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축구]세계적 풀백 기근 현상은 한국 축구에도 있다

[상식축구]세계적 풀백 기근 현상은 한국 축구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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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sang495)등록 2016.10.31 16:55
오늘 슈틸리케 감독이 축구 대표팀 25인 명단을 발표했다. 원래는 23인의 선수들을 줄곧 선정했으나 이번에는 25명의 선수들을 차출하면서 본인의 위기를 타개해나가려고 하는 생각이 엿보인다. 이번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번째 경기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있을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 선수들을 실험해보려고 할 것이다.

이번 캐나다, 우즈벡과의 2연전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GK : 권순태(32·전북) 김승규(26·빗셀 고베) 김진현(29·세레소 오사카)

DF : 곽태휘(35·서울) 김기희(27·상하이 선화) 김창수(31·전북) 박주호(29·도르트문트·독일) 윤석영(26·브뢴뷔·덴마크) 장현수(25·광저우 부리) 최철순(29·전북) 홍정호(27·장쑤 쑤닝) 홍 철(26·수원)

MF :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27·스완지시티) 김보경(27·전북) 남태희(25·레퀴야) 손흥민(24·토트넘) 이재성(24·전북) 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 정우영(27·충칭 리판)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 한국영(26·알 가라파)

FW : 김신욱(28·전북) 이정협(25·울산) 황희찬(20·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지난 칼럼에도 언급했었는데 박주호가 대표팀 명단에 승선했다. 지난 10월 15일, 헤르타베를린과의 경기에서 슈멜처의 부상으로 후반 70분 교체되어 들어갔다. 267일만의 출전이다. 대한민국 축구 팬들이 가장 답답한 것이 바로 박주호와 김진수의 이적에 관한 결단력인데 이제야 박주호가 출전을 하니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경기 이후에 여전히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래도 이번 결정은 한번 지켜볼 법 하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그러나 지금 대표팀에 이렇다 할 풀백이 없다. 지난 경기 홍철이 카타르 전에서 나름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그보다는 더욱 임팩트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재석의 왼쪽 풀백 기용이라는 무리수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나서지 못하거나 경기력이 좋지 못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 되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몇몇 있다. 독일의 포돌스키, 칠레의 바르가스, 프랑스의 지루가 그러하다. 포돌스키하면 대표팀 최고의 공격수였고 바르가스는 소속팀에서 24경기 5골에 불과했으나 2016 코파아메리카 8강 멕시코를 상대로 4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우승을 도왔다. 지루 역시 소속팀의 입지도 불안해지고 대표팀에서도 팬들의 비난을 받았으나 유로 2016에서 3골을 터트리며 브론즈 부츠를 받았다. 이렇게 대표팀에서의 활약을 통해 소속팀 감독에게 어필을 할 수 있으며 그러다 보면 다시금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물론 그들의 경기 차출은 소속팀, 대표팀 감독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말이다.박주호 역시 그럴 수 있다.

박주호도 그렇지만 김진수 선수도 상당히 아깝다. 나겔스만 감독 부임 이후 단 한 경기도 리그에 나서지 못하면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김진수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주전 왼쪽 풀백으로 경기에 나섰고 손흥민과 절친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른쪽에는 차두리, 왼쪽에는 김진수가 잘 버텨냈다. 나겔스만 감독은 김진수에 대해 본인의 선수단 운영에 포함되는 선수이긴 하지만 공격력이 부족하다며 그에게 부족한 공격력을 보완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는 3백 전술을 잘 활용하고 있어 양 풀백의 공격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전술이 잘 먹혀들면서 현재 호펜하임은 분데스리가 3위에 위치해있다.

