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 횃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바람 불면 꺼질 촛불, 아니요 우린 횃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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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wlals523)등록 2016.11.29 10:50
2016.11.26.일 제 5차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렸다. 최순실 특검이 열리기 전 마지막 집회이자 11월의 마지막 집회이기도 했다.
 
역에 내리기 전부터 웅성거리는 소리와 2번 출구로 나가는 대목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손에는 함께 온 사람의 손을 붙들고 대열을 맞춰 걷고 있었다. 놀라운 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음에도 거리 주변에는 눈에 띄는 쓰레기 하나 조차 크게 없었다는 점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책잡힐 사람은 지도자 단 한명이면 족하다는 듯 의식적으로 국민들은 저마다의 책임감은 보란 듯이 지키고 있었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기간제 교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못 받고 구의역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발면 한 개를 유품처럼 남겼습니다. 울산의 한 공장에서는...."
 
한 중년 여성의 3분 연설이었다. 추운 날씨에 입김이 서리고 손은 바들바들 떨렸지만 130만명의 함성을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호소였다. 지금 우린 꽤 달아오른 상태다. 현 사태에 도달하기까지 국민들은 너무나 참아왔고 부당한 것에 정당한 방식으로 대응하기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우리 모두의 상황이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 울분이 '하야'를 외치는 것으로밖에 표출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미동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깜깜무소식이다. 이 거대한 틀 안에서 우린 과연 어떤 연대감을 가지며 살 수 있을까. 그들이 세팅해놓은 당근과 채찍의 굴레 안에서 억지로 짜맞춰진 손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사실 지금까지 정말 뭔가가 바뀌긴 바뀔까, 정말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이 문제에 크게 열성을 다할까, 부끄럽지만 잘못을 한 사람보다 그 잘못을 끝까지 기억하지 못할 것만 같은 인간의 게으름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렇게 잠깐 동안 나약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역사는 늘 움직이라 말한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정국에도 과거의 국민 또한 늘 움직였고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진 거대한 틀의 조각을 조금씩 균열내왔다. 비틀고 비집고 깨뜨리면서 민주주의 사상을 계몽시켜왔다. 그렇기에 현시점은 국민으로서 한 발자국 또 나아간 형태로 보인다.
 
그렇게 그날의 함성을 듣고 표정을 보았고 목소리를, 외침을 되새겼다. 한 사람이 나약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우린 모두 우리끼리 만든 규칙으로 손을 잡고 있었고 겉으로 티나게 뭔가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씩 상황은 바뀌고 있다는 것, 바뀌지 않는다하더라도 바뀌어야함을 외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우리 스스로 만든 연대감이었고 우리 스스로 만든 나라의 기강이었다. 이순신장군 동상 아래에서 마치 수호를 받으며 행진하듯 우리가 믿는 사람은 현 지도자보다는 동상으로 남은 성스러운 인물이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누군가의 발언을 되새기며 빗속에서도, 11월의 칼바람 속에서도 무섭게 빛을 내는 횃불을 보았다.

우린 끝까지 대한민국을 놓지 않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갈, 우리의 이후 세대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광화문역의 불길을 밝혀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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