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축구]'사커노믹스'지만스키 교수의 경제학적 관점에 관한 사회학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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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sang495)등록 2016.11.03 15:19
최근 이성모 기자가 인터뷰했던, 스포츠 도서 중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로 꼽히는 '사커노믹스'의 공동 저자이면서 스포츠 경제학계의 대가로 불리는 스테판 지만스키의 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나는 사회학도이기 때문에 경제학도와는 대립되는 구도에 있다.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사회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데, 보통 경제학자는 하나의 이론을 정립하려고 하는, 합리성 위주의 전제가 기저에 있다면, 사회학자들은 그 외적인 요인들, 구조와 환경 등 여러 근거들을 살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지만스키 교수도 역시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축구의 이적시장에 관하여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자신의 논리를 전파했다. 물론 내가 그에게 감히 비판할 수준과 학력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적 관점에 대한 사회학적인 비판의 생각을 담고자 한다. 그래서 그가 주장하고 있는 이적시장 폐지론에 관해 내 나름대로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그의 논리의 부족한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그의 주장은 이러하다. "축구계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이적시장 시스템을 폐지해야 한다."(2016년 9월 29일, 스테판 지만스키 교수가 영국 언론 '텔레그라프'에 기고한 칼럼 중)(이성모 기자 글 인용)

1) 소속된 직장을 옮기는 것은 나의 자유이기 때문에 돈의 개입은 필요하지 않다?

지만스키 : 우선 첫번째로, 예를 들어서 한 번 생각해보죠. 현재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직업과 관계없이, 노동자가 자유롭게 직장을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저의 예를 들자면, 제가 과거에 영국 런던대학교의 카스 비즈니스 스쿨에서 미국의 미시간 대학으로 직장을 옮길 때의 경우입니다만, 그 때 미시간 대학이 절 영입하기 위해서 런던대학교에 돈을 줬을까요? 물론 아니죠. 그건 누가 생각하더라도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그렇게 비상식적인 것이 현재 축구계에서는 당연한 일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대단히 독특한 시스템이며 제가 아는 바로는 다른 산업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직업을 옮길 자유는 보장되지 않습니까?

- 여기서는 교수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으나, 대학 입장에서의 시선은 배제되어 있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직장을 옮기는 것은 맞지만 내가 이 노동자를 원하면 돈을 주고 데려올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카웃'의 개념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미시간 대학이 지만스키 교수를 원한다고 할 때, 런던대학교 카스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지만스키 교수 때문에 런던대학교 카스 비즈니스 스쿨에 오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서로 소유권을 갖겠다고 싸울 것이다. 이럴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로 '돈'을 얘기할 수 있다. 쉽고 간단하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나에게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갈 것이다. 혹은, 다른 외부적 요인을 중시해서 직장을 옮길 수도 있다.

대학도 어찌 보면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학비를 내는 학생이 있어야 학교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을 끌어 모을 수단이 필요하다. 그러한 수단으로 유명한 석학들을 데리고 있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교수를 '영입 한다'는 의미의 말이 타당하게 받아 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런던대학교의 카스 비즈니스 스쿨이 지만스키 교수를 더 데리고 있고 싶은데, 그를 미시간 대학으로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미시간 대학 측이 하려 한다면, 카스 비즈니스 스쿨이 지만스키 교수를 잃어서 생기는 비용을 지불 받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돈을 주고받는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에 따라 직장의 결정권을 행사하지만 그 내부에는 개인의 자유뿐만이 아닌 직장과 직장과의 관계도 있는 것이다.

2) 이적시장은 불법이다?

지만스키 : 두번째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존재해야만 합니다. 또한, 그 권리를 제한하는 사람들(이 경우에는 축구클럽 또는 FIFA 등 관리 기관)이 제한 받는 사람들(이 경우에는 축구선수들)의 동의를 우선 구했어야 하죠. 그러나, FIFPRO에 소속된 선수들은 누구도, 절대로 이적시장 시스템에 동의한 바가 없습니다.

