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오리온에게 반전의 길을 묻다.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운 오리온전에서 돋보인 kt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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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석(skforcyk)등록 2016.12.04 13:47
12월 2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0위 부산 kt와 2위 고양 오리온의 맞대결은 순위만 놓고 보면, 일방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그러나 기대 이상으로 kt가 선전하면서 4쿼터 종료 1분전까지 승패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승부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지난 시즌 우승팁답게 오리온이 좋은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kt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특히 kt가 올 시즌 갖은 악재에 시달리다보니 KBL 최다 연패 기록인 32연패 기록에 근접하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불운과 부상의 '이중고'에 신음하는 kt 

적어도 2015~16시즌에도 7위로 시즌을 마감할 때만 해도 kt가 올 시즌 이렇게 망가진 경기력을 선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그러나 일 경기 전까지 kt가 거둔 승리는 단 2승(13패)이다.

올 시즌 경기력을 보면 믿기 힘들지만, 한 때 kt는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을 갱신할 만큼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일 때도 있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제스퍼 존슨이나 찰스 로드같은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있었지만, 조성민-박상오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스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똘똘 뭉친 조직력과 근성있는 플레이가 밑바탕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최하위로 급전직하한 원인이 무엇일까? 당장 확실하게 한 가지를 찾기는 어렵지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먼저 주전/비주전 가릴 것 없는 선수들의 부상이다. 선수도 선수지만, 부위도 다양하다. 김우람(발바닥)을 시작으로 김종범(안면)-민성주(무릎)-조성민(무릎)-박상오(발목)까지 한 번이라도 부상을 당하지 않은 선수가 없을 만큼 올 시즌 kt 선수들의 돌림 부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심지어는 크리스 다니엘스(햄스트링)와 그를 대신해 임시 영입된 허버트 힐(종아리)까지 부상을 당해 부재중인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박상오를 시작으로 최창진,박철호, 김종범 등이 복귀하면서 서서히 팀의 구색이 맞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돌림 부상이 kt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드래프트에서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종현-최준용-강상재-천기범등 프로에서도 바로 주전으로 쓸 수 있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가 kt에게는 확실하게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4순위 안에 들 확률이 50%이었음에도 불구하고, kt가 받아 든 순위는 6순위. 결국 신인을 통한 전력 보강도 이루어지질 못했다.

선수들의 부상과 더불어 외국인 선수와 신인을 통한 전력 보강의 실패. 가뜩이나 어려운 kt에게는 더 힘겨운 이중고가 쌓인 올 시즌이었다.

최다 연패 오명의 주인공에서 강자로 도약한 오리온

묘하게도 최근 인터넷에서 kt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치다보니 가장 많이 회자되는 팀이 있다. 바로 고양 오리온이다. 오리온(당시 대구 동양)은 1998~99 시즌 성적도 3승 42패에 그쳤지만, 그 시즌에 무려 32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2위 기록은 2013~14시즌 원주 동부의 14연패임을 감안하면, 오리온의 시즌 최다연패가 얼마나 길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계 바늘을 1998~99 시즌으로 돌려보자.

직전 두 시즌 동안 김병철-전희철이라는 토종 스타를 앞세워 PO에는 꼬박꼬박 진출했던 동얀은 미래를 위해 두 선수를 같이 군입대를 시키는 승부수를 띄운다. 물론, 정락영-박재일-이인규-이훈재 등이 주축인 국내 선수 구성은 떨어졌지만, 외국인 선수인 그렉 콜버트와 존 다지가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중하위권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운명의 1998년 년 12월 1일. 특급 외국인 센터로 활약하던 콜버트가 가정사를 이후로 야반도주하면서 계획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직전경기까지 6.3점 11.6리바운드라는 준수한 활약을 올린 선수의 공백은 좀처럼 메우기 어려웠다.

물론, 예상치 못한 외국인 센터의 도주였지만, 1999년 2월 24일 삼성 썬더스전까지 패하면서 동양은 기어이 32연패 빠지고 만다. 결국 199년 2월 28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나산과의 홈 경기에서 80-66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기나긴 연패에 종지부를 찍는데 성공했다. 당시에도 대구 팬들은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 오리온스의 연패 탈출을 꾸준히 응원했고, 나산 플라망스에게 승리를 거둬 연패를 탈풀한 날 팬들과 선수단은 그야말로 눈물 바다를 이뤘다.

그랬던 오리온스는 2001~02시즌 기존에 김병철,전희철에 신인 김승현 외국인 선수 마르커스 힉스와 라이언 페리맨을 선발하면서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우승과 더불어 2002~03 시즌에도 정규리그 2연패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한다.

이후 '못해도 6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꾸준한 성적을 오리온은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김승현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로 다시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이충희-김상식-김남기 감독이 번갈아가며 반전을 노렸지만, 좀처럼 바닥을 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분명, 바닥까지 추락했던 오리온이었지만, 2012~13시즌을 앞두고 추일승 감독 부임 첫 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을 제외하고는 세 시즌 연속 6강 PO 진출에 지난 시즌에는 3위로 PO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6강에서 동부,4강에서 모비스를 3-0으로 셧아웃 시키더니 챔프전에서는 정규리그 우승팀인 KCC까지 4승1패로 꺾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32연패를 당했던 시절이나 완전치 않은 몸 상태의 김승현 때문에 바닥까지 추락했던 오리온이었음을 감안하면, 분명히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셈이었다.

오리온전에서 보여준 kt가 나아가야 할 방향 

"부상 선수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도 포기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투혼을 바라는 kt 팬들의 현수막 ⓒ 서민석


이날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 걸려있던 kt 팬들의 현수막이다. 그렇다.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상상할 수 없지만, 팬들이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먼저 포기한다면, 그건 직무유기와도 같은 일이다. 프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적어도 이날 경기만큼은 모처럼 kt 선수의 끈덕진 플레이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외국인 센터 없이 치른 경기였지만, 박상오와 김현민 두 장신 포워드의 허슬 플레이와 모처럼 터진 레리 고든의 득점을 앞세워 4쿼터까지 팽팽한 경기를 이어간 것이다. 물론 오리온 선수들의 슛 감이 뒤늦게 올라온 면도 없지 않았으나 이날 보여준 kt의 경기력은 외국인 센터와 조성민이라는 차-포를 땐 상황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앞으로 과연 kt가 오리온처럼 극적인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 한 사람에게 원인을 찾기 보다는 선수와 프런트 그리고 팬들의 삼위 일체가 이루어져야 좀처럼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의 어둠의 끝에 빛이 비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올 시즌 최악의 스타트를 거두고 있는 kt, 과연 오리온전을 통해 반전의 모멘텀은 찾고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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