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축구]이청용 제대로 안 쓴 파듀에게 '화난다'

[상식축구]이청용 제대로 안 쓴 파듀에게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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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sang495)등록 2016.11.23 18:28
지난 20일(한국시각), 크리스탈 팰리스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만나 1-2로 패배했다. 맨시티는 정말로 오랜만에 나온 야야 투레의 두 골로 승리를 따냈다. 야야 투레의 두 번째 골인 헤더가 결국 결승골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국 축구팬으로서 안타까운 점이 바로 이청용의 투입과 결승골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앨런 파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교체 투입 되는 선수에게 야야 투레의 수비에 대한 지시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야야 투레에게 헤딩골을 헌납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야야 투레의 전담 마크맨으로 크리스탈 팰리스의 크리스티안 벤테케가 활동했다. 야야 투레는 188cm, 벤테케는 190cm이다.그렇기 때문에 파듀 감독은 공격수인 벤테케를 야야 투레 전담 마크맨으로 지정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트피스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참 마음이 아픈 것은, 이청용과 벤테케의 교체 투입 이후 2분 만에 야야 투레가 헤딩 골을 넣은 것이다. 이것을 파듀 감독의 인터뷰와 동시에 보자면 이청용이 결국 파듀 감독의 지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파듀 감독은 3명의 선수를 교체했었는데, 후반 시작 동시에 안드로스 타운젠드를 빼고 코너 위컴을 투입했고 81분, 벤테케를 빼고 이청용 투입, 86분에 마틴 켈리를 빼고 바카리 사코를 투입했다.

이청용과 파듀 감독의 사이는 점점 좋지 못한 관계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청용은 파듀 감독에 대해 "흥분을 너무나 잘해서 종종 교체 카드가 몇 장 남아있는 지 잊는다"고 했던 것이 논란이 되어 5000만원의 벌금을 받기도 했다. 그 때부터 두 사람의 악연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청용의 크리스탈 팰리스 이적은 지극히 크리스탈 팰리스 관계자로부터 시작됐다. 이청용은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종료와 함께 크리스탈 팰리스 구단주와 만나 이적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 이후, 파듀 감독과도 대화를 나누며 파듀 감독이 본인을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그래서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을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청용은 부상을 당했고 한동안 경기 출장을 하지 못했다.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팀을 옮긴 것이고 부상 회복, 팀 적응 두 가지 모두를 같이 해야 했다. 그래서 이청용은 2015년 4월 25일 헐 시티 전을 통해 3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 이후, 이청용은 여전히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중간 중간 마다 부상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다.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 했던 2014-2015 시즌 3경기(교체 2경기), 2015-2016 시즌 13경기(교체 9경기), 2016-2017 시즌 10경기(교체 7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선발보다 교체 출전한 경기 수가 너무나 많다.

이래놓고 어떻게 이청용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출전 시간도 충분치 않고 선수 운용도 너무나 협소한 파듀 감독이다. 이청용은2016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파듀 감독은 시즌을 너무 짧게만 보는 것 같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시즌 후반까지 갈 수 있지만 중간에 부상을 당하거나 지친다. 그러면 다른 선수들이 빈자리를 메워주는데,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하니까 제대로 된 감을 찾는데 시간이 걸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볼튼이 2011-2012 시즌 이후 영국 2부 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되고 2014-2015 챔피언십 시즌에 볼튼의 감독이었던 닐 레논은 이청용에게 제발 팀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그만큼 이청용을 높이 평가했고 이청용 역시 영국 축구 무대에서 뒤처지지 않는 선수임이 분명하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볼튼이 강등 당하기 전,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이청용이 강팀을 상대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던 모습을 말이다.

이청용이 볼튼으로 이적하고 나서 2009-2010 시즌 34경기에 나와 4골 3도움, 2010-2011 시즌 31경기에 나와 3골 6도움을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 말고 경기 내용으로 봐도 이청용이 볼튼의 공격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청용은 다리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해 기량이 저하됐다는 평을 받지만 그래도 이청용은 충분히 실력 있는 선수다.

이청용을 제대로 써 보지도 않고서는 무조건 비난만 하는 파듀 감독의 처사는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는2016년 들어 5승 7무 22패의 성적이다. 그에게 전술적인 실험, 선수단 운용의 지혜로움이 먼저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말로 그가 이청용을 원해서 영입을 했다면 이청용을 위한, 이청용을 위주로 한 전술을 구성해봤다면 어땠을까. 그의 빠른 발, 화려한 드리블, 영리한 움직임,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왜 극대화시키지 못했냐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런 감독 밑에서, 이런 팀에서 있을 이유가 없다. 이청용과 같은 실력이라면 다른 팀에서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다. 챔피언십 탈출을 위해 선택한 크리스탈 팰리스겠지만 이제는 떠나야 한다. 꼭 프리미어리그가 아니더라도 한국 선수들이 잘 뛰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로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직은 유럽 무대에서 도전할만한 시간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청용의 입맛에 맞는 팀은 많이 있다.

이청용에게 시 한편을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루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이형기 시인의 낙화 중에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상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 '아이라이크 사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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