-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동의를 받은 것은 없지만 프로 축구가 생겨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동의를 받은 것이 아닌, 자발적 선택에 의해 동의라는 관념이 프로 축구계에 이입된 것이다.

이 점은 FA의 생성과 리그 탄생 과정을 통해 볼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해서 본다면 다음과 같다. 과거 영국 축구에서는 노동자들이 한 데 모여 팀을 구성했고 각 지역 끼리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취미 활동이었던 축구가 스포츠로 자리잡기 시작했다.산업화 이후 교통이 발달하면서 각 지역의 경쟁의식이 생겼고 그들은 축구를 통해 누가 우월한 지를 가려내고자 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축구를 위해 합숙을 해서 훈련을 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팀을 만들고 그 팀들끼리 FA(Football Association)를 만들고 규칙을 제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컵 대회가 생겨났다. 그러면서 관중이 생기고 유료 경기가 되고 축구는 상업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에, 컵 대회 성격상 한 번 지면 흥미도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친선 경기만 해야 했기 때문에 리그라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채택하는 리그가 탄생한다. 이는 미국 프로야구의 시스템을 축구에 도입한 것이다. 이런 흐름을 통해 프로페셔널리즘이 유입되었고 모든 클럽은 주식회사의 형태로 변했다. 축구는 이렇게 노동자들이 모여 리그를 만들고 팀을 이루게 되면서 발전해왔다.

동의한 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리그를 만들고 프로페셔널리즘을 도입했고 클럽을 기업화 하며 돈을 받고 축구를 하는 체계로 발전해 온 것이다. 개인의 자유가 제한 받는다는 것은 결국 본인들이 만들고 택한 것이다. 암묵적 동의인 셈이다.

그리고 구단의 측면을 간과했다. 선수에 대한 구단의 구속성이 생기는 것은 구단의 역사적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선수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구단이 이루어 왔던,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구단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고 싶은 것이고 그 가치관과 개인의 가치관이 일치한다면 그 곳에 가서 뛰고 싶은 마음을 가질 것이다. 각자의 가치관이 맞지 않으면 팀을 떠나는 것이다. 이 구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한, 나는 이 구단이 나를 제한하고 구속할 지라도 이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가 기저에 깔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인의 자유만 중시되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구단이 그의 이탈로 인해 생겨나는 피해, 그 선수를 대체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어느 누구에게도 보상 받을 수 없다.

3) 3자(노동자, 관리자, 고용주)가 합의를 한 후에는?

지만스키 : 아마도 실행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FIFPRO와 FIFA 혹은 각 리그를 운영하는 주체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와 관리자, 고용주가 모두 합의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합의죠.

그 후에는 아마도, 선수들이 1년 단위 혹은 1시즌 단위로 자신을 고용하고자 하는 클럽들과 자신이 뛰고 싶은 클럽 사이에서 협상을 거친 후 계약을 맺고 뛰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시즌, 혹은 한 해가 지난 후에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새 시즌, 새 해에 뛸 클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게 다입니다. 간단하죠. 이적료도 필요 없습니다. 선수들은 그저 자신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제안을 한 팀을 선택하면 됩니다. 클럽의 입장에서는 특정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다년 계약을 제안하고 체결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계약이 종료된 후에는 합의금 등도 없이 계약관계가 종료되면 됩니다.

