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언어'로 지시한 국정교과서는요?

“혼이 비정상, 역사는 혼, 그런 기운이”...박 대통령의 이상한 발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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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bulgom)등록 2016.10.31 18:13
"'혼이 비정상'인 세대들을 개조하기 위해 '혼과 같은 역사'를 올바로 가르치기 위한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 전체 책을 보면 그런(자학사관) 기운이 온다."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국정교과서 관련 발언을 갖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줄거리를 내보면 위와 같다.

"최순실 교과서냐, 샤먼교과서냐"

이에 대해 31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말 가운데) 샤머니즘적 언어로 추진된 국정교과서가 최순실 교과서인지, 샤먼교과서인지 밝혀야 한다"고 고삐를 죄고 나섰다. 교육희망네트워크도 성명에서 "국정교과서는 비선실세 무녀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달 28일 처음 나올 중고교<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해 뒤늦게 샤머니즘 논란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이 논란 한복판엔 박 대통령이 읽은 이상한 말 무더기가 있다.

지난 해 11월 10일 청와대에서 연 국무회의. 박 대통령은 어디선가 적어온 다음과 같은 글귀를 또박또박 읽었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생각하면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당시 역사교육계 인사들은 '혼이 비정상'이란 '듣보잡' 발언에 냉기서린 무서움을 느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로부터 19일 전인 지난 해 10월 22일에는 "전체 책(역사교과서)을 다 보면 그런(자학사관) 기운이 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와 청와대 회담을 한 자리에서다.

이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자리에서 어떤 귀기 같은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역사학계 "대통령의 교과서 발언, 사이비종교 영향 받은 것 많아"

취임 첫 해인 2013년 8월 15일 광복절 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은 비슷한 발언을 내놓는다.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는 말이었다. 이 말을 한 고려 말 이암 선생은 <환단고기> 작가로 이 책에 적혀 있다. 이 책에는 위와 같은 박 대통령의 전언도 쓰여 있다. 

일부 샤먼 종교와 연결성을 의심받는 이 책에 대해 대다수의 역사학자들은 20세기에 쓰인 '위조문서'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환단고기>류의 상고사 왜곡과장 행위가 국정교과서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일식 교수(연세대 역사학과)는 전화통화에서 "혼, 기운, 우주, 국운융성과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말은 <환단고기>류의 위서 추종자들이 많이 하는 소리"라면서 "최순실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도, 박 대통령이 국정교과서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이 같은 말을 한 배경엔 환단고기를 추종하는 자가 실무진에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교수는 "환단고기 추종 연구단체에 상당한 지원을 한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에도 이 같은 상고사에 대한 유사역사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진오 교수(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도 페이스북에 "국정교과서가 최순실과 확실한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그동안 교과서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언급했던 내용 가운데는 분명히 '유사역사학'이나 '사이비 종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70% 학생이 북침이라고?" 황당 발언 뒤 추진된 국정화

역사교육 관련 박 대통령의 '아마튜어'다운 발언도 다시 떠돌고 있다. 역사교육 문외한이 도움을 준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의심이다. (당시 관련 첫보도 '북침', '남침' 헷갈린 아이들, 박 대통령은 '오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6536)

"언론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교사가) 교육현장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중략)한탄스럽게도 학생들의 약 70%가 6·25를 북침이라고 한다는 것은 교육현장의 교육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3년 6월 17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친 호통이다. 하지만 당시 한 입시업체와 이 설문을 진행한 한 신문의 조사는 표본오차도 제대로 못낸 전자메일 설문이었다. 대통령이 엉터리 설문 결과에 낚인 것이다.

당시 교육전문가들은 이는 '역사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한자교육의 문제'라고 허탈해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까지 나서 상반된 결과를 낸 자체 설문조사를 발표하며 박 대통령의 어이없는 발언을 꼬집기도 했다.

대통령의 엉터리 발언 뒤 교육부는 전국 학교에 공문을 보내도록 한 데 이어,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다. ⓒ 윤근혁


하지만 이 발언 뒤 교육부는 같은 해 7월 2일 전국 초중고에 '6·25 전쟁 도발 주체에 대한 바른 인식 교육 강화'란 공문을 보냈다. 이어 청와대는 교육부에 국정교과서 추진을 지시했다.

잘못 설계된 조사 결과에 낚인 대통령의 황당 발언이 국정교과서의 견인차가 된 것이다.

지난 해 국정교과서 추진을 총괄한 황우여 전 교육부장관은 이날 기자와 핸드폰 문자에서 '국정교과서는 황 장관이 추진했던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에 "아이고, 입 다물고 있겠다"고 답했다. 언젠가는 진실에 대해 입을 열겠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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