다행히 박주호는 잉골슈타트 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 출장을 하면서 45분을 소화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대표팀에 차출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출전 시간이긴 하다. 게다가 잉골슈타트 전에서 제 컨디션도 아니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시도해 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슈틸리케가 박주호 차출의 이유로 그래도 분데스리가의 수준이 K리그 클래식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표명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K리그 클래식에는 계속 경기에 나서는 측면 수비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 풀백 역시 마찬가지다. K리그 클래식 1위 팀인 전북의 오른쪽 풀백 모두를 차출했다. 최철순도 박주호처럼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선수다. 괜히 장현수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하느니 제 포지션을 뛰고 있는 전문 풀백을 기용하라는 것이 주된 포인트였다. 이용, 고광민을 차출했으나 이용은 시리아전에서, 고광민은 아예 활용하지 않았다. 이용은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고 고광민은 장현수, 오재석에게 밀려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K리그 클래식 1위 팀의 주전 풀백인 최철순을 뽑아보자는 거였다. 물론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감독이었던 시절 최철순을 차출한 적이 있으나 당시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창수가 계속해서 대표팀 오른쪽 풀백으로 나섰던 것이고 김창수도 점점 경기력이 하락하는 것 같으니 장현수를 본인의 포지션이 아닌 오른쪽으로 놓고 실험을 계속 해본 것이다. 준수한 오른쪽 풀백이 현재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캐나다, 우즈벡 전에서 반드시 최철순을 실험해 봐야 하는 것이고 최철순도 아니라면 더더욱 고민을 해봐야 한다.

측면 수비수의 부재는 비단 한국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풀백의 기근은 극심해지고 있다. 근 6년간, FIFA 선정 베스트 일레븐으로 선정된 수비수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10년 - 더글라스 마이콘, 페레이라 루시우, 헤라르드 피케, 카를레스 푸욜
2011년 - 네마냐 비디치, 세르히오 라모스, 헤라르드 피케, 다니엘 알베스
2012년 - 다니엘 알베스, 세르히오 라모스, 헤라르드 피케, 마르셀로
2013년 - 필립 람, 세르히오 라모스, 티아고 실바, 다니엘 알베스
2014년 - 티아고 실바, 필립 람, 다비드 루이스, 세르히오 라모스
2015년 - 티아고 실바, 다니엘 알베스, 마르셀로, 세르히오 라모스

측면 수비수에는 알베스, 마르셀로, 람. 현재 풀백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그 외에는 센터백을 주로 보는 선수들이다. 마이콘은 2010년 이후 베스트 일레븐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마르셀로를 제외하고는 알베스와 람은 절정에서 멀어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게다가 마르셀로는 왼쪽 수비수이고 알베스와 람은 오른쪽이다. 따라서 어떤 선수가 차기 오른쪽 측면 수비수에 선정이 될 지 지켜봐야 한다. 만약 이렇다할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센터백 선수를 오른쪽에 넣을 것이다.

2016년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서도 측면 수비수는 전혀 없다. 그나마 마르셀로가 30인에 들어갈 만할 선수인데, 세계적으로 현재 호르디 알바와 마르셀로, 알라바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왼쪽 풀백으로 거론될 만한 선수들을 찾아볼 수 없다. 오른쪽 풀백도 마찬가지이다.레알 마드리드의 카르바할이 현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젊은, 또는 절정에 올라온 오른쪽 풀백 선수를 카르바할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독일은 람의 대체자원을 찾기 힘들어 본래 미드필더인 키미히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을까. 그런데 키미히가 오른쪽 풀백으로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어 그저 놀라울 따름이긴 했지만 말이다. 세계 주요 리그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 라 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를 봤을 때 리히슈타이너, 아스필리쿠에타, 후안프란, 카르바할 정도일텐데 이 중에 카르바할이 알베스, 람 이후로 가장 유력해 보인다.

풀백 기근 현상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풀백 자원의 귀함을 모두가 알고 있었고 다들 풀백을 영입하려고 노력을 했었다. 이제는 수비력뿐만 아니라 공격력까지 갖춘 풀백을 요구하고 있으니 얼마나 소중한 자원이 될까. 그래서 김진수와 윤석영이 더더욱 다듬고 노력했으면 좀 더 나은 팀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을 텐데 이 점이 아쉽다. 오죽하면 측면 미드필더를 윙백으로 활용할까. 그만큼 감독들이 원하는 유형의 풀백 선수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제 한국 축구 대표팀의 25인 명단도 발표가 된 상황에 바꿀 수 없다. 후보 명단에 김민우와 오재석이 있지만 특이 사항이 없는 한 이대로 갈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특히, 좌우 풀백 기용과 공격수 부분에서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비난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이번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가 어찌 보면 최후 통첩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경기가 될 지도 모른다. 대표팀에게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지만 한국 축구팬들의 답답함은 꼭 달래주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상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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