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 25분 이란의 아즈문의 선취골이자 결승골이 터졌다, 사진=연합뉴스) ⓒ 이상훈
이것 참 너무 어렵다. 이란이라는 팀을 이기기엔 너무나 역부족이다. 꽉 들어찬 관중들도 그렇고 이란 선수 개개인의 역량도 그렇고. 너무나 얄미로운 수준의 팀이다. 도대체 우리가 이란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경기 결과는 1:0 한국의 패배다.
전반 초반부터 이란은 우리를 몰아붙였다. 전반 7분, 오프사이드였지만 이란을 우리 골망을 흔들었다. 10분에는 슈팅을 허용했다. 이것은 역습 상황에서 슈팅까지 허용했는데, 지연이 없고 그저 태클로 볼을 처리하려다가 슛까지 내줬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란과 한국은 어찌 보면 똑같은 공격 방법을 가지고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은 공격을 앞세운 전술보다는 역습 위주의 전술을 활용했는데 우리 역시 그러했다. 높은 위치에서 전방 압박을 하지 않고 그저 상대에게 볼을 건네줬으며 상대가 볼을 잡고 있더라도 그들에게 점유율을 허락했다. 한국 축구가 보여주지 않은, 색다른 모습이었다. 즉, 한국도 역습 전술을 차용한 것인데 전반에 전혀 위협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이란의 공수, 허리 라인의 간격이 너무나 조밀했고 일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반 24분 이란의 골이 터졌다. 우리의 왼쪽 풀백을 버리고 압박 수비를 한 것인데 이렇게 수비 한쪽을 버리고 수비를 시도했다면 분명하게 차단을 했어야 했다. 수비가 너무 도박적이었다. 오늘 왼쪽 풀백은 오재석인데 너무 아쉽다. 그냥 지난 경기에서 준수한 활약을 했던 홍철을 오늘 경기에서도 선발로 출장시켰다면 어땠을까. 혹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더라도 왼쪽 풀백으로서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호펜하임의 김진수를 차출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물론 경기력이 중요하지만 이란이나 중국에는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소속팀에선 못하더라도 대표팀에선 제 기량을 보여주면서 본인의 경기력을 되찾고 서서히 감을 잡아 소속팀에 가서 주전 경쟁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대표팀에서의 경기력이 소속팀에 갔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33분, 오재석이 혼자 드리블을 하다가 볼을 빼앗겨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너무나 불안하며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사실 본인들은 긴장하지 않고 약 7만 명 관중의 응원에 주눅 들지 않겠다고 선전포고 했으나 막상 경기의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 선수들은 이란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 (후반 66분 김신욱의 교체투입을 통해 한국은 그나마 공격을 좀 전개할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 이상훈
지동원을 원톱할 바엔 차라리 석현준이나 김신욱을 선발로 기용한 것이 좋지 않았을까. 지동원이나 석현준이나 동일한 플레이를 한다. 석현준은 지동원이 원톱으로 출전할 때와 같은 유형의 선수라고 보면 될 것이다. 대신 석현준이 지동원보다 좀 더 크다. 그래서 제공권 따기 쉬웠을 텐데 아쉽다. 아니면 그냥 김신욱을 선발로 출전시켜 초반부터 헤딩 싸움으로 먼저 골을 노리는 작전은 어땠을까.
후반 시작 동시에 한국영을 빼고 홍철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홍철을 왼쪽, 오재석을 오른쪽,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다. 이게 맞았다. 원래 언론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런 방식을 원했다. 장현수는 풀백에서 중앙으로, 오재석은 오른쪽을 원했다. 하지만 오재석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불안한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그냥 홍철이 선발로 나왔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전북의 최철순이 그리워진다.
후반에도 마찬가지로 이란 선수에게 위협적인 역습을 허용했다. 게다가 후반 63분, 코너킥 상황에서 위협적인 중거리 슛이 날라 왔지만 김승규의 환상적인 선방으로 실점을 막아냈다. 시야가 가려졌음에도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했던 김승규였다. 상대의 위협적인 모습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그나마 우리 수비진의 김기희가 일당백을 해냈다.
▲ (손흥민은 이란전에서 제 활약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상훈
오늘 경기는 손흥민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본인의 개인 전술도 없었고 패스 연계도 거의 없었다. 너무나 고립된 모습이었다. 손흥민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고 그럴 수도 없었다. 손흥민을 바라보며 패스를 하려고 하는 동작 자체를 이란 수비진이 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손흥민 본인도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후반 들어 제대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카타르전과 마찬가지로 오늘 경기 역시 김신욱의 투입 전과 후로 나눌 수 있겠다. 김신욱이 없으면 공격이 전혀 안 이루어지고 김신욱이 들어가니까 그나마 세컨 볼 찬스가 날 수 있었다. 슈팅까지 이어가진 못했지만 김신욱의 영향력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왜 김신욱을 선발로 출전시키지 않았던 것인가. 너무나 아쉽고 아쉽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이란은 조 1위로 올라갔고 우리는 우즈벡 다음으로 조 3위에 위치했다. 이제 4차전을 치렀고 앞으로 6경기가 더 남아있는 상황에서 조 3위는 좋지 못하다.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라고 하는 한국이 조 3위라. 너무나 불명예스럽고 걱정되는 위치에 있다. 여유롭지 못하고 안정적이지 않다. 걱정과 근심만 쌓여가는 순위다. 게다가 경기 내용까지 4경기 모두 불안 불안했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걸까. 정확한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고 앞으로 개선해야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 이란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은 당연했으나 우리가 시도했던 슈팅은 거의 없었고 의도한 작전대로 풀리지도 않았다.오늘 경기는 그저 뛰어다닌 것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수요일 아침부터 스마트폰을 보고 축구 뉴스에 댓글 다는 사람들의 타자 소리로 시끌벅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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