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축구]나는 진짜 루니의 모습을 보고 싶다

검토 완료

이상훈(sang495)등록 2016.10.20 11:41


잉글랜드의 악동이라 불리던 웨인 루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명문 구단에서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선수. 영국 삼사자 군단의 최전방에서 그 어린 나이에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을 뒤로 하고 당당하게 공격수로 뛰던 그의 위치는 현재 벤치이다. 최근 외신 보도에 의하면 이제는 잉글랜드 대표팀 선발에서도 제외됐고 벤치를 달구고 있다. 심지어는 벤치에서 조차 쫓겨날 판에 놓여 있다. 어쩌다 루니가 이렇게 되었을까.

루니는 에버튼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당시 악동 천재라고 불릴 만큼 상당히 투지가 강했고 전투적이었으며 빠른 스피드와 180cm가 되지 않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신체 능력이 워낙 뛰어난 선수여서 상대 거대 수비수들에게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골을 성공시키는 선수였다. 저돌적이었고 마치 황소를 보는 듯 했다. 2002년도에 입단해 유로2004에 나가 4경기 모두 선발 출장하여 4골을 터트렸다. 당시 루니의 나이는 무려 19살에 불과했다.

2년 뒤인 2004년, 에버튼을 떠나 영국 최고의 명문 구단인 맨유로 이적한다. 그 유명한 퍼거슨 감독 밑에서 성장하게 되며 그가 여태까지 맨유 소속으로 오늘까지 리그 376경기 출장 179골을 기록 중이다. 1경기 당 약 0.47골의 수치이다. 이는 정말 대단한 수치이다. 다시 말해, 2경기 나오면 1골은 넣는다는 의미이다. 공격수로서 대단한 기록이다. 그리고 맨유 소속으로 5회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 1회, FA컵 1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수상한 것도 너무나 많다. 굵직한 상을 살펴본다면, 잉글랜드 올해의 선수상 2회,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 2회, FIFA 월드 베스트 일레븐 1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1회 등등. 너무나 많아 나열하기 힘들다.

퍼거슨 감독이 떠나고부터 루니의 기량이 점점 하락하는 듯 보였다. 퍼거슨은 2012-2013 시즌을 마지막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 이후로 모예스 감독이 맨유로 왔는데, 그 시즌만 하더라도 루니는 제 기량을 보여줬다. 29경기에 나와 17골을 넣었다. 정말 좋은 활약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시즌, 33경기에 나와 12골을 기록했다. 이 때가 바로 반할 감독 체제였다. 어느새 부터 반할 감독은 루니를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그의 능력, 공격수 본능은 점차 사라져가게 되었다. 루니를 죽인 장본인은 어찌 보면 반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루니는 어린 시절부터 악동 기질로 유명했는데, 그 이유로는 경기장안에서의 플레이였다. 본인이 드리블하거나 가지고 있던 공을 빼앗기면 그 즉시 자신의 공을 빼앗은 선수에게 백태클을 가했다. 이는 팀플레이로 봤을 때 상당히 어리석은 짓이다. 자칫 잘못하다 퇴장을 받아 팀의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니는 자신의 분노를 좀처럼 주체하지 못했다. 게다가 심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면서 심판을 농락하기도 했고 상대 선수에게 소리치는, 대단히 포스 넘치는 선수였다.

어찌 보면 멧돼지로 비유해도 어울릴 듯한 외모와 풍채를 지니고 있는 루니. 그렇게 투지와 패기 넘치던 루니는 어느새 사라졌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부터 본인의 공을 빼앗기고 상대 선수에게 달려가 백태클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물론 좋은 일이지만 그런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본인의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그럴 체력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철이 든 것인지. 하도 경고와 퇴장을 받다보니 백태클이 좋지 않음을 깨닫고 백태클이 아닌 몸싸움을 시전 하는 것으로 바꾸었지만 이제는 그 모습도 사라졌다. 그런 투지가 있더라도 가끔이다.

나는 루니가 골을 넣고 당당하게 셀레브레이션 하는 모습이 그립다. 맨유팬은 아니지만 그의 당당함, 통통한 뱃살을 내밀고 두 팔을 벌리던, 맨체스터와의 더비 경기에서 환상적인 오버헤드킥 골을 성공시키고 나서 했던 그 세레모니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퍼거슨은 벤치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까.

그리고 루니는 복싱을 하다가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본인을 향한 조롱의 기사들을 향해 축구선수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골을 넣고 셀레브레이션으로 복싱을 하다가 쓰러지는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역시 재미있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재치도 있고 그렇다고 선수로서 못하는 실력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정이 가는 선수였다.

이번 시즌 무리뉴가 맨유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인터뷰로 '나는 루니를 공격수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 프리시즌에서 갈라타사라이를 상대로 두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리그 1라운드 본머스를 상대로 1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루니는 무리뉴 밑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팬들의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고 본인이 쌓아올린 업적은 온데 간데 사라져버렸다.

역시 스피드로 흥한 자는 스피드로 망하게 되어 있다. 루니의 최고 장점은 빠른 발에서 나오는 폭발적이고 저돌적인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몸까지 좋아서 상대 수비에게 밀리지도 않았고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때리는 슛 능력도 탁월했다. 패스도 좋고 좌 우 짧은 패스로 풀어주는 것도 좋았고. 그냥 나는 그의 백태클이 제일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제는 자신의 장기였던 스피드를 버리고 다른 능력으로 팀에 헌신해야 할 판이다. 그의 나이는 이제 31세. 운동신경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 물론 이브라히모비치가 35살임에도 건재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루니의 신체 특성은 키 176cm에 몸무게 83kg이다. 조금만 체중을 관리한다면 스피드가 그래도 떨어지지 않지 않을까. 몸이 너무 둔해져서 그런 것이라면 체중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되겠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다시 빠른 스피드를 가질 수 있을 수도 있다.

빅클럽, 축구 종가라는 팀의 주장이라는 역할이 오히려 그의 발을 묶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언론의 관심과 팬들의 신뢰 저하까지 그를 완전히 무너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이상 그의 편은 없어 보인다. 그가 이룬 업적, 지금까지 팀에 헌신했던 공헌은 이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는 그가 빼앗긴 공을 되찾기 위해 달려가 백태클을 했던 패기까지. 그가 은퇴하기 전에 나는 진짜 루니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 <유어슈닷컴>에도 실렸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