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에 가자, 아이들은 집에 두고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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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신(keats000)등록 2016.11.26 09:09

4차 촛불집회 모습 4차 촛불집회 당시 모습을 담은 오마이뉴스 신문 사진 ⓒ 오마이뉴스


최근 촛불집회가 비폭력적으로 이뤄지면서 많은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또 어린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의 말은 "이 역사적 현장에 동참함으로써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 않으려한다.", "아이들에게 이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게 하고 싶다"란 말씀들을 많이들 한다. 결코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들의 생각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지만 아이들의 손에 "박근혜 하야하라"라는 팻말을 들게하고, "내가 이러려고 글을 배웠나. 자괴감이 든다."라는 말을 하게 한다. 노래 개사를 해주고 노래를 부르게 한다.
하얀 도화지에 아름다운 자연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바닥에서 "박근혜 하야하라"라는 글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기특하지도 않다. 그걸 흐믓하게 바라보는 부모들의 시선도, 어른들의 시선도 나는 달갑지 않다. 어린이들이 귀여운 말투로 "내가 이러려고~"하는 말에 웃음이 터지는 것도 난 어색하다.

시위가 무겁거나 비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웃음이 번지는 시위는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해낼 수 있다는 힘, 함께 하기에 우린 무적이라는 기분이 없다면 축제하듯 시위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촛불집회에 모여서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그 이후에 우리는 어떠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다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또 촛불을 들고 미래의 박근혜를 향해 구호를 외쳐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 짓는 것이 그래서 불편한 것이다. 우린 아이들을 보면서 미안해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해야 하며 죄책감을 지녀야만 한다. 해방 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부패 권력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싸워왔다. 몇 번이고 일어나 싸우고 또 싸웠다.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 또 우리는 싸운다. 부끄러워하며 우리는 촛불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몇 번이고 부패권력이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지만 우리는 까먹고 까먹고 까먹는다. 가슴 깊이 새기고 다시는 부패권력이 자리잡지 못하게 감시하지 못하고 그들이 부활하게 만들었다.
촛불집회의 목적이 달성되면 우리는 흡족한 모습으로 할일을 다했다는 표정으로 일상으로 돌아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선 안된다. 더욱 매의 눈초리로 모든 권력을 바라봐야한다. 모든 권력이 국민을 염두해 두며 그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모두 정치인이 될 순 없지만, 모두 정치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앞으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역사를 물려주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며, 또 아이들이 자라나 지금 촛불집회에 모여 구호를 외치는 어른들을 향해서 똑같은 구호를 외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촛불집회에 어른의 욕심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어른의 일이란 아이들에게 역사적 현장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하야', '퇴진' 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다시는 저 아이들이 어른들을 향해서 또다시 촛불을 들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것이 현재 촛불집회에 모인 모든 이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박근혜 하야, 대통령 퇴진은 어쩌면 작은 일일뿐이다. 그 후에 우리가 해야하는 일,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진짜 힘들게 싸워가야할 일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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