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과 모피의 계절이 왔다.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추위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옷장 속에 묵혀둔 따뜻한 옷을 꺼낸다.
백화점의 방한의류 세일과 매출이 집중되는 기간도 이맘때 즈음이다.
▲ 2016 SALE!!! 겨울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의류 세일 문구 ⓒ 장보섭
몸도 마음도 따뜻해야 할 때지만, 강제로 옷을 벗고 눈물짓는 이들이 있다.
따뜻한 털의 대명사로 알려진 오리와 거위가 대표적이다.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는 이들의 털은 우수한 보온력과 복원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폴란드나 헝가리의 추운 지방에서 자란 거위는 여타 보온 소재보다 더욱 뛰어나다고 알려져, 어느 나라의 털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 털을 얻기 위해 거위들은 산 채로 붙잡혀 털이 밀린다.
보통 남성 다운 제품 하나에 300~500g의 털이 들어가는데 다운 함량이 클수록 비싼 값이 매겨진다. 거위 한 마리에서 나오는 가슴털은 30g정도로 매우 적은 양이다. 90%의 솜털이 함유된 1000g의 패딩을 만드는 데 약 30마리가 희생되는 셈이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의 수출입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다운수입량은 지난 5년간 5배 이상 증가했다. 8조 원 대에 달하는 국내 아웃도어시장에서 겨울철 다운 제품이 차지하는 매출의 비중은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
▲ 헐벗은 거위들 타인의 따뜻함을 위해 희생되는 거위들 ⓒ 구글
거위와 오리 이외에도 알파카, 라쿤 등의 모피류 동물도 다리가 고정된 채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고통을 겪고 있다. 부드러운 털로 널리 알려진 앙고라 토끼의 경우에는 털이 뽑힌 이후에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뽑히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털 수확의 용도로 농장에서 키우는 토끼의 수명은 2~3년 정도로 보통의 수명보다 3배 이상 짧다.
▲ 앙고라 부드러운 털을 가졌다고 알려진 앙고라 토끼 ⓒ 구글
동물을 이용한 의류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이러한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움직임 또한 일어나고 있다.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거니즘(Veganism)'에서 파생된 '비건패션(Vegan fashion)'으로 불리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울이나 털로 만들어진 옷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한 옷들을 지양한다.
작년부터 관련 카페에 가입해 비건패션을 실천하고 있는 윤모씨(34)는 "중국을 여행하다가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동물을 목격한 뒤 충격을 받았다"며 "산악회 활동을 하며, 양털이나 거위로 이루어진 아웃도어 용품을 많이 사용해왔는데, 지금은 인조 섬유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이것들을 사용하고 있다. 가격도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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