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 서울에서 섬으로 간 까닭은

지금도 신혼처럼 사는 '결혼 4년 차' 목포 외달도 박광수·황선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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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ds2032)등록 2016.11.16 15:04

박광수·황선의 씨 부부가 바닷가 의자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결혼 4년차지만, 지금도 신혼처럼 알콩달콩 살고 있다고. ⓒ 이돈삼


"신혼여행 온 것 같아요. 지금도요. 이 사람(부인-황선의)과 함께 사는 게, 제 삶의 목표였거든요. 그 꿈을 이뤘잖아요. 여기 외달도도 어디보다 좋고요. 신혼여행으로 갔던 하와이에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이요."

지난 11월 7일 만난 박광수(39) 씨의 말이다. 박 씨는 목포에 딸린 작은 섬 외달도에 살고 있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한옥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박 씨가 '섬사람'이 된 건 4년 전이다. 서울에서 황선의(35) 씨와 혼인식을 하고, 바로 내려왔다. 혼인 이야기를 한 순간부터, 혼인식과 이사까지 거침이 없었다.

목포에 딸린 작은 섬 외달도. 면적이 42만㎡로 앙증맞지만, 여름 휴가철엔 피서객들로 북적대는 섬이다. 연인들 사이에선 '사랑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외달도에 딸린 '섬 속의 섬' 별섬. 바닷물이 많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 이돈삼


"직장 그만 두고, 같이 내려가자고 했죠. 그 월급 주겠다고요. 월급 이상 벌 수 있다고요.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죠."

박 씨에게 외달도는 '이상향'이었다. 외달도교회 목사로 부임한 아버지(박만호) 덕에 몇 번 가보고 반한 곳이었다. 목포시가 외달도 바닷가에 있는 한옥민박을 매각한다는 공고까지 나온 터여서 마음이 급했다.

한옥민박은 목포시가 지난 2006년 7억 7000만 원을 들여 지었다. 오래 전 외달분교 자리 2290㎡에 방 3칸짜리 한옥 3동으로 이뤄져 있다.

박광수·황선의 씨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집 마당을 거닐고 있다. 이들은 서울에서 내려와 외달도에서 한옥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 이돈삼


외달도한옥민박 전경.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내려온 박광수·황선의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민박집이다. ⓒ 이돈삼


입찰을 통해 낙찰을 받은 박 씨는 한옥민박에 신혼집을 차렸다. 단숨에 외달도에서 가장 젊은 부부가 됐다.

"반 정도 밖에 못 줘요. 지금은요. 그래도 정말 좋아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행복하고요. 좋아하는 음악 많이 듣고, 책도 보고요.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외달도로 오기 전에 약속한 월급만큼 (부인에게) 주고 있냐'는 물음에 대한 박 씨의 대답이다. 박 씨는 혼인하기 전, 서울에서 자영업을 했었다.

황선의 씨가 집앞 마당에 있는 소나무의 가지를 손질하고 있다. 황 씨는 대전과 서울에서 살다 박광수 씨와 만나 결혼을 하고, 이곳 외달도에서 살고 있다. ⓒ 이돈삼


"파도소리가 좋아요. 자연도 평화롭고요. 밖(뭍)에 나가면 답답하더라고요. 호흡기가 먼저 알아보는 것 같아요. 자동차 경적 소리도 시끄럽고요. 밖이 전쟁터라면, 여기는 평화의 섬이에요."

부인 황 씨의 말이다. 대전에서 나고 자란 황 씨는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박 씨를 만났다.

철 지난 외달도 해수욕장 전경. 지난 여름 피서객들로 북적댔던 해수욕장이다. 지금은 텅 빈 백사장으로 남아 또 다른 정취를 안겨준다. ⓒ 이돈삼


외달도등대에서 본 외달도해수욕장과 별섬 풍경. 피서객들로 붐비는 한여름을 빼고 외달도는 늘 호젓한 풍경을 선사한다. ⓒ 이돈삼


이들이 살고 있는 섬 외달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6㎞ 가량 떨어져 있다. 면적이 42만㎡로 앙증맞다. 해안선도 4.1㎞로 길지 않다. 아늑하고 평온한 섬이다. 연인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사랑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풀장이 있다. 해변 원두막도 있다. 지난 여름 피서객들로 북적였던 곳이다. 섬에는 주민 20여 가구 30여 명이 살고 있다. 돌김과 파래, 미역을 채취한다. 김양식도 조금 한다. 밭에는 콩, 고구마 등을 재배한다.

박광수·황선의 씨 부부가 집 마당의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한옥민박집의 마당이다. ⓒ 이돈삼


박광수·황선의 씨 부부가 한옥 마루에 앉아서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한옥민박집은 외달도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지금은 여유가 있어요. 휴가철에는 바닷가를 돌아볼 틈도 없었거든요. 손님맞이 하느라고요. 요즘엔 주말에만 예약이 있어요. 그만큼 여유가 생겼어요. 돈은 못 벌지만, 먹고사는 데는 큰 지장 없어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황 씨의 말이다.

"제가 꽃게도 잡고, 우럭도 잡아요. 통발을 놓아서요. 생선 손질은 아직 못해요. 마을의 형님들이 대신 해줘요. 낙지는 못 잡겠더라고요. 내공이 부족한가 봐요. 이웃들이 심심찮게 김도, 고기도 가져다주고요. 찬거리 걱정 안하고 살죠."

박 씨의 너스레다. 손님이 원할 경우 주변에서 얻은 것들로 밥상도 차린다.

박광수·황선의 씨 부부가 섬주민들로 이뤄진 달달합창단에서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찍은 사진이다. ⓒ 이돈삼


황선의 씨가 오르간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한옥민박집의 작은 공간에서다. 이 공간이 섬주민들로 이뤄진 달달합창단의 연습장으로 쓰이고 있다. ⓒ 이돈삼


"저희가 먹는 그대로 내요. 대신 정갈하게 해서요. 된장찌개나 김굴국을 끓이죠. 김밥을 싸고, 라면도 끓이고요. 때로는 닭백숙도 하는데, 사명감으로 합니다. 대체로 맛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황 씨의 말에서 알콩달콩 사는 재미가 묻어난다.

가끔 만나서 하는 달달합창단의 연습도 외달도에 사는 재미다. 지난해 9월 만들어진 달달합창단은 섬주민들로 이뤄져 있다. 팔순을 넘긴 할머니부터 이들 부부까지 다 참여하고 있다.

황 씨는 합창단원들의 연습 때 반주를 맡고 있다. 도시에서 내려와 섬에 살고 있는 이들 부부의 일상이다.

박광수·황선의 씨가 운영하고 있는 외달도한옥민박 전경. 집 마당의 잔디밭에서 바로 이어지는 바닷가 작은 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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