- 1년, 1시즌 단위로 자신을 고용하고자 하는 클럽과 직접 협상을 한다고 한다면 선수는 머리가 아플 것이다. 사실, 그렇게 구조를 만든다면 관리자의 역할이 필요가 없다. 선수를 대신해서 관리자가 대신 협상을 하는 것인데 그 역할을 선수 본인이 하는 셈이니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관리자의 이유를 간과했다. 선수는 훈련을 하느라 바쁘고 자신의 몸 관리, 컨디션 조절을 최대화해야 한다. 자기 관리가 투철해야 경기력도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적 협상이라는, 귀찮고도 복잡하면서 머리 아픈 과정을 선수 본인이 해나간다면 너무 바빠질 것이다. 물론 에이전트 비용이 안 나간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에이전트의 학력, 협상 기술 같은 부분에서는 선수보다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선수가 1시즌 단위로 뛰고 계약을 했을 시 구단이 받는 손해가 생겨날 것이다. 축구라는 것은 선수가 리그에 바로 적응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독일로 팀을 옮겼을 때 바로 자신의 최고 경기력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1년, 1시즌 단위의 계약은 이것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1년 단위의 소모품처럼 그냥 버려질 수도 있다. 그리고 부상이라는 변수도 간과했다.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의 부상을 당할 지 모른다. 혹여나 1년 짜리 부상을 당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물론, 다년 계약을 통해 변수의 위험도를 경감시킬 수 있겠지만 선수들이 다년 계약을 할 지는 의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제의가 오면 다년 계약을 통해 오래도록 명문팀에서 뛰고 싶어하겠지만 1년 뛰어 보고 결정할 여지가 남는 것이라 쉽게 다년 계약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괜히 다년 계약 하고 막상 들어갔더니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 계약이 끝날 때까지 그 팀에 남아 있어야 한다. 타 구단에서 그를 영입하려면 계약기간이 끝나야 한다. 그 선수를 데리고 있는 팀은 그를 더 데리고 있을 수도, 내칠 수도 있는 것인데 그 선수가 떠나고 난 후에 생기는 비용에 대해 보상을 받고자 할 것이다.

4) 이적료는 그저 돌고 도는 것이다?

지만스키 : 맨유가 포그바를 영입했을 때, 그 이적료의 대부분은 어디로 가죠?

이성모 기자 : 일부는 에이전트에게도 갑니다만, 대부분은 포그바의 전 소속팀인 유벤투스로 가죠.

지만스키 : 맞습니다. 그럼 유벤투스는 그 돈으로 뭘 하죠?

이성모 기자 : 또 다른 선수들을 영입하죠.

지만스키 : 그럼 그 선수들을 영입한 돈은 또 어디로 가죠?

이성모 기자 : 그 선수들의 전 클럽으로 가고, 그 클럽들은 또 다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돈을 쓰겠죠.

지만스키 : 바로 그겁니다. 현재 축구계에서 말하는 '이적료'라는 것은 결국 그렇게 돌고 도는 것입니다.

- 구단을 운영하려면 구단의 돈이 필요하다. 구단주가 돈이 많지 않다면 이적료로 충당해야 한다. 구단이 영입하려고 하는 선수가 자신이 원하는 연봉을 부르는데 돈이 없으면 못 사는 것이다. 그럼 가장 먼저 입장료 가격을 높일 것이다. 입장료는 구단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구단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리그 순위에 따른 상금, 중계권료, 입장료, 그 외, 기타 수익이다. 지만스키는 구단의 운영을 간과했다. 구단도 자본으로 운영이 되는 것이다. 이적료가 돌고 돌지만 그 이적료로 비단 선수만 영입하는 게 아니다. 경기장 개보수, 증축, 새로운 경기장 증설에 쓰이기도 하다. 구단에 빚이 있으면 선수를 팔아서 그 빚을 갚고 더 많은 팬들이 자신들의 경기를 쾌적한 환경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이적료가 쓰이는 것이다. 결코 이적료가 쓸데 없이 막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만스키의 경제학적 관점은 사회학적 관점으로 보기에 대척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학문이 같을 수 없고 어느 학문이 더 우월하며 더 정답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만스키의 관점도 일리는 있지만 간과한 부분이 많아 그 점에 대해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의문, 반박,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다. 나 역시 현재 이적시장의 문제점, 거품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각계 각층의 전문가와 구단, 선수, 협회 모두가 협의를 해야 한다. 다음 인터뷰는 '돈과 축구의 관계'라는 것인데 그에 대해서도 논해볼 예정이다.

*인터뷰 내용은 이성모 기자의 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452463 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 <유어슈닷컴>, 아이러브 사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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