뛰고 있다고 하여 그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본인이 뛰고 싶어 하는, 주 포지션에서 뛰어야 제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 텐데 팀의 분위기도 좋지 않은 것도 한몫 하여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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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세 선수에 대해 경고장을 내놓았다. 자신이 다른 해외 감독을 만날 때마다 한국 선수들은 예의가 바르고 감독이 요구하는 지시에 군말 없이 잘 응하며 성실한 선수들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수식어가 있기도 했고 실제로도 유교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 윗사람에게 공손히 하는 태도는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국내 축구 유소년 문화도 그래서 감독의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있고 이는 대학이든 프로든 마찬가지다. 한국인 감독이 있으면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고 그 분위기 역시 강압적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이런 분위기는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이렇게 사회 구조적으로 너무나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는 상황에서 해외파 선수들의 태도는 상당히 불손해보이고 보기에 좋지 못한 행동일 수 있다. 이는 해외에서 보더라도 그런 보도들이 나오기 때문에 문제로 치부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렇게까지 크게 문제로 부각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나라 선수들은 감독들이 시키면 그대로 다 따라야하고 자신의 의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하지 못하고 삭혀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의 의견은 도대체 어디로 향해야만 하는 것인가.

박지성이 모든 국민들과 국내 축구인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외로움 속에서도 혼자서 영국 생활을 잘 이겨냈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면서 빅클럽인 곳에서 '벤치박'이라는 조롱을 당했음에도 군말없이 꿋꿋하게 견뎌냈고 퍼거슨의 지시에 잘 응했다. 호랑이 감독이라고 불리는 퍼거슨 밑에서 정말 잘 참고 기다린 끝에 지금은 맨유의 레전드로 불리면서 홍보대사를 역임하고 있다. 이런 박지성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도 모두 박지성처럼 되길, 박지성처럼 처신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그저 박지성의 스타일일 뿐이다. 그의 성격인 것이다. 박지성은 박지성이고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은 그와 다르다. 특히나 손흥민은 어려서부터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준비했고 데뷔했기 때문에 외국 마인드가 자리 잡혀있다. 기성용이 힐링캠프에 나와 말했듯, 유럽에서는 라커룸에서 감독의 지시에 불응하고 오히려 화를 내는 선수들이 있다고 했고 동료들에게 조차 욕을 하며 똑바로 하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은 너무나 조용하다고 했다.

이런 것을 봤을 때 꼭 가만히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견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답답함도 있을 것이다.해외파 선수들이 했던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한국인들, 한국 축구 선수들의 태도가 아니기 때문에 낯선 것이다. 우리네 정서로 봤을 때는 당연히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분위기와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선수마다 개성이 있고 의사를 표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행동은 외국 선수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주목 받을 정도까지 간다는 것은 너무나 딱딱한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신입사원으로서 회사에 들어갔을 때, 윗사람들이 시키는 것에 그저 따라야만 하는 구조에 놓여있다. 우리의 잠재력과 원하는 것들,하고 싶어 하는 기획들, 이런 모든 것들은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진다. 물론 그것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회사들도 있겠지만 몇 없다. 군대 문화가 회사 속에 침투되어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여기저기 기저에 깔려있다. 이런 문화가 축구 사회에도 반영이 된 것이다. 그래서 감독이 시키면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구조가 잡힌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기에 나설 수 없거나 또는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폭행을 당하거나 할 것이다.

이미 이런 문화가 우리 마음 한 구석에,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데 하물며 축구라고 해서 달라질 수 있겠는가. 불만 사항을 표출하고 싶어도 그래선 안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나의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있게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예전에만 하더라도 무조건 선배에게 볼을 패스해줘야 하는 그런 문화였다. 내 위치가 골을 넣기에 좋고 찬스라고 하더라도 옆에 있는 선배가 '야! 패스해!'라고 한다면 패스를 해야 하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왜 패스를 안했냐고 꾸중을 듣는.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었다. 이제는 그런 것이 많이 사라졌긴 하지만 말이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당신의 입맛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답답해도 그냥 삭혀야 하고 기회가 없어도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제는 이런 딱딱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두가 박지성일 수 없다. 그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런 행위가 팀 전체의 분위기를 흐려 동료들에게 영향이 미치게 되면 잘못일 수 있겠지만 본인이 판단하기에 잘못된, 혹은 내가 너무 못해 답답해서, 기회를 받지 못해 팀을 떠나고 싶어도 본인의 계획에 있다면서 출전시키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도 허리를 숙여야 하는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너무 답답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상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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